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연애한 지 12년 차, 결혼 6년 차.
작년만 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결혼기념일이 올해는 유독 와닿았다.
4와 5의 차이는 한 끝이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졌다.
우리는 5주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있는 시간에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고
남편이 고르고 골라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간만에 예쁜 옷을 꺼내 입고 구두도 신고,
점심 한 끼에 398,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왔다.
결제 영수증을 받았을 땐 순간 아찔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긴 했지만 용기가 과했다..
식당을 나와 집에 올 때까지 남편과 나는 좀 전에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서 신나게 대화를 나눴다.
(마치 이 대화를 위해 그곳에 간 것처럼..)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 음식은 좋았는데 저 음식은 별로였다. 이건 어디가 더 좋았다 등등
우리 둘만 진지한 방구석 미식 평가는 계속됐다.
한참 얘기하다 보니 웃음이 터졌다.
"자기야 그거 생각나지.
대학생 때 가던 삼겹살집.
일 인분 가격이 3,900원이었잖아.
추석 전에 거기서 고기 먹고 둘 다 식중독 걸려서 연휴 내내 약 먹고 화장실 들락거렸는데.
지금 우리는 삼십 구만원 짜리 밥을 먹고 와서 그걸 평가하고 앉아 있네?
갑자기 기분 이상해..."
생각해보면 십 년 전 우리는 3,900원짜리 삼겹살도 자주 먹지 못했고,
식중독에 걸린 뒤로도 그 집을 계속 갔다.
그 가격에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많지 않았으니까.
한 번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만나 근처 삼겹살 집에 들어갔다가
일 인분에 만원이 넘는 가격을 보고 21살, 23살의 우리는 "진짜 비싸다" 속삭였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으며 행복해했던 우리가 결혼을 하고,
이젠 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셋이 밥을 먹는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간에 무뎌지지만
이번 결혼기념일은 과거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맞닿은 것만 같아서
더 뜻깊다.
우리 많이 컸다
앞으로도 열심히 쑥쑥 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