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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앳더리버 Feb 01. 2017

전쟁 속 고귀한 가치

<얼라이드>를 보고..

  가끔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일제강점기, 그때 나라면 어땠을까?” , “60년전 한국 전쟁 때 청년이었다면 난 어땠을까?” 시대극, 특히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끔 하는 상상이다. 불과 100년도 안된 시기적으로 멀지 않은 과거이기도 하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몸소 경험한 비교적 감정이입하기 어렵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니. 또, 그런 상상은 어차피 어떤 결론을 내려도 의미가 없다는 걸 알기에 내키는 대로 대답하거나 그 당시의 위인을 칭찬하며 어물쩡 결론을 내리곤 한다.   

  

  사실 <얼라이드>는 그런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너무 멋지고, 유명한 배우들, 진부한 스토리, 조금은 동떨어진 2차세계대전 이야기.. 헐리우드 대작으로써의 기대만 있었을뿐 어떤 감정도 대입해야겠다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브래드 피트(맥스)와 마리옹 꼬띠아르(마리안).  전쟁영화 속 브래드 피트는  언제나 성공적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얼라이드>는 브래드 피트(맥스)와 마리옹 꼬띠아르(마리안) 주연의 멜로 영화다. 2차세계대전, 영국의 정보국 장교 맥스와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은 독일 대사를 암살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작전 중 맥스는 미리안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임무를 마친 두 사람은 런던으로 돌아와 결혼해 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 행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상부로부터 맥스는 마리안이 스파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72시간 내에 아내의 무고함을 밝히지 못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여야 하기 때문에 맥스는 아내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결국 마리안은 맥스의 기대와 달리 프랑스 비밀요원 신분으로 위장한 독일 스파이였다는 게 밝혀진다. 맥스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마리안과 떠나려 하지만 결국 발각되어 마리안은 맥스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분명 진부한 스토리가 맞다. 영화 내내 어디서 본 장면들이 많았고, 연기력에 충분히 매료되었지만 이미 익숙한 배우들이 맞았다. 또, 감독의 명성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였다. 그럼에도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먹먹한 가슴이 느껴지는 것은 영화를 충분히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빈약한 스토리를 감독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잘 포장하며 영화를 끝까지 끌고 나간다. 감독의 장르적 정공법이 나름대로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나를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영화 후반부 맥스가 상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마리안과 딸과 함께 비행기로 도망치려다 발각되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리안을 바라보는 맥스의 눈빛은 분노의 눈빛이라기 보다는 체념에 가깝다. 어쩌면 비극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럼에도 발버둥치며 사랑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을 내려놓는 듯한 맥스의 눈빛은 거대한 전쟁이라는 시대적 흐름앞에 한없이 작고 무기력하게느껴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 당시에도 같지 않을까. 시대적 환경만 다를 뿐 사랑하는 감정에 휩싸여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자 하는 마음의 농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 않을까. 유능한 장교인 맥스가 무모하리만큼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사랑’을 지켜내려 한 것을 보면 ’사랑‘의 가치는 분명 국가나 이념적 가치보다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얼라이드> 영화를 보고 난 후 10여 년 전에 개봉한 <청연>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청연>은 1925년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개봉 후 박경원의 친일행적 논란으로 흥행에 참패했지만, 개인적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박경원의 친일논란은 차치하고 영화를 보면 일제강점기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며 노력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영화 속 장진영(박경원)은 여성이라는, 조선인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어릴적 꿈이었던 비행사가 되기 위해 갖은 시련을 이겨낸다.       


“세상 끝까지.. 한번 가보는게 내 꿈이야.”

“하늘에 올라가면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런게 다 상관 없잖아. 그래서 난 하늘이 좋아.”     

  영화에 나오는 장진영의 대사는 암울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를 잘 보여준다.      


‘나라면 어땠을까?’


  애국이, 이념적 신념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던 그 당시에 나라면 어땠을까..  그 당시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의 업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위대함이 느껴진다면, 내 꿈을 먼저 생각하며 꿈꾸고, 내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평범한 누군가의 이야기에는 고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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