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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솝 Jun 06. 2023

팥앙금은 말했지. 제로 슈가가 뜬다고.

제로 슈가 트렌드 역행자의 속마음

세상이 제로 슈가를 찾을 때 오리지널을 고수했던 트렌드 역행자, 바로 저예요.


저칼로리와 저당 식단을 위한 마지막 양심

똑같은 단맛에 탄산은 더 강하고 깔끔한 식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주는 행복감을 좋아하는 만큼 모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대체당을 처음 알게 된 계기도 '건강한 단맛'을 고민하면서 였으니까요. 지나고 보니 제로 슈가의 트렌드는 예견된 일이었더라고요.


팥앙금을 팔고 싶었던 일화로 예견된 트렌드를 기록하며 제로 슈가 트렌드 역행자의 마음을 들려드립니다.










# 설탕보다 건강한 단맛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취업을 할까, 장사를 할까 잠시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사업 아이템이요? 네, 팥앙금입니다.


뭐든 정성이 깃들어야 더 맛있을 뿐이지 팥앙금은 재료도 간단해요.

적두, 설탕, 소금이 전부랍니다?

저는 풋내기 바텐더였잖아요. 재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시그니처 레시피가 없다면 재미없죠.

온갖 재료를 바꿔보고 맛을 탐구했어요.






단맛이 주는 행복감과
건강을 동시에 누리고 싶은 마음


팥 농부님을 찾아내 까치팥, 연금팥 등 팥을 종류별로 사서 끓여보고,

소금도 죽순, 구운 소금같이 여러 가지로 바꿔보고.

특히, 단맛에 대한 고민이 제일 깊었어요.

김치에 단감을 넣는 것처럼 지혜롭게 건강한 단맛을 추구하고 싶었거든요.

비정제 설탕, 조청을 시작으로 수수, 칡, 양파, 곶감... 별별 걸 다 넣어봤어요.

나름대로 동의보감도 검색했어요. 팥의 찬 성질을 보완해 줄 따뜻한 성질의 재료가 없을까-하고요.


그리고 깨달았죠.

아, 역시 오리지널이 깔끔하고 제일 맛있네.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단맛을 추구하던 팥앙금 티라미수가 맞습니다.




한 번만 더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경쟁사 조사를 하면서 '스테비아'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앙버터를 좋아하는데 고지방·고당이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스테비아 팥앙금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라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죠.


어떤가요?

제로 슈가 트렌드를 키운 작은 날개짓이었던 것 같죠?





#하지만 역시 오리지널이죠


저는 좋은 음식은 자연에서 온다고 믿어요.

수크랄로스,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 감미료는 출처 미상의 치트키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건강한 단맛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니요. 꼭 필요하죠.

맛과 건강을 겸비한 음식을 누가 마다할까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열풍이 제로 슈가예요. 제로 슈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3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하나, 마시는 걸 좋아하고

둘, 건강 관리를 위한 마지막 양심이라고 믿고

셋, 더 맛있대요.


정확히 저와 반대되는 취향을 가졌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WHO에서 과다한 인공 감미료 섭취를 조심하라는 경고했을 때 드디어 지원군이 도착한 기분이었답니다.


제가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이유요?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불쾌감'이에요.


인공 감미료(대체당)를 사용한 음료는 늘 끝맛이 좋지 않아요. 콜라, 라떼 등 99%의 제로 슈가 음료 모두요.

저만 그런가요?

미뢰를 자극하지 않고 물에 단내가 둥둥 떠서 목구멍을 넘어가더니 끝내는 멀미처럼 울렁거리고 미끄덩한 끝맛과 촉감을 남겨요. 분명 달콤한 음료를 먹었는데 제 뇌를 속이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더 건강하다고 믿지도 않죠. 설탕은 오랫 세월 동안 섭취해 온 음식이고 자연에서 오잖아요.

물론 스테비아도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 아이는 깍두기로 보고 있어요.






# 나에게 솔직해지기


잘 팔리는 상품을 밀어주는 건 시장의 순리이니 제로 슈가가 흥행할수록 오리지널 음료의 파이가 줄어들겠죠. 1970년대에 외화 출혈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대체당을 연구 개발하며 스테비아가 등장했던 것처럼 슈가 플레이션이 장기화될수록 대체당의 사용은 물가와 생산 단가 조정을 위해 점점 더 디폴트 값이 될 거예요.


지금 저는 팥앙금 사장님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음식을 팔고 있지만 트렌드에 제 취향까지 맞출 마음은 조금도 없답니다.

저 자체가 이렇다 보니 가치관이 확고한 장인과 가치 소비를 향한 목소리가 반가워요.


이 일을 하면서 감사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아시나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제 마음이 고객의 목소리라는 순풍을 타고 강력하게 어필되었을 때였답니다.




트렌드가 만든 시장 안에 나를 맞추지 않고
나의 취향에 솔직해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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