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임시 비서가 되었다. 원래 있던 자리가 비면서 새로 사람을 채용하기 전까지 일이 넘어왔다. 내가 전담하는건 아니고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차 내가기, 설거지하기 같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활동가로서 손님을 접대할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때는 사람을 환대하는게 중요한 일이었다면 지금은 잡무를 하는 기분이랄까.
좀 이상하다. 내가 실제로 행위 하나하나를 할 때 느끼는건 사실 좀 다르다. 나는 차를 따르는 단순한 동작을 하면서 만족스럽고, 설거지할 때는 평온함을 느낀다. 그 두가지 외에 다른 본격적인 비서 업무는 임시 비서가 할 필요는 없어서 나머지 시간엔 개인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좋다. 월루 생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습을 내가 아는 누군가가 보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크게 보면 이게 지금 내 인생의 딜레마같다. 나는 만족스러운데 부끄럽기도 하다는 것... 답은 정말 뭘까...?
요즘 이걸 느슨하게 고민하다가 다시 열심히 살기로 했다. 그 질문을 던질만큼 내 삶이 여유있는건 아니라서... 공부도 하고 먹고 살 직업도 계속 만들어야 하고.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