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는 남동우 교수님의 임상의로서의 삶과 국제교류 이사로서의 삶을 함께 조명해 보았는데요. 오늘은 개최까지 약 일주일 가량 남은 ICMART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ICMART 개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셨던 교수님께 직접 듣는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 정말 기대됩니다!
ICMART와 한의학의 세계화
Q. 대한한의학회가 ICMART에 정식으로 가입하기까지 약 15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입까지 이토록 긴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가요?
A. ICMART가 결성되게 된 계기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유럽 의사들이 처음 침에 관심을 갖게 되어 중국에 가서 배우고 국제 침술학회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본인들 기준에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중의사들이나 침구사들도 많았고, 동양의 침술 관련 학회들이 행사의 수준이나 발표 내용이 질이 기대했던 것보다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침구의학을 비롯한 통합의학 관련 교육 및 연구 등을 의학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것이 ICMART의 시작이었습니다. 1983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최초로 결성되어 1985년에 이르러 비영리 국제단체로 공식 등록하는 절차를 밟았고, 이후 매년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에서 돌아가면서 학술대회와 총회를 개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 호주 등으로 활동 범위를 점점 넓혀갔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약 80개 회원단체를 거느리고, 약 3만 5천여 명의 의사 회원을 둔 있는 단체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준이 ‘의사들 중심의 단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한국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긴 긴 시간 지속되는 바람에 정식 회원 가입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는 그 당시 한국 한의사들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의 면허 인정, 국내 한의대의 국제 의과대학 목록에 등재 등 한의사의 국제적 지위 확립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이에 더하여 의사들 중심의 학회에서 정식 회원 학회로 인정받기 위한 프로젝트 또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년간 ICMART 학술행사에 참여하면서 수준 높은 발표를 진행하였고, 한국만의 독특한 한의사 면허 제도부터 한의대 교육 과정, 한의사의 진료 영역, 새로운 치료법 등을 소개하는 등 학술 발표를 통해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주력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한국 한의사들은 충분한 의학적 교육을 받고 의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내렸고, 한국에서 교류할 수 있는 상대로는 한국 한의사가 적절하다는 판단 끝에 최종적으로 회원학회로 승인된 것입니다.
Q. ICMART 제주 개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장소 중에서 ‘제주’를 후보로 추천하신 이유 또한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 날씨가 큰 변수이고, 국내 참가자들을 제주도까지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해외 국제 학술대회들이 열리는 장소들을 보면, 교통 및 접근성이 편한 대도시 중심부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유서 깊은 장소나 한적한 휴양지, 유명 관광지 혹은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크루즈 등에서 회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진행하면 사람들을 모으기도 편하고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으니 준비가 훨씬 쉬웠을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논의 끝에 특색 있고 의미 있는 장소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ICMART 회원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을 방문해 보신 분들의 숫자도 적었지만, 제주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하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표적 휴양지인 제주도도 알리고,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들에게 오래 기억에 남을 특색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에서 참가하는 우리 회원들에게는 주말 가족 여행과 동시에 학술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제주도로 준비했습니다. 제주도에는 국제적 행사를 치를 수 있는 MICE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인상적이고 역사에 남을 만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ICMART 회원국내에서 침구 요법이 차지하는 위치나 의료보험 적용 여부, 실질적인 수요가 궁금합니다.
A. 이번에 학술총회에 참가하는 회원국은 35개국에 이릅니다. 그만큼 문화도 다르고 의료 제도도 각각 다르다 보니 한마디로 설명 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ICMART는 의사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보니, 대부분이 자국에서 의료 행위에 대한 제약이 없습니다. 중남미나 유럽의 경우, 의사들이 처방하고 사용하는 침구 치료는 해당 국가의 의료보험제도에 일부 포함되어 있거나 공공의료의 일부인 경우가 많고, 사보험 상품 등을 통해서도 보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은 공공보건의료 범주 내에서는 요통에 대한 침 치료의 경우에만 메디케어, 메디에이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보험에서도 어느 정도의 제약 사항과 함께 보장되기도 합니다.
침구사의 경우에, 의료기관이라기보다는 샵 개념으로 침술원을 개원하도록 되어 있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보험 혜택은 없고 전부 가격도 제각각으로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침구사에 대한 면허 제도가 확립되어 있는 곳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 보험사와 제휴를 맺은 침구사들은 환자나 침구사가 어떤 보험정책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보험 보장 혜택이 각기 다르게 적용됩니다. 침구사 중 일부는 국가 의료 정책 내에서 지원을 받기도 하죠.
실질적인 수요는 많습니다. 미국 뉴욕에 가보면 침구사 자격으로 오픈한 acupuncture clinic이 동네마다 꽤 흔하게 보일 정도로 많이 개설되어 있으며, 직장 의료보험에서 비용이 커버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넘어가서 미국 의사들과 협업하여 환자들을 협진 형태로 진료하는 한의사들도 있고, 팀 닥터로 활동하거나 요양원이나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에 왕진을 가서 침 치료를 시행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암이나 난치성 질환 환자 등을 위한 침 치료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그곳에 취업하여 일하는 한의사들도 보았습니다.
중동의 경우 군인이나 상류층 사회 지도층을 위한 고급 사설 병원에서 한의사를 고용해 한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좋은 호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수지침 위주로 환자들을 보는데 벌이가 괜찮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남아 같은 경우 자국 의료시설이 낙후되어, 혹은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국 한의사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치료 시스템과 실력을 갖추고 해외에 진출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ICMART를 통해 한의학의 정체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해외와는 차별화된 한의학적 침구 요법만이 가진 특성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제가 생각하기에 중국 침구 치료는 좀 더 강한 자극을 많이 활용하고, 비교적 위험할 수 있는 혈자리도 더 많이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 침구 치료는 자극이 약하고, 침도 더 얇고 얕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 표피를 긁기만 하는 치료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딱 그 중간 정도의 자극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치료법이니 가장 적당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의학은 통합의학적 특성이 많이 강화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 의학적 지식과 진단 등을 기반으로 하되 한의학의 고유한 진단법 또한 잘 어우려져 시행되고 있고, 전통 침구 기법과 도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치료 도구도 많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침도요법, 매선요법, 약침요법, 레이저침, 다양한 뜸기구 등이 실제 임상에서도 많이 적용되고 있죠. 이러한 다양한 무기를 토대로, 질환별로 전문화된 클리닉도 많이 발달되어 각 클리닉마다 특징적인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점도 한국 한의학의 가장 큰 강점일 것입니다. 이런 적정 수준의 자극과 안전성에 대한 강점, 새롭게 개발된 다양한 치료 도구들을 활용하여 질환별로 전문화된 치료 프로토콜을 가지고 해외에 알린다면 한국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ICMART 대회에도 참가자들이 직접 눈으로 침도요법, 매선요법, 약침요법, 추나치료 등의 시술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라이브 세션을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초음파, 뇌파, 맥진기, 홍채진단기 등등 다양한 진단 기기를 활용한 한의 진료 시스템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한국 한의학만의 역사부터 사상의학을 비롯한 다양한 체질의학과 같은 고유의 이론, 사암침법을 비롯한 침구 치료 이론 등도 외국 의사들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세션도 다양하게 구성하였습니다.
Q. 이번 ICMART에서 가장 기대되는 발표나 연사가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A. 보통 한의학 학술대회라고 하면 한의사와 한의학 관련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분들 위주로 비교적 폐쇄적으로 개최되는 것이 보통인데요. ICMART의 경우 의사들 중심의 학회를 표방하고 있어서 일견 폐쇄적일 것 같은데, 침구 치료를 활용하는 수의사들에게 대해서는 생명 의학(bio medicine)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인정하고 함께 워크샵을 구성하거나 강연자로 초청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Jessica Rychel 수의사를 초청하여 임상 수의 침구학 관련 발표를 청해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침의 효과를 검증하고 기전을 밝히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를 하시고 강연을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분 강연이 가장 기대되는 이유는 난치성 질환인 척수 손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척수 손상을 입은 반려견을 대상으로 침 치료를 시행하고, 마비 증상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동영상을 통해 다 찍어두었다가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동물에게 침 치료를 적용하고 마비가 풀려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람에게 적용한 경우보다도 더 객관적인 침 치료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척수 신경의 침구 치료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으니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공통 질문
Q. 침구과 전문의이자 국제교류이사로서 교수님께서 앞으로 이루시고자 하는 목표가 궁금합니다.
현재까지 교류하고 있는 해외 학회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새롭게 교류할 수 있는 국가를 더 늘려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많은 국가들과 교류하여 대한한의학회가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찾는 학회로 자리잡고, 국내 한의과대학이 유학 와서 공부하고 싶은 학교로서 발전해 가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WHO, ISO TC249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전통 의약 분야에 기여하고 한국 한의학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다음으로 대만드가 만나보았으면 하는 한의사가 있다면?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 딴 안세영 선수 치료를 위해 파리에 가서 경기 기간 중 한의 치료를 시행하신 장세인 스포츠한의학회 회장님을 추천합니다.
Q. 진로를 고민하는 한의대생 또는 한의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학생 때는 한의사 중에서도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었던 사람이라면 한의약의 과학적 검증이나 작용 기전을 밝히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검사키트나 치료기기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 기초 교실에 연구원으로 남아 교수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자생 바이오 연구소, 함소아 제약 R&D센터 같은 연구 기관에 연구원으로 취업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 외에도 화장품 기업, 제약 회사 등에 취업해서 한방 관련 제품 개발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연구에 관심은 있는데, 임상 진료 쪽에 더 관심이 많다면 대학병원에 남아 수련의 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임상 연구에도 참여하고 임상 교수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대형 한방병원에서도 기관 IRB를 설치하고 부속 연구소를 두어 임상 연구를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이나 식약처에서 취업하여 한의 관련 정책적인 부분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의사 출신 공무원, 변호사나 판사분도 계십니다. 임상에 종사하더라도 개인 한의원에서부터 프랜차이즈 한의원, 다양한 규모와 전문 분야의 한방병원, 요양병원, 국립의료원, 국립재활원, 보건소 진료 한의사 등 다양한 형태의 임상의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졸업하고 미국이나 호주로 이민 가셔서 의대 혹은 침구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개원하여 교민들과 현지인들에게 한국 한의학의 우수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의학을 알리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 외에도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거나 콤스타 등을 통해 해외 의료 봉사에 참여하고, 동남아, 중동, 구소련에 해당하는 CIS 국가에 진출하여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진료를 시행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외에도 블로거,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는 한의사들도 있고, 앞으로는 한의 전문 의료 기자도 새롭게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한의학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융합의 시대라고도 하죠? 앞으로도 한의약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와 융합을 한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직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해외에까지 눈을 돌린다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꿈을 꾸고 2~30대에 도전해 본다면 해볼 수 있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임상뿐만 아니라 연구와 국제교류까지, 다방면의 전문가로서 부지런하게 활동하고 계신 교수님께서 해 주시는 조언이 특히 와 닿았던 인터뷰였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신 진솔한 조언이 가슴깊이 와닿았는데요. 우리 모두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노력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다시 한 발짝 나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 주신 교수님께 글 말미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Interviewer. 하늘다람쥐
Writer & Editor. 하늘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