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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Sep 05. 2021

Break, fast

리비아 사람들 속에서


아홉 시가 넘자 허기가 왔다.  점심시간은 까마득하게 멀어 보였다.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어야 할까.  시내로 나가는 해안도로는 한산했다.  흐렸던 날씨가 개면서 바다가 제 색을 찾았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골목길 샌드위치 가게.  거창한 프랜차이즈 가게가 아니라, 간판만 하나 겨우 달린 가게.


가게에 들어서자 이방인에게 시선이 쏠렸다.  두런두런 했을 소리가 순간 멎었다가, 이내 웅성해졌다.  계산과 조리 담당인 사내 앞에서 주문을 했다.

"참치 샌드위치 하나"

계산대 옆 일렬로 쌓은 음료수 박스에서 병 하나를 뽑아 계산대 위에 올렸다.  

"음료수 한 병 추가요"

짝퉁 음료수. 병입이 된 높이는 각양각색이었다.


빵을 잘라 통조림 참치를 쓱쓱 바르던 사내가 나를 돌아보았다.

"하리사는 어떻게?"

두런두런하던 소리가 멈추고, 시선들은 다시 내게로 몰렸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을 애써 감추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귀를 쫑긋이 세워 내가 하는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 하리사를 발라야죠.  리비아 하리사는 남자에게 마법 같은 것이니까.."

가게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빵을 만지던 사내는 하리사를 듬뿍 뜬 나이프를 바이올린 켜듯이 놀렸다.


계산을 치르고 샌드위치를 받아 돌아설 때, 사람들은 앞에 놓인 음료수 병을 들어 보였다.

"싸하.  싸하(건강해요)..."

점심식사도 왠지 건너뛰어야 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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