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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Feb 10. 2024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

차례를 지내며


나는 부모에게 몸을 받아 태어났고

미숙의 세월을 정성과 보살핌으로 살아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차례를 지낼 수 있는 건 모두 그분들의 사랑 덕분.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의 부모님께 몸을 받아 태어나고

또한 사랑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모두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잘 지내셨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내가 잘 지내고 있어서라 답하겠다.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의...... 부모님.

그렇게 차례대로 사랑을 내려주셨기에 내가 여기 이렇게 있다.

나의 사랑을 차례대로 올려 보낼 수 있기에 그분들이 여기 이렇게 있다.

그분들을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며 차례를 지내고 있다.

그래서 '차례'인가 보다.

차례대로 빠짐없이 내려온 사랑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차례대로 빠짐없이 올라가는 사랑으로 존재를 완성하라고.







처음으로 손수 차례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낸다. 격식도 없고 단출하며 조잡하지만 마음을 담았다.

영혼의 실존은 중요치 않다. 영혼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분들도 오늘만큼은 여기 지금 이 자리에 실존한다. 그들을 기억하고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므로.

그렇게 잠시나마 부모님들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존재의 본질은 사랑과 경이이며 생명이 간직한 태고의 단어는 '감사'뿐이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난다.

이 글을 읽으러 들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건강하고 무엇보다 따스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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