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응애

풍선초 이야기(25)

by 리오라

며칠째 몸이 조여오는 것 같고, 갑갑한 느낌이 들어요.

장마철이라 그럴까요? 며칠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싶어 낮잠도 자고, 이 집 애가 주는 물도 불만 없이 꿀꺽꿀꺽 마셨어요. 얼마 전에는 이 집 아줌마 덕분에 비타민 주사도 맞았고요.

그런데도 뭔가 이상하게 가렵고 답답하고, 영 몸이 회복되지 않아요.


문득 예전에 뒷집에 살던 친구가 병에 걸려 한참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설마, 나도 병에 걸린 걸까요? 그래서 풍선이 열리지 않는 걸까요?


순간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물론 파도를 본 적은 없어요. 그냥 사람들이 뭔가 크고 놀랍게 밀려올 때 ‘파도처럼’이라는 말을 쓰길래 나도 한번 써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을 쓰니까 그 느낌이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정체를 잘 모르는 말도 자꾸 쓰다 보면, 꼭 아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뭐, 그건 그렇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아프다는 거예요.

몸이 아프면 몸도 문제지만, 마음이 쪼그라드는 게 더 큰 문제예요.

이건 물을 마신다고 해서 금세 펴지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아무튼, 이럴 땐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야 해요. 그런데 큰일이에요. 이 집 안에 들어와 살게 된 뒤로는 외출이 영 쉽지 않거든요. 내가 밖으로 나가는 걸 들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이런 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하지만 누누이 말했듯이, 나는 말도 하고, 듣고, 외출도 하고, 할 건 다 해요.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은 생각 밖의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믿지는 않는 것 같아요. 생각을 뛰어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일이라 단정 짓더라고요. 믿지 않으면 나야 편하죠.


아무튼, 나는 하는 수 없이 아뽀야를 흔들어 깨웠어요.

“아뽀야, 나 몸이 좀 아픈 것 같아.”

“어디가? 많이 아파?”

“며칠 전부터 그랬는데, 오늘은 좀 더 심해진 것 같아. 내 몸 좀 봐줘.”

“알았어. 볼게....근데, 너 아라크네랑 요즘 자주 놀았어?”

“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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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있잖아, 끈적한 솜사탕 많이 들고 다니는 애. 조그만 애들이 거기 붙어서 울고불고하잖아.

자기가 원래 베를 제일 잘 짰는데, 시샘받아서 거미가 되는 마법에 걸렸다며 떠벌리고 다니는 그 애.”

“아~ 알지. 근데 걔 허풍이 심해서 내가 뭐라 했더니 삐쳐서 요즘은 잘 안 보여.”

“근데… 너 몸에 이 솜사탕은 뭐야?”

“솜사탕?”

“응. 살짝 맛봤는데, 달진 않네. 이상하다. 이게 뭐지? 안 되겠다. 심오를 불러야겠어.”

“그 정도야?”

“그냥 있으면 더 아플 것 같아. 근데 어떻게 부르지?”

“걱정 마. 나랑 얘랑은 잘 통해. 금방 올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마법처럼 심오가 집으로 들어왔어요. 보통은 한참 자기 할 일을 하다가 나에게 오는데, 오늘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내게 다가왔어요.


“엄마, 이거 왜 이래?” 심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어요.

“뭐?”

“우리 풍선이한테 거미줄 꼈어. 우리 집에 거미 사나 봐. 나 못 봤는데.”

“어젯밤에 그런 건가?”


뭔가 아라크네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 들고 화면을 오랫동안 바라봤어요.

나는 몸이 아파 죽겠는데, 딴짓을 하다니. 갑자기 화가 치밀었어요.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아뽀야의 눈짓에 좀 더 참아보기로 했어요.


“엄마, 이거 거미줄이 아닌 것 같아…… 큰일이야. 우리 풍선이가 아프네. 큰일이야!!.”

“왜? 뭔데?”

응애…… 래.”

응애?


그건 갓난아기가 우는 소리 아닌가요?……

응애라니. 혹시 아라크네의 솜사탕을 보고 응애라고 부르는 걸까요?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요? 내 울음소리랑 관계가 있는 걸까요?


“…진드기이긴 한데. 그런데 저기 봐, 오렌지자스민은 더 심해……”


나는 심오의 말에 얼른 오렌지자스민 쪽으로 눈을 돌렸어요. 뭔가에 꽁꽁 싸매인 것처럼 미동도 없었어요.


“응애 잡는 약이 파나 봐. 사 와야겠어.”


“그래서 풍선이 열리지 않았구나.” 이 집 아줌마가 뭔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어요.


“그런가 봐,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심오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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