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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Feb 03. 2024

2024년 2월 4일

2인 1메뉴


점심을 먹으러 들른 식당은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점심시간 피크가 조금 지난 시간임에도 넓은 홀 안엔 빈 테이블이 몇 개 없었다. 장사가 제법 잘되는 식당인 듯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대부분 밝았는데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잠시 앉아 있으니 그런지 알 듯했다.

사장님은 입구 근처에 서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빠짐없이 맞이 인사를 했고 직원분들도 주문을 받을 때나 음식을 가져다줄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고 했다. 무엇보다 거기 일하시는 모든 분들의 표정이 밝았다. 웃음을 띤다거나 미소를 계속 짓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 말하는 억양과 태도들이 모두 밝았다. 그렇게 모든 직원들이 밝으니 식당의 분위기가 밝아지고 손님들도 밝게 식사를 하는 듯했다.

어느덧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80살 전후 정도로 보이셨는데 두 분 다 보라색 계열의 니트모에 밝은 컬러가 이리저리 짜여 섞인 도톰하고 따뜻한 니트옷을 입으셨었다. 어디 좋은 곳에 마실이라도 다녀오셨는지 아니면 식사를 하고 가실 예정인지 얼굴엔 즐거움과 생기가 보였다.

자리에 앉은 두 분은 메뉴판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평양냉면을 주문하셨는데 겨울임에도 냉면을 드시려고 하는 걸 보니 냉면이 무척 드시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났다.

그런데 한참 밥을 먹던 중 옆 테이블을 보니 냉면을 두 그릇을 시키신 게 아니라 한 그릇을 시켜 두 분이서 나눠드시고 계셨다. 다른 메뉴는 없었다. 두 분은 테이블의 중간에 냉면 한 그릇을 두고 앞 접시 두 개를 각자 앞에 놓으시곤 사이좋게 한 젓가락씩 맛나게 드시고 계셨다.

의외였다. 1인 1메뉴가 상식인 시대에 한 그릇을 시켜 두 분이서 나눠드시는 걸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보다 더 의외인 건 사장님과 직원들 모두 그 할머니들을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친절히 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식당은 특이하게 후식이 나왔는데 후식마저도 메뉴수에 상관없이 두 분에게 똑같이 하나씩 내드렸다.

사장님도 직원분들도 누구 하나 그분들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 할머니들이 아는 사람 같지도 않았다.

2인 1메뉴.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고 그렇게 사이좋게 맛있게 나눠먹는것도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친절한 마음을 내어준 식당도 오랜만이었다.

할머니들의 식사가 끝나기 전에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었기에 그분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잘 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밝은 기분으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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