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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잉 Oct 26. 2022

외롭거나 혹은 고독하고 싶거나

결혼


3세 남아를 키우면서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혼자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하루 온종일 있고 싶다'


몸이 아플 땐 이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말문이 트여 궁금한 것 투성이인 나의 아들은 

"이건 뭐야?"

"엄마가 얘기해봐"

처럼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원래 대화 나누는 걸 참 좋아하는 나지만

말이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최근 목감기에 걸렸을 땐 정말,

자발적 묵언수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아이가 동요에 눈을 뜬 관계로 

쉼 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얼마 전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고민하며 나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면 뭐가 달라져?"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쉬워도

이렇게 직접적인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막상 나 조차도 결혼 전에 이렇게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서

그 대화가 끝나고도 오래 그 답을 고민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을까?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서 지낸 나에게

결혼하지 않은 시간은 조금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나와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그리워했겠지.

때론 텅 빈 방의 공허함을 느끼며 잠들었을까.


그래, 가장 큰 차이는 외로움이었을 것 같다. 


지금은 외롭지 않으니까. 

오히려 고독을 즐기며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외롭진 않지만 함께 하기에 힘든 점도 있다. 

혼자일 땐 내 몸 하나 잘 간수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아이, 남편 그다음이 나다.

매일매일 아이의 모든 것을 챙겨야 하고

이 집안의 많은 것들에 내 손길이 다아야만 한다. 


오늘도 똥기저귀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아이가 마신 요구르트 병, 남편이 마신 소주병의 비닐을 뜯으며 

말 그대로 현타가 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그리던 게 이게 맞나.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를 향해 달렸던 걸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말이 많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도 열심히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던 내가,

이젠 입을 꾹 닫게 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는 

이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나 자신을 무겁게 내려놓는다. 


고독이 필요해..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이력서 몇 개를 넣었다 떨어졌을 때도 

혼자였다면 며칠을 우울했을 일인데 

단 삼십 분도 혼자 이 우울감에 젖어 있을 수 없었다. 

아이를 붙잡고 엄마가 회사에 떨어져서 우울해라고 설명할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엄마, 우리 방에 가서 놀까?"로 시작해 

잠시도 날 가만 두지 않는 아이 덕에(?) 우울할 틈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가장 달라진 점, 

혼자가 아니라는 것.


혼자가 아니라서 의지할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외롭지 않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서 100%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집중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 


정답은 없지만 

친구의 질문에 이제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롭거나 혹은 고독하고 싶거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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