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나 Jan 29. 2019

내가 일할 학교는?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마침내 결정의 날!

날이 밝았다. 막바지 3개의 인터뷰가 촘촘히 잡힌 날. 오늘로써 어떻게든 결정이 되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인터뷰에 나서기 전에 내 이력서를 취업 사이트에서 내렸다. 더 이상의 전화는 미안하지만 노 땡큐~ 이제는 간다고 하는 것보다 못 간다고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학교는 S 중학교.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일전에 선거관리원으로 봉사했던 학교여서 친근한 마음으로 도착했다. 개학을 앞두고 등록하는 날인지 학교가 학부모와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분주한 학교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오피스에 들어가 면담 약속을 말하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내게 전화 건 사람은 남자였는데 마침내 나를 맞아 준 건 여자 선생님이었다. 두 명의 여자 선생님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는데, 편안하게 인터뷰를 유도하며 내 대답에 잘 반응해 주는 분위기 덕분에 나도 더 마음 편히 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갑자기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텐데 괜찮겠냐는 질문에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잘 감수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진짜 그럴 경우 어떻게 하나 약간 겁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냐는 질문에 내가 도리어 물어봤다. 어떤 후보자를 선호하냐고. 그러자 자신은 다 갖춰진 사람보다 열심히 배우려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대답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면서 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말을 마치자 미소 짓는 선생님들의 호감이 느껴졌다. 근무 시간도 나에게 맞춰서 정해 주겠다는 말에 내 마음도 그들에게 더욱 끌렸다.  


서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까 인터뷰를 본 선생님이 나를 자신의 학급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Thank you! I’m excited!” 정말 너무 기뻤다. 두 번째 합격이기도 했다. 그 선생님 역시 내 추천인들과 전화 연결이 안 된다면서 연락을 부탁했다. 급히 메시지를 전했지만 이분들이 마침 다 바쁜 중이었다. 어느 쪽이든 연락해 주겠지 막연히 기대하며 다음 인터뷰에 나섰다. 


그다음 학교는 내게 생소한 이름이었던 B 초등학교. 학교가 리모델링 중이어서 임시로 쓰고 있는 학교를 찾아갔는데, 여기저기 짐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 어수선해 보였다. 빙 돌아서 겨우 입구를 찾아서 들어갔는데, 교장과 다른 두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스듬히 앉아 무심하게 질문을 툭툭 던지는, 내 대답을 경청하는 것 같지도 않은 교장의 태도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도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반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법, 나만의 수업 전략 등을 묻는데 마치 교사 채용 시 묻는 질문 같았다. 좀 당황하며 대답을 하긴 했으나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별로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갑자기 나에게 어느 과목을 가르칠 수 있냐고 묻는데 얼떨결에 “Reading”이라고 하자 “Math는?” 하고 묻는 것이다. Math도 가능하다, 그러자 “고학년은?” 얼떨결에 고학년도 가능하다 했다. ‘내가 슈퍼우먼도 아닌데, 나중에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정직하지 못한 나 자신을 속으로 탓하면서 대답은 그리 해버렸다. 이곳은 근무 시간도 8시부터 3시까지로 다른 곳보다 2시간이 더 길었고, 단순히 수업 보조가 아니라 교사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 같았다.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란 생각이 확 들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학교는 우리 작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매일 아이와 함께 가는 그곳을, 이제 인터뷰를 보기 위해 찾아가게 되다니 느낌이 남달랐다. 아이와 함께 출근한다면 제일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어 기대했던 인터뷰이기도 했다. 도착해 보니 교장이 다른 선생님과 함께 직접 인터뷰를 보고 있었다. 항상 먼발치에서만 보던 교장과 이렇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이야. 그녀는 먼저 일에 대해 소개해 주기를, 신체적 장애가 있는 휠체어 탄 6학년 여학생을 도우면서 담임과 긴밀히 협조하는 일이라 했다. 이어진 인터뷰 질문들은 대략 앞에서 경험했던 질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를 어필하는 말까지 넣어 가면서. 하지만 우리 아이가 이 학교 재학생인 것을 밝힌 이상, 이 사실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었다. 내 영어 실력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 아이 담임에게 내 뒷조사라도 한다면 더욱 자신이 없긴 했다. 하지만 배부른 고민을 하게 된 지금으로선,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는 마음이었다. 


자, 그렇담 나의 인터뷰 성적표는? 이력서를 올리고 6개 학교에서 인터뷰 연락을 받았고, 5군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며칠 사이 각 학교들을 다니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 걸음이 쌓여갈수록 조금씩 솟아나는 자신감은 보너스였다. 연락이 올 곳은 바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와 중학교. 그런데 며칠 후에 뜻밖에도 첫 번째 인터뷰를 본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일반 학급 보조 교사를 뽑는 자리였는데, 내가 후보자 중 한 명으로 뽑혔다면서 교사로서의 자질을 더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제일 준비 없이 치렀기에 내 언어적 한계를 느끼며 후회가 많이 남았던 인터뷰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게 전화가 오다니, 참 신기할 뿐이었다. 인터뷰할 때 내가 영어는 남들처럼 유창하지 않지만 내게는 소외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있노라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도와주겠노라고 했는데, 뒤돌아서서는 내가 왜 그 말을 했을까 부끄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솔직한 내 고백이 그들의 마음에 와 닿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마음에 둔 학교가 있는 데다가 일반 학급을 상대하기엔 아무래도 가르치는 영어 실력이 더 요구될 테니 자신도 없었다. “I am sorry but I’m on the process of hiring for another school.” 다른 학교에서 채용되어 서류 절차가 진행되고 있노라고 말하니, 축하한다며 “Good luck!” 해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있구먼~’ 그렇게 어깨 으쓱으쓱 하며 기분 좋게 전화를 끊었다. 


혹시나 우리 아이 학교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렸는데 결국은 오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고민을 더는 안 해도 되니. 이리하여 압축된 곳은 두 학교. 마음이 끌리기는 두 번째로 오퍼를 준 중학교였으나 그렇다고 이미 고등학교로 가겠다고 한 결정을 번복하자니 심히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교육구 오피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 보니 HR 담당자는 첫 번째 오퍼를 받은 학교와 서류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5개월이 지나 permanent worker(정직원)가 된 후부터는 원하는 학교로 옮겨도 된다면서.  


물론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집에 와서 고민을 해 보니, 아무래도 내가 가기로 하겠다고 한 말은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가고 싶어 했던 중학교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이리하여 내게 처음으로 오퍼를 주었던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것으로 결정한 후 HR 오피스에서 서류 뭉치를 받아 들고 나오는데 마침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과연 그곳에서는 어떤 학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내 실력으로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두근두근, 나의 첫 출근날이 기다려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