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6개월이 지났다. 결혼하면 뭔가 다른 세계로 진입할 것만 같았는데 내 인생은 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건 변함이 없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남편과 나는 저녁이면 같은 공간에서 2시간 정도 보내다 각자의 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새벽엔 각자 출근해서 회사생활을 한다. 그러다 주말엔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인생이 합쳐졌다는 느낌은 없다. (이건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함께 해나갈 퀘스트들은 있지만 소소한 것들이고 기본적으로 각자 인생은 각자 책임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 논문을 남편이 써줄 것도 아니고 내 이직을 남편이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내 고민들은 내 고민들로 남아있다. 내 감정, 내 생각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도 매일 혼자 세수하는 것처럼 나만의 몫이다.
한동안 결혼이 뭔지 모르고 우당탕탕 살았는데 요즘은 다시 나에게로 중심이 돌아온 느낌이다. 내 마음을 잘 돌보고 내 삶을 잘살고 내가 원하는 것들에 좀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자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걸어가지만 발 밑을 지나는 길은 다르다.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싶은 걸까. 나는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