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들이 남편 숨소리도 싫은 이유
임신,출산,육아는 왜 여자만의 고통이어야하는가
결혼 전 누군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남편 숨소리도 듣기 싫어서 당신 숨소리 듣기 싫다고 했더니 방에서 나가는 대신 숨을 참더라. 근데 그 꼴도 보기싫은 거 있지?!'
그때는 에이, 말만 그렇게하지 설마 자기 남편이 그렇게나 꼴보기 싫으려고? 싶었더랬다.
임신을 하고 애를 낳았다. 조리원에서 나에게 모유수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그 순간부터 우리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때 직감했다. 아 이건 시작에 불과하구나. 이제 우리는 앞으로 매일 싸우게 될 것이라는 걸...
오늘은 남편이 먼저 자고있는 침대에 올라가며 일부러 남편 다리를 꾹 밟았다. 자는 모습이 어찌나 얄미운지. 내 남편은 세상이 무너져도 쿨쿨 잘 잘 것이다. 힘들어서 속상해서 외로워서 답답해서 못자는 건 나뿐이다.
여자는 임신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모든 것이 바뀐다. 외모, 체질, 건강, 환경, 의무, 책임 등등. 임신이 힘들어서 애를 낳으면 괜찮겠지 했더니 이제는 껌딱지가 하나 생겨버린 바람에 혼자서는 잠깐 바람쐬러도 나가기 힘들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임신보다는 육아가 낫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출산도 했는데 살은 왜 안빠지는지? 하루종일 애보느라 내 입에는 제대로 들어간 것도 없는데 살은 안빠져서 억울할 따름이고. 임신해서 생긴 각종 신체변화 또한 출산 백일이 되도록 원상복구가 안되고있는 것 같다. 안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몸뚱이에 울적한데 아침이고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애는 울고, 우는 애를 데리고 하루종일 안고 얼르고 씨름하다보면 이제 아빠가 봐준다고 해도 애는 엄마만 찾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지도 못한 질끈 묶은 머리에 잠옷바람으로 애기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잠시 애 자는 사이에 청소기 돌리고 젖병닦고 그러면 다시 애가 깨서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잠시 놀아주다가 다시 재우고......챗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하루에 지치고 힘들다가 '아참, 나 혼자가 아니었지? 남편! 나에겐 든든한 남편이 있잖아!' 하고 돌아보면 남편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거나 유튜브를 보고있다. '여보, 나 보이니? 나 힘들고 지치고 외롭단 말이야.'
그런데 그 남편은 더이상 내가 알던 그 남편이 아니다. 자기는 밖에 나가는 게 너무 싫단다. 남편 없이 혼자서는 애데리고 나갈 수 없는 나는 애와 함께 집에 발이 묶여버렸다. 자기는 늘 힘들고 피곤하단다. 나는 안힘들고 안피곤한가? 참고참다 폭발해서 싸우고나면 미안하다, 내가 잘할게 약속하고 삼사일뒤면 또 싸운다. 나는 집에만 있는게 답답하고 미칠노릇이고 80일째 애 아니면 오빠만 보니 죽겠다. 좀 데리고 동네 마트라도 나가달라고 애원을 하고 울어도 그때뿐.
오늘은 남편이 휴가라 그럼 애기 데리고 유모차 끌고 한바퀴 돌고올까? 하니 웬일로 알겠다고 하고서는 '아쒸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가자 가!!!!' 하며 성질을 부린다? 아니 나가기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왜 성질이야? 가지마, 그럼. 그러니 안가면 내가 뭐라고 할거라서 나가겠단다. 그래서 너같은 새끼랑 안나간다고 소리지르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안나가서 마음이 상한게 아니라 말을 그딴식으로 해서 기분이 상한건데, 기껏 변명이라고는 나가려고 했는데 좀 투덜거린거 가지고 왜그러냐 안나간다고 한거 아닌데 왜그러냐 지금이라도 나가자...
마치 어 그거 맛있겠다 나 먹어도 돼? 했는데 응 그래놓고 땅바닥에 던져 흙을 왕창 묻힌 다음에 자, 먹어 하고 내미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유부녀들이 남편 숨소리도 싫은 이유가 뭐냐고?
호르몬이 잘못했고, 여자만 애키우게 만드는 사회가 잘못했고, 애 나오고 나니 같이 애가 되어버린 남편새도 잘못했고, 그냥 결혼을 이런 남자랑 한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정말 사랑한다면 아껴주어야지. 보살펴주어야지.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해 주어야지.
같은 잘못 열번 반복해서 열번 싸우고 열번 용서하니 이제 정말 옆에서 자는 모습보차 보기싫다. 정말 왜 그러는데?
이제 숨소리도 싫다던 그말이 거짓부렁이 아니었음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