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출근길, 나만의 호흡 공간 만들기

피로한 목요일 아침, 탁한 공기와 섞인 냄새로부터 내 기분을 지켜내는 법

by 이지현

만원 전철, 감각이 포위되는 시간

타인의 온기와 섞이는 출근길의 피로

아침 일찍 현관문을 나서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곤 하죠. 빽빽하게 들어찬 대중교통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 순간, 우리의 감각은 사방에서 밀려오는 타인의 존재감으로 빈틈없이 포위되고 맙니다. 누군가의 패딩에서 묻어나는 바깥의 찬 공기, 덜 깬 아침의 무거운 숨결, 섞여드는 낯선 샴푸 냄새와 커피 향까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출근길의 흔한 풍경일 테지만, 초민감자에게 이 공간은 수많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감각의 전쟁터와 다름없습니다.


한 뼘의 개인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밀집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신체적 온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뿜어내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피로감까지 고스란히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지각하지 않으려는 누군가의 조급함이나 간밤의 피로를 채 풀지 못한 누군가의 무거운 기운이 내 피부에 직접 닿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의 감정 기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이 시간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쾌함보다는 피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다가오기 쉽습니다.


선택할 수 없는 자극들 속의 무력감

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은 이 좁은 공간 안에서 쏟아지는 자극들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거나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듣고 싶지 않은 날카로운 전철의 마찰음, 피하고 싶은 타인의 체취,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피할 도리 없이 그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견뎌내야만 합니다. 감각의 통제권을 온전히 환경에 내어준 채 서 있다 보면, 알 수 없는 무력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합니다.


시각과 청각, 촉각이 쉴 새 없이 외부 데이터에 반응하느라 뇌는 아침부터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인데, 모니터 앞에 앉을 즈음이면 이미 하루치 체력을 절반 이상 소진한 듯한 묵직한 탈력감을 마주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숨을 참는 사람들, 멈춰버린 호흡

방어 기제로 작동하는 얕은 숨

이토록 혼잡하고 불편한 공간에서 우리의 몸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방어 수단은 바로 호흡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주변의 탁한 공기나 낯선 냄새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거나 얕고 짧은 호흡을 이어가게 됩니다. 흉곽을 크게 열어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대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산소의 유입량을 본능적으로 줄여버리는 것이죠.


이러한 얕은 호흡은 외부의 불쾌한 자극을 차단하기 위한 몸의 영리한 보호 작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출근길 내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점차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됩니다. 뇌와 근육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머리는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고, 생각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지며, 가슴 한가운데에는 묵직한 돌덩이를 얹은 듯한 답답함이 쌓여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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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이로우라 아카데미 이지현 로라원장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뉴로아로마 매소드와 오행아로마 매소드를 창작하여 교육과 컨설턴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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