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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둥오리 Jul 03. 2017

필름여행기 [2] :: 필름에 담아온 아산의 여유로움

Pentax me, 현충사부터 은행나무길까지

필름에 담은 아산 당일치기 여행

즉흥여행의 시작


친구와 함께 무작정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에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날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원래의 목적지는 춘천이었으나,

하루 종일 비로 뒤덮인 날씨탓에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충남 아산'


기차로 약 1시간 20분 정도 남짓한 가까운거리에

아산 가볼만한 곳으로 떠오르는 현충사와

은행나무길이 내 발길을 끌었다.


아침에 즉시 기차를 예매하고,

출발지인 용산에서 기차에 탑승했다.




오랜만에 타는 무궁화호


오래된 그 이름에 걸맞게 시설또한 노후되었지만,

요새 새로 생긴 열차들에 비해 무궁화호는

그만의 묵직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추억을 담고 있다는것.

낡은 의자와 커텐, 화장실, 문 까지.

누군가의 추억과 시간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번엔 나의 시간과 추억이 담기겠지.

약 50석 남짓 돼 보이는 열차 한량은

50명의 추억과 시간을 싣고 떠나간다.


짧지만 애매한 시간 1시간 20분.

잠을 자기에도, 수다를 떨기에도 애매하다.

친구와 함께하는 소중한 이 시간을

무궁화호에 남기고 왔다.



여유가 필요할땐, 현충사


현충사.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무예를 연마하던 장소다


마침 현충일이 다가오기 3일전 다녀온 현충사는

어느곳보다도 여유로웠고,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특히나, 카메라에 찍힌 뒷짐 지고 걸어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느린 여유가 느껴진다.


쫓길 것 없이 여유를 찾아갈 수 있는 곳,

바로 여기 현충사다.



자연스레 걷기 좋은


나는 자연속에 있는 한국의 옛느낌이 좋다.

현충사는 푸르른 나무들이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대로 발길닿는대로

땀이나도록 계속 걸었다.


하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보는족족 감탄을 자아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다


필름카메라가 좋은 이유는

사진을 여러 필터로 보여준다는것.


현충사의 사진을 인화하고도 느꼈다.

현충사의 색감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할정도로

푸르른 색과 빠알간 색을 잘 잡아냈다.


내 눈으로 보지 못했던 더 예쁜 풍경을

아산에 오길 잘 했다는 그런 생각들을

나중에서야 인화한 필름이 보여주는 듯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매 해 가을이면,

노오란 은행나무로 물든다는 은행나무길.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6월의 은행나무는

제 색이 초록색인마냥 너도나도 초록을 뽐낸다.


초록잎이면 어떻고 노란잎이면 어때.

은행나무들이 보여주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마치 동화 속 미로에 들어와있는 느낌을 준다.



1월부터 6월까지


이 길을 보며, 아니 이 길을 찍은 사진을 보며

1월부터 6월까지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그 노래의 가사는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며

부른 노래지만, 나에겐 그 제목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은행나무에게

푸르른 잎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1월부터 6월과

노란 잎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6월부터 12월은

충분히 다를 것이다.


미친듯이 달려온 푸르른 1월부터 6월,

성숙하게 익어 갈 6월부터 12월.

한 해의 중간을 보내는 시점.

공교롭게도 그 안에 내가 있는 것 같다.


하늘과 구름사이


아산의 여유는 어디서 오는것일까.

멀고도 가깝게 느껴졌던 아산.


뜻밖의 여행이 뜻밖의 생각을 가져다주고,

뜻밖의 즐거움을 준다.


현충사와 은행나무길을 걸으며,

하늘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


구름이 예뻐서도 있지만,

하늘을 보면 더욱 더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일들을

하늘에서 보면 아주 천천히 흘러가겠지.

구름이 이동하는 것 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난 후부터

구름만 보면 사랑에 빠진 여자가된다.

세계 이곳 저곳의 구름.

나중엔 구름필카만 모아봐야겠다.



여행의 끝은 성장


길고 긴 강줄기를 바라보다

여행 마무리를 했다.


아산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현충사와 은행나무길 이 두곳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의 마무리를 잘 맺는것,

그것 또한 여행에 있어 한뼘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저 피곤하고, 힘들고, 남는게 없는

그런 여행이 아닌

마음속에 간직하고, 툭 치면 나올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한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여행을 왜 하는지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때 까지.

계속 여행을 할 것이다.


필름에 담아온 아산의 여유는 여기까지.




모든 사진과 글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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