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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Mar 26. 2020

02 이미지 컨설턴트의 직업병

심지어 쩍벌남을 볼 때도 이런 생각이 든다구요!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직업에 대한 오해가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미지 컨설턴트는 항상 단정한 모습일거야'라는 기대(?)를 가지신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요?

아사히TV 2018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이미지 전략 인터뷰 중 (상반신 앵글이라 발은 슬리퍼 ㅋ)


얼마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모 기업 대표님께서,

강사님이 계시니까 밥 먹는데 자세랑 매너를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라면서 허허 웃으시는데..

저는 집에 가면 누워서 짜장면을 먹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오래 하다보면 직업병이 생긴다고들 하는데,

저도 이미지 컨설팅을 10년째 하다보니 어느새 좀 특이한 관점이 생긴 게 분명히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특이한 관점'이라는 게 얼평(?)이나 매너 체크같은 게 아니라,

고객들의 평소 습관을 분석하고 개선할 점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얼마 전에는 지하철에서 맞은 편에 소위 '쩍벌남'이라는 분이 앉으셨는데,

쩍벌의 각도를 보자마자 머리 속에 스쳐지나간 생각이 (실례..)                                                             

                                                                                                                                      

내전근(허벅지 안쪽 내회전 근육)이 많이 발달하지 않으셨구나..
저 정도 각도면 워킹도 살짝 팔자이실텐데 고쳐주고 싶다.
ㅍ_ㅍ


남성분들은 사냥이나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이다보니 허벅지 바깥(외회전) 근육이 더 발달해 있는데,

회사 다니고 일하기 바쁘다 보면 일상에서는 허벅지 안쪽(내회전) 근육을 쓸 일이 진짜 별로 없어요.

그렇지만 조금만 운동하시면 금방 좋아지실 수 있는데.. 초면이라 말씀을 못 드리니..


이런 순간은 끝도 없이 찾아옵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직업병이 도졌는데요.


주말인데도 유난히 수트를 단정하게 입으신 50대 초반쯤의 중년 남성께서

하차벨을 누르시고 승객들께 '잠시 지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버스 뒷쪽으로 지나가시는데,

누구와도 눈이 마주치지 않는데도 얼굴에 참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어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편안한 미소와 함께 단정하게 다림질된 수트,

혹시라도 다른 분과 부딪칠까봐 몸을 천천히 비켜 나오시는 애티튜드에 나긋한 음성까지,

그 분이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너무나 멋진 조합이었어요.


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마구 물개박수를 쳤답니다. ㅎㅎ


사소하고 평범한 보통의 일상도 아름답고 특별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가치를 부여받지 못했던, 그러나 사실은 아주 가치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것이 제가 10년 차 이미지 컨설턴트가 되면서 얻게 된 직업병이자,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함이 소극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님을 깨닫고,

사람을 보면서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들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사람을 가장 따뜻하게 응원할 수 있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아요 :)


이상, 사람들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10년 차 이미지 컨설턴트의 직업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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