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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타로 Nov 30. 2018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하프클럽'의 성장비결

'권성훈' 트라이씨클 대표 인터뷰

현재 규모가 큰 국내 패션 대기업은 대부분 온라인 몰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과 유통몰도 모두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한다. 오프라인 상권을 이커머스가 빠르게 대체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각개전투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백화점 및 가두점에서 선전하던 브랜드가 그만큼의 빛을 발하지 못한다. 대기업들도 어떻게 하면 통합 온라인몰의 트래픽과 회원수를 늘릴 수 있을지 고심한다.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기존 시장의 강자보다 신흥 강자의 존재감이 더 뚜렷하다. 회원수 300만을 돌파한 무신사, 미국, 일본, 중국 시장에도 진출한 W컨셉, 강남역 한복판에 편의점형 매장을 만든 29cm 등의 성장이 눈에 띈다. 패션 브랜드 아울렛 쇼핑몰 '하프클럽'과 유아동몰 '보리보리'는 매출과 회원수 면에서 독보적이다. 하프클럽은 매일 30만명, 보리보리는 20만명이 방문하는 패션 커머스 사이트다. 이들의 총 회원수는 600만 명에 달한다. 전국민 10명 중 한 명이 가입한 셈이다. 이들을 운영하는 회사가 바로 '트라이씨클'이다.


2001년, 온라인 쇼핑몰의 태동기에 창립된 '트라이씨클'은 패션 전문몰로 상승세를 타다가 최근 4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매출이 매해 역성장했다. 그랬던 회사가 2015년에 LF에 인수되고 나서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에 60억, 2016년에 88억 적자를 낸 다음 해인 2017년에 10억의 흑자를 만들었다. 그 턴어라운드의 중심에 LF e-영업사업부장 권성훈 대표가 있다. 하루는 LF몰, 하루는 트라이씨클을 오가며 종횡무진 바쁜 그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흑자전환의 비결을 묻기 위해서다. 


“처음엔 저도 힘들었어요.” 권 대표가 소탈하게 웃으며 말한다. “2016년도에 여길 처음 왔을 때, 당시 회장님이 저에게 ‘야, 이거 살릴 수 있겠냐?’ 이러셨어요. 그런데 인터넷기업은 한번 고꾸라지기 시작하면 턴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옆에서 많이 봐왔거든요. 주저를 많이 했어요.”


그가 이끈 변화의 핵심은 MD 체질변화다. 온라인 비즈니스일수록 좋은 상품을 팔아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게 평소 밝혀온 그의 지론이다. 그만큼 상품을 소싱하는 MD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한다. “공공연하게 MD위주, 영업위주, 상품위주, 이런 말을 하고, 상품과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머지에게도 돌아갈 게 없다, 그러니 이쪽에 조금 많이 주력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말을 공식석상에서 해요. 그러다보니 경영지원, 마케팅, IT 이쪽 라인이 저를 별로 안 좋아하죠.”



데이터 기반의 상품 소싱, 가라앉던 회사를 살리다


그는 '트라이씨클'이 원래 상품 소싱이 강한 회사였다고 평가한다. 권 대표 본인도 MD출신이기 때문에, 시너지는 남달랐다. 그는 MD들에게 데이터 기반의 영업을 하라고 강조한다. 지난 시즌에 반응이 좋았던 상품에 대한 데이터를 늘 숙지하라고 조언하고, 상품별 UV(순방문자수)도 수시로 체크하라고 권유한다. “유통 몰에서 제일 중요한 게 상품 소싱이에요. 물량을 선점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이런 영업들을 많이 한단 말이죠. ‘우리 계속 거래해왔으니까, 이번에 행사하는데 특가 좀 줘요.’ 그런데 데이터 공부가 많이 돼있으면, 이런 영업이 가능하다는 거죠. ‘지금까지 이런 상품들이 UV(순방문자수)가 좋았으니, 이런 상품들 위주로 입점하자.’ 데이터로 무장하면, 업체와의 협상력 자체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또한 MD들에게 매출이 아닌 공헌이익의 개념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액에서 매출과 함께 늘어나는 비용인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공헌이익이 커질수록 이익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떤 업체가 우리에게 공헌이익이 높은지, 공헌이익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수수료를 받을지, 쿠폰지원을 받을지 아니면 광고비를 받을지. 그런 걸 계속 생각하도록 유도했어요. 실시간 관리시스템도 구축했죠. 이제는 제가 매출을 강조하면 MD들이 먼저 ‘대표님, 매출을 올리려면 쿠폰을 이만큼 더 써야 되는데 그럼 공헌이익률이 그만큼 떨어져서 안 됩니다’라고 해요.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굉장히 달라졌어요.”


업체와 상생하는데 있어서도 데이터는 필수다. '트라이씨클'이 입점 업체에게 받는 수수료율은 15%다. 비교적 저가의 수수료를 받는 대신 판매를 극대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선 MD 한명 한명이 마케터가 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은 상품과 고객을 잘 찾아 연결시키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과 상품을 매칭해 최대의 판매를 이끌어내는 게 그가 생각하는 진짜 상생이다. 그 역할은 물론 MD가 한다. 이쯤 되니 MD가 핵심 인력인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희회사 출신 MD들은 다른데서 서로 데려가려고 해요. MD 사관학교에요.” 그의 웃음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온라인몰, 성과 나타날때까지 투자하라


“이미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 사의 환경에 맞는, 현재 실행 가능한 디지털 구조개선을 즉시 실행해야 합니다.”


10월에 열린 한국패션포럼 주관 글로벌패션포럼에 연사로 나선 권성훈 대표가 한 말이다. 3,000억 규모 LF몰과 올해 거래액 2,300억을 달성한 '트라이씨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수장의 말이라 파장이 컸다. 발언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한번에 잘되거나 죽지 않아요. 지금 투자하면 나중에 서서히 올라와요. 그런데 지금 투자를 안하고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죽어요. 결국 작은 것부터 실행해야 해요. 각 회사의 환경에 맞게 작은 것부터 조금씩. 그렇게 하면 늦더라도 성과는 나게 돼 있어요.”


‘변화와 혁신은 큰 게 아니다’라는 게 핵심 메세지다. 각 회사 환경에 맞게 작은 걸음부터 떼라는 것. LF몰도 초기에 신규 회원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현재 매출의 비결이다. 그러나 초기의 투자가 오늘의 성과로 나타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자사몰을 운영하는 패션회사들에게 ‘오래 투자해주고 오래 견뎌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투자를 접으면 안된다. 최소 5년은 투자하고 지켜봐야 천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게 그가 지켜본 온라인 비즈니스의 생리다. 더구나 패션은 제조업이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라는 얘기다.


당장 자사몰에 고객이 없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그는 제휴몰에 일단 제품을 판매해서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을 자사몰에 조금씩 투자해서 키워나가라고 말한다. 현재 자사몰 매출 비중이 10%밖에 안되더라도, 그 10%를 어떻게 내후년에 30%로 늘릴 것인지 전략을 세우라는 것. 


“트라이씨클도 나름대로의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화가 있어요. 이커머스 기업이니까 이미 디지털화가 돼있을 거라고요? 저는 앞으로 할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매출을 늘리는 하나의 팁은 사입 제품과 자체 생산 (PB) 상품을 활용하라는 것. 그러나 '트라이씨클'은 이들 상품의 비중을 항상 10% 내외로 유지한다. 나머지 90%의 공간은 입점 업체를 위한 공간이다. "PB상품에 너무 올인하면 업체들이 떠나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에요."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온라인 커머스 비즈니스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직접 상품을 사오거나 만들더라도, 브랜드를 통한 소싱이 메인이 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도 디지털화 시켜야


올 하반기, 권 대표가 총괄하는 LF의 온라인몰 LF몰이 가상피팅 시스템을 선보인다. 홈페이지에 AI 추천 탭도 추가할 예정이다. AI 추천은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의 이미지에 올라오는 다량의 이미지를 AI가 분석해서 트렌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이다. 가상피팅은 본인의 사이즈를 입력하면 화면의 아바타를 통해 직접 피팅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일련의 혁신적 움직임을 통해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도 메세지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온라인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온라인 대 오프라인의 매출 비중이 60대 40을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디지털화에 투자하고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매장이라면 이 40퍼센트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여러 가지 방법을 예시로 들었다.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을 지나가면 쿠폰을 보내준다든지, 매장에서 TV 화면을 통해 옷을 피팅하거나 컨텐츠를 즐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실행하라’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오프라인 매장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나하나 실행하라는 것이다. “이미용 업체도 판매 채널이 많이 바뀌었죠. H&B 스토어와 온라인 위주로 재편이 되고 있잖아요.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무너지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요. 패션회사는 몸집이 커서 그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해오던 걸 고집하면 미래는 누구도 장담 못해요. 실행해야 해요.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걸 차근차근 해나가야 해요. 그럼 분명히 성공합니다. 나도 모르게 이미 돼 있을 거라니까요.”


“실행해야 해요.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걸 차근차근 해나가야 해요. 그럼 분명히 성공합니다. 나도 모르게 이미 돼 있을 거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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