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같은 소음으로 가려진 진실의 중추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거 킹:무법지대>는 올해 가장 논쟁적인 다큐멘터리였다. 동물원과 동물보호론 단체의 가치공방 속에서 그들이 숨기고 외면해왔던 단체의 비밀과 불만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 동물과 사랑은 없다. 배후에서 불온함을 돕는 조직도 없다. 먼지 덮인 진실공방과 주변인들의 음해, 그리고 정해진 결과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다양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컬트나 우상숭배, 다단계 혹은 절대적 지도자를 둔 종교집단같이 말이다. 하지만 어떤 표현으로도 이 다큐멘터리를 온전하고 명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사건의 당사자들과 주변인들의 증언 그리고 짧은 클립영상을 통해 정해진 결말로 향하는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게 된다.
<타이거 킹:무법지대>는 조 이그조스틱의 맹수 동물원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227마리의 고양잇과 동물들을 다루는 이 동물원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동물원의 주인 조의 모습은 영락없이 동물애호가이며 그의 직원들 역시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도 조의 지시를 따른다. 하지만 그를 고양잇과 동물보호론자 캐럴 배스킨이 동물학대론자라 비난하며 갈등이 시작한다. 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을 학대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고양잇과 동물의 보호에 대한 논쟁 대신 두 사람의 사생활과 주변인들의 고발이 잇따른다.조는 캐럴을 죽이겠다 말하고, 캐럴은 끊임없이 조를 동물학대범으로 미디어에 소개한다.
사실 감독 에릭 구드와 리베카 체이클린은 플로리다 남부의 파충류 중개인을 취재 중이었다. 그러던 중 독사를 매입하던 한 남자를 목격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차를 열어 우리에 갇혀있는 희귀종 맹수 눈표범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이 때 에릭과 리베카는 미국에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프로그램 제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저희는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원은 문제를 만들죠. 이 사람들은 고양잇과 동물을 평생 우리에 가두고 사육하죠. 하지만 저희는 이 동물들이 살기에 안전한 곳을 제공하려고 우리 안에 두는 거예요."
다큐멘터리 초반 캐럴 배스킨은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정의가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경쟁한다. 비방하고 헐뜯는다. 하지만 캐럴의 집에 엄청난 양의 호피무늬 옷과 가구들, 표범과 홍보영상을 찍던 중 총기를 휘두르는 조의 모습 앞에서 우리는 개인의 정의와 진실 대신 욕망이 자리잡은 어느 순간을 목격한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서 카메라를 교묘하게 비튼다. 조와 캐럴 간의 갈등 구도를 그리던 다큐멘터리는 그들 사생활에 대해 확신에 찬 주변인들의 증언을 삽입시킨다. 동성애자인 조의 성향을 부각시켜 그의 남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캐롤의 남편이 실종된 사건을 두고 캐롤이 그의 금품을 노리고 남편을 죽였다는 증언을 기록한다(여기에도 역시 물증은 없다). 그렇게 막장이 만들어진다.
에릭과 리베카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넘기는 대신, 조와 캐럴의 주변인들을 거쳐 생략되고 창작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넘겨 판단케 한다. 이 무책임한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매일같이 가공된 상황을 접하는 우리를 <타이거 킹:무법지대>는 때로는 무기력하게, 전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