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세 남아를 키우면서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혼자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하루 온종일 있고 싶다'
몸이 아플 땐 이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말문이 트여 궁금한 것 투성이인 나의 아들은
"이건 뭐야?"
"엄마가 얘기해봐"
처럼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원래 대화 나누는 걸 참 좋아하는 나지만
말이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최근 목감기에 걸렸을 땐 정말,
자발적 묵언수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아이가 동요에 눈을 뜬 관계로
쉼 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얼마 전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고민하며 나에게 물었다.
사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쉬워도
이렇게 직접적인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막상 나 조차도 결혼 전에 이렇게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거 같아서
그 대화가 끝나고도 오래 그 답을 고민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을까?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서 지낸 나에게
결혼하지 않은 시간은 조금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나와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그리워했겠지.
때론 텅 빈 방의 공허함을 느끼며 잠들었을까.
그래, 가장 큰 차이는 외로움이었을 것 같다.
지금은 외롭지 않으니까.
오히려 고독을 즐기며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외롭진 않지만 함께 하기에 힘든 점도 있다.
혼자일 땐 내 몸 하나 잘 간수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아이, 남편 그다음이 나다.
매일매일 아이의 모든 것을 챙겨야 하고
이 집안의 많은 것들에 내 손길이 다아야만 한다.
오늘도 똥기저귀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아이가 마신 요구르트 병, 남편이 마신 소주병의 비닐을 뜯으며
말 그대로 현타가 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그리던 게 이게 맞나.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디를 향해 달렸던 걸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말이 많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도 열심히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던 내가,
이젠 입을 꾹 닫게 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는
이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나 자신을 무겁게 내려놓는다.
고독이 필요해..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이력서 몇 개를 넣었다 떨어졌을 때도
혼자였다면 며칠을 우울했을 일인데
단 삼십 분도 혼자 이 우울감에 젖어 있을 수 없었다.
아이를 붙잡고 엄마가 회사에 떨어져서 우울해라고 설명할 것도 아니고..
머릿속에는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엄마, 우리 방에 가서 놀까?"로 시작해
잠시도 날 가만 두지 않는 아이 덕에(?) 우울할 틈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가장 달라진 점,
혼자가 아니라는 것.
혼자가 아니라서 의지할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외롭지 않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서 100%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집중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
정답은 없지만
친구의 질문에 이제야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롭거나 혹은 고독하고 싶거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