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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미썬 Jul 30. 2022

책을 인쇄하기까지!

[오늘도 책을 만듭니다] 20

배열표 작성

전지 한 장에 양면으로 16페이지가 인쇄된다. 버리는 종이가 생기지 않도록 16페이지 혹은 8페이지, 정 안 되면 4페이지를 기준으로, 즉 16, 8, 4의 배수로 페이지를 맞춘다. 교재는 보통 앞부속은 로마자로, 본문은 숫자로 페이지를 지정한다. 배열표의 1페이지가 책의 1페이지가 되는 게 아니므로 몇 대에 몇 페이지가 오는지 인쇄용 배열표를 작성한다. 

필름으로 출력할 때만 해도 배열표를 반드시 작성해야 했다. CTP출력을 한 이후로는 배열표를 생략해도 된다고 해서 작업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직한 회사에서는 배열표를 쓰고 있었다. 인쇄소에 따라 편의를 봐주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배열표를 쓰면 인쇄 시 사고 가능성이 낮아지는 건 확실하다. 

     

최종 데이터 검판

마지막으로 저자와 상사에게 최종 검토를 요청한다. 최종 컨펌을 받으면 인쇄소에 PDF를 전달한다(상사가 검토하는 최종 PDF가 인쇄소에 넘길 PDF인지, 인쇄소에서 최적화한 PDF인지는 회사마다 달랐다). 후우ㅡ 그제야 화장실을 간다. 책을 마무리하는 날은 언제나 똥줄이 탄다. 

“이상 없습니다! OK요!”

편집자와 디자이너 모두 OK이다.

“세모 출판사 동그라미 책 데이터 확인했습니다! 수정 없이 최종 OK입니다. 그대로 진행해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이 전화를 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만약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 페이지만 전달하고 교체 진행을 부탁하면 된다.      


인쇄 감리

인쇄소는 대부분 일산과 파주에 몰려 있다. 회사가 서울일 때는 내 책이 인쇄되는 장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회사에서도 굳이 편집부가 움직이는 걸 원하지 않아 제작부에서 모든 책의 감리를 봤다. 특이사항을 미리 이야기하고 신경 쓸 부분을 설명했다.


감리는 최종 데이터가 종이에 인쇄될 때 샘플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작업이다. 책 표지와 저자 등 앞부속이 포함된 1대(16p)를 가장 많이 확인한다. 특별히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페이지가 포함된 대수를 미리 요청하면 인쇄소에서 준비해준다.

회사가 파주로 이전하면서 인쇄소도 가까워졌다. 그때부터 제작부에서는 항상 담당 편집자와 함께 감리를 갔다. 내 책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으면 대기실에서 나와 인쇄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커다란 창고에서 웅장한 모습을 뽐내는 인쇄기가 아찔했다. 대화가 거의 안 들릴 정도의 소음 때문에 정신이 없다. 소리괴물이 나와 먹잇감을 노리는 느낌이다. 조금만 있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잉크 냄새도 난다. 모든 것이 혼란한 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일하는 분들의 건강이 절로 걱정되는 곳이다.

처음 감리를 볼 때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그래서 표지 디자이너를 관찰했다. 경력이 많은 디자이너들은 한 번 보고도 기장님에게 이것저것 요청했다.

“황좀 더 올려주시고요. 적이 너무 강해요. 내려주세요.”

으잉? 색이 다르니까 조절하는 건 알겠는데 도무지 내가 원하는 색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리송했다. 무슨 색을 빼고 무슨 색을 넣어야 원래 보던 색이 나오는지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두 번째 감리부터는 인쇄할 책 일부를 프린트해서 가져갔다. 작업하던 색감과 맞추려면 그 방법뿐이었다. 감리를 갈수록 표지 디자이너와 인쇄 기장님이 알려주는 팁이 쌓였다. 표지와 속표지 색을 맞추고, 전지 가장자리에 표시된 색상 막대의 농도를 활용했다. 점차 감리도 즐거워졌다.

텍스트가 대부분인 단행본은 굳이 감리를 보지 않았다. 1도로 작업한 책도 표지만 본다. 이에 반해 의학책은 대부분 4도 컬러였고, 일러스트와 방사선 사진 때문에 감리를 꼭 봐야 했다. 감리를 봐도 책 한 권이 그 색상으로 통일되어 나오지는 않았다. 밤샘 작업으로 넘어가면 인쇄 작업자가 바뀌어서 잉크 조색과 작업자의 기술도 바뀌었다. 인쇄를 거듭할수록 인쇄기에도 잉크가 쌓이니 색이 조금씩 변하는 걸 신경 써서 조절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제본을 받았을 때, 책 한 권의 색이 모두 같거나 색이 있는 글자가 여러 겹으로 나뉘어 보이지 않고 하나로 보일 때 환호한다. 

“팀장님! 책 잘 나왔어요!! 핀도 잘 맞고 색도 다 똑같아요!!(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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