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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사 Apr 19. 2024

시간 관리와 기록만이 살길이다

ADHD 인의 시간 관리법 

얼마 전 나는 소중한 오늘의 할일 목록을 열심히 작성했다. 이면지 위에 연필로 휘갈겨 썼지만 완성된 리스트를 보니 꽤 뿌듯했다. 15개 쯤 되었나?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꼼꼼히 작성하였기에 이 일들만 다 완료해도 소위 '갓생' 이라고 할만한 수준이였다.  


<미사' s 투두 리스트>

1. 번역 견적서 발송 
2. **스쿨 질문 답변 
3. 문서 정리
4. 학생 상담 
.... 등등 

음하하! 널 모조리 격파하여 정복하고 말리라! 나는 이것 만으로도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정말 새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무계획 = 이미사" 이런 공식이 존재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는 극강의 즉흥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의 성취감에 만취해 룰루랄라 신나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종이를 쓰레기 통에 버렸다.   


응? 버렸다고? 에이 설마. 다른 곳에 할 일을 따로 기록을 했으니 그 종이를 버렸겠지... 라고 날 의심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ADHD의 무시무시함을 아직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길고 소중한 그 목록을 사진도 찍지 않고 쫙쫙 찢어 오물과 악취가 가득한 쓰레기 통에 쳐박아 버렸던 것이다. 나는 한참 뒤 가방을 뒤져 보고서야 그 사실을 눈치챘고, 이미 그때는 나의 대단한 성취감는 나락으로 떨어진 후였다.   

소름이 돋았다. 필요 없다고 버렸던 종이에 섞여 있었나? 난 왜 다시 한번 확인하지도 않고 그 중요한 걸 그냥 대충 보고 버렸을까? 이렇게 조심성이 없는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도 이런데 남들은 오죽할까.  

나는 기억나는 일만 대충 처리하고 다시 돌아가 그 쓰레기 통을 뒤졌다. 종이 위에 쓰인 목록이 중요하기도 했으나, 사실 내가 진정으로 그 종이를 버릴 만큼 정신머리가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시간이 좀 지난 터라 다 쓴 커피 캡슐에서 흐른 듯한 갈색 물이 군데 군데 묻어 쭈글거리고 축축했지만 다행히 아직 종이 조각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것들을 회수하여 찬찬히 확인해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나의 야심찬 투두리스트를 쓰레기처럼 취급한 범인은... 바로 나였다.  


비슷한 에피소드가 너무나도 많아 익숙해질만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죽하면 악몽도 항상 어디에 늦거나, 할 일을 까먹는 레파토리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일이 많아도 이렇게 까지 정신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 객관화가 되지 않으니 친구에게 확인해봐야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기서 좌절하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특히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그 누구보다도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렬했다. 내가 가장 무서운 건 노력을 중단하는 것 뿐. 
    

저 방금 그와 비슷하지 않았나요?



스케쥴러 스승님 모시기 


ADHD를 진단 받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전혀 부끄러운 마음은 없었다. 그저 내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혹시 내가 이러한 실수를 하더라도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의도에서 였다. 그 결과 나를 불쌍하게 여긴 한 동료 통역사 선생님이 감사하게도 내 스케쥴러 스승님이 되어주셨다.  


할렐루야! 솔직히 나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지 않고는 이 일을 해낼 자신도 없었고, 시행착오를 겪을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본인 스스로 OCD (강박증 환자)라고 묘사하시는 나의 첫번째 스승님은 나에겐 그저 한줄기 빛이였다. 


우리는 함께 나의 문제를 진단하기 시작했다. 


문제 1. 메모를 할 때 그걸 아무렇게나 휘갈겨 쓰고 나중에 알아보지도 못하고 다시 정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내 메모는 다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문제 2. 전화로 일 의뢰가 들어오면 나중에 기록해야지 미루고 그 결과 종종 까먹는다.  

문제 3. 스케쥴러를 봐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한눈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문제 4. 너무 다양한 일을 해서 루틴이 없다. 항상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문제 5. 시간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하루에 너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번역을 하다가 말고 이 글이 쓰고 너무 싶어서 잠시 미뤄 두고 있다. 늦지 않고 충분히 번역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그 결과는 어찌 될 것인가?


어쨌든 이야기는 가장 중요하고 재밌는 부분에서 끊어야 사람들이 웹툰 보다가 쿠키도 결재하고... 게임하다가 현질도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 내 문제들에 대한 솔루션과 더불어 번역 데드라인에 대한 결과를 다음 글에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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