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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타임 Jun 08. 2023

서빙로봇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매일경제 기사 리뷰


외식을 하다보면 이제는 심심치 않게 마주하는 서빙로봇입니다. 처음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식당에 보급됐고, 규모가 큰 맛집, 관광지의 식당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얼마 전 속초를 다녀왔는데, 방문했던 거의 모든 식당에 서빙로봇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빙을 하고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첫번째 식당은 속초해수욕장 앞에 있는 항아리물회입니다. 확장이전한 곳이었는데 마치 공장처럼, 기계처럼 식당이 움직였습니다. 1층에서 대기번호를 입력하고 순서가 되면 직원이 부릅니다. 안내에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면 모든 테이블에 커다랗게 번호가 쓰여있고, 2층에서 만난 직원이 몇번 테이블로 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테이블마다 원격주문 기계와 카드결제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인원 수에 맞게 주문해야 하고, 결제까지 마쳐야 주문이 완료됩니다. 그러면 서빙로봇이 밑반찬과 물을 가져다주고, 손님이 직접 음식을 내립니다. 몇분이 지나면 주문한 음식을 갖고 서빙로봇이 다시 오고 손님이 음식을 내린 후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주면 서빙로봇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손님은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손님이 다 먹고 일어나면 캄보디아 노동자로 보이는 젊은, 아직 앳된 노동자들이 부페에서 음식치울 때 쓰이는 캐리어를 밀고 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치우기 시작합니다. 안내라든지 서빙을 하는 한국인 노동자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사장으로 보이는 슬리퍼 신은 중년 남성이 입구에서 목을 쭉 빼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는 장점이 아주 많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간혹 있는 불친절한 직원으로 인해 기분이 상할 일도 없고, 주문이나 결제 등을 할 때 직접 대면서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함께 식당에 간 일행 간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주문이나 결제를 기다릴 필요없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며, 사람을 보고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선호할 것 같은 시스템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시스템입니다.


손님 뿐만 아니라 식당 등 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시스템입니다. 오류가 적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정확한 초기비용은 알 수 없지만,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저렴할 것입니다. 노동력을 대폭 절감하고, 직원을 다독이고, 관리하고, 맞춰주고, 교육하는 모든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로봇이 기존의 직원들이 해오던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그 자리를 저숙련 노동자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미숙한 점이 눈에 띕니다.


손님이 음식을 먹고 일어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쓰레기봉투와 접시를 놓을 수 있는 캐리어를 밀고 다니면서 치우는데, 한 군데만 치우는 게 아니고 아주 큰 식당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치우기 때문에 켜켜이 쌓인 음식물이 묻은 그릇들과 쓰레기, 주 등이 노출됩니다. 제 옆에 테이블이 먼저 저 먹고 일어나서 그쪽을 먼저 치우는데, 수레를 제 옆에 놓고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저는 쓰레기통 옆에서 먹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개개인의 민감도에 따라서 유별나다, 유별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랬습니다. 대부분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이모님'이었다면 순식간에 테이블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지저분한 그릇들과 휴지 등 쓰레기를 들고 가셨을 겁니다.

 

두번째로 갔던 식당은 순두부짬뽕으로 유명한 동화가든 속초점입니다. 역시 한국인 사장 1명과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 서빙로봇이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문은 원격으로 하고 서빙로봇이 음식을 가져오면 외국인 노동자가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주었습니다. 결제는 다 먹고 직접 하는 시스템입니다.


몇년 전에 강릉에서 갔던 짬뽕순두부 집에서는 반찬으로 모두부가 나왔던 걸로 기억나서 모두부가 여기도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다보니 선뜻 물어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물어봤더니 반찬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얘기해줬지만, 어쩐지 소통하는 게 어려운 건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또 주문 실수도 있었습니다. 짬뽕순두부에 밥이 나오는 줄 모르고 한 개를 먼저 추가해서 밑반찬과 먹고 있는데, 나중에 짬뽕순두부에 밥이 딸려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밥 하나는 먹지도 못하고 결제를 해야 했는데, 아마 한국인 노동자가 음식을 가져다줬다면 짬뽕순두부와 밥을 주는 순간 자초지종을 얘기해서 밥 하나를 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주문할 때부터 밥도 같이 나와요? 하고 물어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었겠죠.

 

또 앞에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던 손님이 일어나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와서 치우는데, 바로 치우지 않고 손님 의자를 빼서 앉은 후 서로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치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소한 행동이었지만, 그 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식당 직원의 모습이었습니다.


 세번째 식당은 속초관광시장 안에 있는 백년가게인 88순대국입니다. 역시 테이블에서 원격으로 주문할 수 있고, 서빙로봇과 외국인 노동자, 한국인 사장으로 보이는 분 2명이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 밑반찬은 로봇이 가져다주고, 뜨거운 뚝배기에 담긴 순대국은 사람이 직접 가져다줍니다. 아무래도 로봇으로 서빙하면 손님이 뚝배기를 내리다가 데일 위험이 있어서 일 겁니다.

 

그런데 여긴 주문과정에서 제 실수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메뉴판을 쓱 보고 국밥 2개요라고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순대국밥을 누르니, 마늘이나 후추를 뺄 건지, 매운 양념은 추가할 건지 묻는 페이지가 3~4페이지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좀 빠듯한 상황이었는데 하나하나 결정하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깊이 생각할 틈이 없어 사진으로 보았을 때 빨간 색 국물이 아니라서 다데기 양념이 기본으로 들어가지 않는 걸로 생각이 돼, 매운 양념을 추가하는 버튼을 누르고 주문을 완료했는데 청양고추가 들어간 매우 얼큰한 국물이 나왔고, 외국인 노동자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애들은 못먹어요"하고 음식을 내려놓고 가버리셨습니다.


그리고 둘러보니 반찬 그릇에 다대기 양념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하얀국물 기본 베이스에 다대기도 기본으로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매운 양념을 추가해서 먹었고 매운 걸 잘 못먹는 저는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실수는 심사숙고하지 않고 주문한 저의 불찰이 가장 큽니다. 그렇지만 노동자와 대면해서 주문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이기도 합니다. 평소라면 다대기를 따로 빼달라고 이야기했을 겁니다. 그리고 뭐 음식 하나 주문하는데 또 심사숙고까지 해야하겠습니까? 심사숙고 하지 않게 옆에 주문을 받는 서버가 서 있고, 손님이 고민하고 있으면 아이가 있으면 이거, 이거를 먹으면 좋다고 추천해 주기도 하고,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는 바를 간파해서 제안해주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빠지다보니 거의 모든 식당에서 주문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둘 씩 생길 수 밖에 없더군요.


서빙로봇은 고강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로봇을 보조하는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서빙로봇과 외국인을 고용한 사장님은 골치 썪을 일이 없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울 수도 있지만, 손님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이모님'을 대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서빙로봇은 골프장이나 카페, pc방 등 간단한 서빙을 담당하는 업무에는 제격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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