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어질어질할 정도로 모든 것이 변해가는 한해이다. 우연히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결혼을 해버렸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게 있을지 의문스러웠고 괴로웠는데 갑자기 결혼이라는 새로운 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옆에 있는 남편이 가끔은 낯설기도 하고 무를 수 없는 결혼의 무게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남편이라는 존재가 귀엽고 고맙다. 가끔 속 답답할 때도 있지만 빈틈없이 나를 보살펴주고 돌봐주는 남편의 섬세함이 항상 감동스럽다.
우리는 아직 안싸웠는데 싸울 일이 전혀 없었던건 아니다. 나는 불편한 감정을 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가끔 힘들 때도 있다. 내가 좀 마음에 담아두는 것들도 있고 혼자 살짝 자책하면서 우울해하는 것들도 있고... 그러다 남편 얼굴보고 그냥 마음이 풀리는 경우도 있다.
건건이 해결해나가기보단 이렇게 두루뭉술 섞여서 넘어가고 있다. 아마 남편도 그렇지 않을까... 뭐가 좋은 갈등해소 방법인지는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약 없이도 일상은 잘 흘러가고 있다. (임신 준비 때문에) 끊은지 두달 넘었는데 아직까진 괜찮다. 그동안 인생을 바꾸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감정선은 평온하다.
연애와 결혼이 주는 안정감도 한몫 하는 것 같다. 끝이 없었던 외로움이 사라지면서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결혼준비를 하면서 현실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많다보니 현재 집중적으로 살게된 측면도 있고. 남편이 감정기복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라 내가 영향받고있는 것도 큰 것 같다.
가끔 ADHD 약이 그립긴 하다. 집중해야 되는데 집중이 어려울 때... 이럴 때 약 한알이면 집중 빡 되는데 라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서...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확실한건 뭐가 됐든 함께할 동반자가 생겼다는거. 우리가 손을 맞잡고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