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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쟁이 초보를 위한 기구설계 꿀팁

13. 방수테이프, 개스킷, 실리콘

 방수방진등급도 알겠고.. 이제 설계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여기서는 IPx7등급을 기준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IPx7 방수를 만족하면 IP6x 방진등급도 통과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낮은 등급들은 IPx7등급 구조가 되어있으면 통과할 확률이 높습니다. (단, IPx5, IPx6등급은 물을 강하게 분사하기 때문에 별도 구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방수설계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수분이 침투할 ‘확률’을 줄이는 것입니다. 


 물은 생각보다 좁은 틈새를 소름 끼치게 잘 찾아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분이 침투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멍이나 나사산을 만들어야 한다면 제품내부로 관통되는 구조보다는 한쪽이 막혀있도록 하는 것이 수분침투 확률이 적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방수구조만 사용하기보다 2중, 3중으로 방수를 하면 그만큼 수분이 침투 확률은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내부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방수를 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개스킷과 방수테이프, 실리콘에 대해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스킷(Gasket)

개스킷은 가능하면 R값을 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형이면 최고죠)

 개스킷은 고무나 실리콘처럼 탄성이 있는 재질로 제작을 하며 보통 면과 면이 만나는 공간에 배치하여 사용합니다. 이때 개스킷의 반발력으로 기구 내부의 기밀성을 유지합니다. 반찬통, 액션카메라의 배터리커버, 자동차 엔진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수구조입니다. 개스킷은 탈부착이 필요하거나 재조립이 쉬워야 하는 구조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개스킷의 반발력을 이기고 고르게 눌려야 하기 때문에 개스킷 주변에 많은 고정구조가 필요합니다.(Locker, 나사 등)  따라서 그만큼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개스킷을 만들기 위한 금형을 제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단순한 구조라면 십만 원 단위의 목형을, 3D형상이면 백만 원 단위의 금형을 제작해야 함.) 

 또한 적당한 눌림량과 개스킷의 경도를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방수성&조립성의 적절한 지점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눌림량이 많으면 모든 지점에서 개스킷이 눌릴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만 반대로 반발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고정구조 근처만 잘 눌리고 나머지는 오히려 잘 안 눌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개스킷 재질의 경도를 낮추어 말랑말랑하게 만든다면 반발력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잘 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도가 또 너무 낮으면 개스킷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자칫 개스킷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방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마찰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한 내구성이 약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탈부착이 필요한 곳에 사용될 개스킷의 눌림량과 경도값은 ‘탈부착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 ‘탈부착감’은 사람마다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품질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회사에 개스킷의 눌림량과 경도의 데이터가 없다면 경도별로 샘플을 제작하여 눌림량을 다르게 하면서 방수성, 조립성, 탈부착감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값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도는 5~10도씩, 눌림량은 0.05mm씩 바꾸면서 테스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형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형상은 가능하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꺾이는 부분의 R값을 최대한 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반발력이 그나마 고르게 작용하여 기밀성이 높이지기 때문입니다. 


방수테이프(Waterproof tape)

 그런데 개스킷이 들어갈 공간이 없는 상황이거나 금형을 만들 예산이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방수테이프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스마트폰이나 액션카메라 분해한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만약 본 적이 있다면 검은색이나 회색 양면테이프로 부품이 붙여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액션카메라와 같은 소형 전자기기는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최소한의 공간으로 방수를 구현해야 합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수테이프입니다. 방수테이프는 강한 접착력을 가진 양면테이프로 보통 면대면으로 만나는 구조에 사용하여 기밀성을 유지하도록 합니다. (IPx7등급 방수테이프 사용 시)

 방수테이프는 목형만 제작하면 되기 때문에 개스킷보다 초기비용이 훨씬 저렴하며 눌림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분해를 위해 열을 가하여 접착성을 떨어뜨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접착성이 강하여 분해 중에 부품이 파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조립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재조립 전에 방수테이프가 부착되었던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형상이 단순히 면대면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형상(예를 들어 ‘ㄱ’ 자로 꺾인 형상)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조립 과정에서 완전히 밀착되지 못하고 미세한 틈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방수테이프의 폭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요? 보통 2~2.5mm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보다 크면 방수가 완벽히 되겠지만 접착력이 너무 강하여 재작업이 어렵게 됩니다. 반대로 폭이 1mm 이하로 너무 작다면 방수테이프를 붙일 때 너무 흐물거려서 양산성이 좋지 않고 또 방수테이프를 타발 하는 과정에서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 불량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만약 폭이 얇은 방수테이프를 잘 붙이고 싶다면 가이드 필름을 이용하여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작업을 위해서 기구물에 분해용 홈을 만들어 핀셋 같은 도구로 기구물을 분해하도록 하거나 나사를 이용해 기구물을 밀어내어 분해되도록 나사산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런 구조가 없다면 방수테이프로 붙은 부품을 다시 떼어내는 것이 매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란트(Sealant)

실란트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스킷이나 방수테이프도 적용하기 어려운 애매하고 복잡한 구조나 매우 작은 공간이라면 차라리 실란트(틈새 메꿈용 도포재)를 도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로 제품 내부에서 사용하며 틈새로 실리콘 등이 채워지면서 기밀성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작업성이 좋지 않고 작업자의 실력 및 도포량에 따라 방수성능이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잘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방법

 자, 그럼 방수설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해 볼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각 IP등급에 맞는 방법으로 테스트를 하는 것입니다. 물을 분사하는 조건이라면 해당 압력과 유량으로 분사를 하고 침수를 하는 조건이라면 직접 해당 깊이로 침수하여 테스트해 보는 것입니다. 간이로 테스트를 하더라도 최소한 조건은 동일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실제 조건보다 조금 더 가혹하게 테스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느 정도 마진을 두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리고 테스트 후 만약 수분이 침투한다면 어느 포인트에서 침투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인데요.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 보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코발트종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과학시간에서나 봤던 코발트종이는 수분과 만나면 색이 변하는 종이입니다. 이 종이를 수분이 침투할 만한 곳곳에 붙여두면 어디서 수분이 침투했는지 찾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설계 팁

제품의 관통홀 구조는 가능하면 없도록

방수구조는 단순할 것

방수테이프나 개스킷이 적용된 부분은 가능하면 면대면으로 만나도록

개스킷의 R값은 가능하면 크게 하고 고정되는 간격이 촘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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