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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사 Apr 28. 2024

나의 (물건) 해방 일지

decluttering

우선 나의 냉장고를 자랑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이건 사진 촬영하려고 일부러 정리한 것 아니냐고? 아니다. 이건 나와 정리 선생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그리고 지금도 대충?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된 것은 아니고, 일요일마다 선생님이 오셔서 조금씩 함께 정리하고 나에게 맞는 시스템을 찾은 결과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해서 완벽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 총 2~3주 걸린 것 같다.


예를 들어 처음엔 선생님께서 반찬통을 한 번에 꺼낼 수 있도록 수납함에 담아 보관하는 걸 권해주셨으나 나에겐 불필요했다. 반찬류는 김치나 피클 외에는 거의 먹지 않고  바로 음식을 요리해서 먹는 편이라서였다.


수납함에 넣으니 오히려 무슨 반찬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서 자꾸 상해서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눈에 확 보이게 불투명한 용기는 일절 사용하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했다.


위와 같이 흰색 수납함을 빼고 투명한 용기로  교체하고 하며 나에게 맞게 틈틈이 수정하고 개선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냉장고 정리만 몇 주 걸렸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생활 패턴에 딱 맞게 정리해 놓으니 결과적으론 냉장고는 지금도 나름 잘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습관이 생겼는데, 마음이 복잡할 땐 그냥 냉장고를 열어서 잘 정리된 냉장고를 바라보는 것이다. 맨 위에 있던 사진도 너무 아름다운 내 냉장고를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해 남겨놓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냉장고 정리 스킬을 자랑하려고 이 글을 썼냐고? 노노. 네버. 아직 나의 정리는 갈 길이 멀다. 이제 내 책상을 보자.


? 언제냐고? 불과 몇 주 전이다.  선생님께서 정리를 안 해주셨나 싶겠지만 아니다. 여러 번 해 주셨는데 결국엔 이렇게 되었다. 하지만 매주 카오스 상태로 변하자  선생님도 포기하신 듯 자꾸 못 본 척하시게 된 비운의 공간이다.


원래 나의 냉장고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진은 없으니 맘껏 상상하시길. 내가 이렇게 부끄러운 사진을 공유하며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정리정돈과 수납의 차이다.


'정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내가 첫 번째 보여준 냉장고 사진처럼 아름답게 강박적으로 '수납'하는 모습?


혹시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ADHD인에게 필요한 것은 이 둘의 구분하고 정리와 정돈을 하는 습관이다.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decluttering 과정이며, 정돈은  정해진 장소에 물건을 두는 것. 물건에 자리를 정해놓고 그곳에 두는 행위이다.


그런데 정리한다고 하면 혹시 유튜브에서 정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인생 수납함부터 살 생각하지 않는가? 마치 그것만 사면 모든 정리의 문제가 다 해결될 것만 같은 그런 착각 말이다.


자 인정하자. 그 수납함은 전문가의 집에서는 빛이 나지만 아마 나나 여러분의 집에서는 다이소에서 파는 2000원짜리 수납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사진 속의 내 책상에는 전문가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수납장은 위아래 이미 여러 개 있다. 수납을 시도했지만 정리 정돈에서 실패한 것.


그래서 우리는 수납이 아닌 정리 정돈을 먼저 해야 한다


1)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decluttering. 누가 보아도 쓰레기 같은 것을 먼저 버린다. 냉장고의 경우에는 먹지 못하는 음식, 그리고 상하지는 않았지만 절대 안 먹어지는 음식. 책상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펜과 종이 더미들, 책, 코 풀고 그대로 둔 휴지...


2) 그러고 나서해야 할 것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정돈한다. 즉, 본능적으로 이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이건 전문가 선생님이 와도 해결 못한다. 나의 동선과 나의 본능에 맞춰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플라스틱이나 반찬통은 무조건 상부 찬장에 올려놓고 싶지만 키가 워낙 작으신 정리 선생님은 아래에 두고 싶어 하셨다. 당시 남편 허리 디스크 때문에 양념장도 다 상부장에 올렸다. 허리를 구부릴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자 일단 본능에 맞게 물건의 자리가 정해지기만 해도 다음 정리 정돈은 훨씬 편해진다.


3) 그리고 그걸 일정한 기간으로 반복한다! 기억하자 모든 것은 사이클이 있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수건을 다 쓰면 빨아서 건조하고 개어서 정리함에 넣어야 한다. 이걸 한번 한다고 끝내려고 생각했다고?


루틴과 규칙 부분에서 말하겠지만 나는 일요일은 무조건 정리하는 날이다. 선생님이 오시는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청소와 정리정돈을 도와주시고, 나는 옆에서 아기를 보면 질문도 하고 살림 팁도 얻는다.


그리고 자리를 정했지만 자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는 물건들은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지 정리 정돈을 하면서 고민한다. 그리고 자리를 정하는 과정에서 수납함을 고민한다.


옷정리를 포함해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아기가 자꾸 놀아달래서 다음 기회에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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