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비만치료 #미병 #임상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던 지난 6월, 대만드는 서울 교대역 근처의 '누베베한의원'에서 옥지명 원장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옥지명 한의사님과 함께 나눈 비만 치료, 미병 분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한의대생들의 진로 고민에 대한 해답까지! 저 6기 플라밍고가 대신 만나고 온 그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약력]
현 누베베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현 대한미병의학회 회장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사 졸업
한방비만학회 정회원
제30대 서울시한의사회 법제이사 역임
INTRO
Q.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방 비만 전문 클리닉인 누베베한의원 강남점의 대표원장 및 대한미병의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의사 옥지명이라고 합니다.
Q. 원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한의원의 위치 특성 상 오후 12시부터 밤 8시 30분까지 진료를 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오전에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때 운동이나 의료진 스터디 준비를 합니다. 주로 오전 10시까지 운동을 하고, 10시부터 12시까지 대략 1시간~1시간 30분의 시간이 있어서 논문을 읽거나 케이스 스터디 자료를 모으거나 합니다. 그 이후에는 집중적으로 비만 진료를 하는 일반적인 임상의의 스케줄이죠.
Q. 12시에 시작하는 한의원이 꽤 생소한데요. 혹시 이런 운영 시간을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저희 한의원이 위치한 강남 교대역, 역삼역 근처는 대부분 이렇게 운영합니다. 이쪽은 오피스 타운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어요. 회사원분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도 편하게 올 수 있도록 하려면 오후 12시~밤 8시 30분이 좋죠. 매일 야간 진료하시는 의료기관도 꽤 있기도 하고요. 위치적인 특성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Q. 학부생 시절 원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이 질문을 받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제가 91학번인데 당시는 아직 한의약이 제도권 내에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였어요. 그러다보니 약사법 개정, 한방공중보건의 제도 등을 도입하기 위해 한의계 내부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고, 저 역시도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특히 한의학이 변방에 있는 학문이라 대중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많이 느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또, 저는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컸던 학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강의도 여러 개 찾아 듣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었습니다. 지금처럼 논문이나 한의학, 의학 정보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이라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스스로 하면서 더 배우려고 했던 것 같네요.
돌이켜보니 제 학부 시절은 사회와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정적이고 흥미 있던 시간이었네요.
졸업 후 진로와 대학원
Q. 졸업 이후의 활동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졸업 직후에는 공중보건의로 3년간 근무하고, 그 이후에는 바로 개원을 했습니다. 관절질환, 소아청소년 질환, 건강 증진 등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동네 한의원을 용산 쪽에서 12년 정도 운영했고요. 임상 경험을 쌓아가면서 한약 처방과 제형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임상을 하면서 제형이 변화되어야 한약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원외탕전실도 함께 운영했어요.
진료를 10년 넘게 해보니 다양한 질환을 보는 것보다는 한 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6년에 누베베 한의원을 개원하여 비만이라는 단일 질환만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앞에서 얘기했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졸업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임상에 나와서는 한방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제도가 우선적으로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경험을 쌓고,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첫 활동은 2010년에 당시 협회에서 근무하던 선배의 권유로 제31대 서울시한의사회 법제이사직을 맡았던 것입니다. 활동을 하면서는 EBM(Evidence-based medicine, 근거중심의학)과 근거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과정을 밟았어요. 그리고 당시 지도교수님의 학회 활동을 도우면서 ‘대한미병의학회’의 창립 초기부터 전반적인 실무도 해왔고요.
Q. 말씀을 들어보니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모두 해보신 것 같아요! 혹시 말씀하신 것들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활동은 어떤 것인가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열정도 컸기 때문에 유독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던 것 같네요. 저는 EBM과 관련하여 한의학적인 근거를 창출하는 활동이 가장 애정이 갑니다. 어쨌거나 환자분들에게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줘야 학문이 발전하고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상의로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EBM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Q. 개인적으로 임상과 석박사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대학원 진학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혹시 병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로컬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환자분들께서 치료의 타당한 근거에 대한 질문을 하시거든요. 이전의 한의계는 명확히 설명드릴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고, 저 또한 논문과 과학적 근거의 중요성을 현실 속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상황이라 EBM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또 좋은 기회가 와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진료, 사회활동, 원외탕전실 관리, 아이들 교육 등 몇 가지 활동을 병행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떻게 그 많은 활동들을 다 할 수 있으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지금 학교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냥 하는 거죠. 사실 고민이나 생각은 평소에 하는 것이고, 기회는 왔을 때 바로 잡아야하거든요. 저는 그런 기회가 오면 10분도 고민하지 않고 결정합니다. 바로 결정해서 실행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과 사유를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Q.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을 얘기해주신 것 같아요! 그러면 이 석박사 과정을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하시나요? 실제 임상에서, 또는 한의대 졸업 이후의 삶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추천하죠. 저는 박사라는 학위를 ‘논문을 스스로 쓸 능력이 있는 사람’의 의미로 생각하거든요.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논문도 여러 편 써보고,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겨서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계획하며, 분석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들 덕분에 진료가 훨씬 수월해지고, 임상 수준도 높였다고 생각해서 진료에도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아요. 덕분에 진료 자체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도 굉장히 높아졌고요. 또, 이런 사고방식이 진료 이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석·박사 과정이 단순한 학위 취득보다도 삶의 방식과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값진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로도 많이 권유하고 있고요.
Q. 석박사 과정은 어떤 교실에 들어가는지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교실을 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우선 본인이 석박사 과정을 통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게 있어야 해요. 저희 교실에도 대학원생이 10명 넘게 있었거든요. 근데 진학한 목적들이 모두 달랐어요.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활동을 하는 거죠. ‘석박사 과정’이라는 건 형식을 얘기하는 것이고,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는 결국 각자의 몫이 되는 거겠죠. 그러나 어떤 생각과 목적을 가지든 간에, 석박사 과정은 어떤 내용이든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큰 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교실을 선택한 기준은 ‘관심사’였습니다. 저는 한방 진단을 많이 어려워했고, 그만큼 관심도 많았어요. 만약 제형이나 약리쪽에 관심이 많으면 당연히 약리학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고, 비만 등의 내과 질환 자체에 관심이 많으면 내과쪽으로 가는 거죠. 본인의 평상시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석박사에 대한 고민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기 삶의 꿈이 있어야 해요. 한의사라는 직업은 일종의 디딤돌에 불과하거든요. 지나보니까 적성을 찾는 것이나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은 경험을 통해 찾아지는 게 아니에요. 디딤돌을 바탕으로 직접 자기가 결정해야 돼요. 자기가 결정하지 않으면 아마 평생 못 찾을 거예요.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한방의 대중화’가 저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거든요. 한방이 굉장히 우수한 학문인 것 같긴 한데, 그 우수함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잘 모르겠고. 사람들에게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든 대중화가 되어야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고. 왠지 자꾸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제 꿈을 한의학의 대중화라는 개념으로 결정한 거예요.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임상에 나와서도 계속 들었거든요. 그러다보면 이 일에 합당한 기회들이 나타나고, 또 스스로도 그 일에 대해 합당한 알고리즘, 방법론을 세우게 돼요. ‘제도적으로 보건소에 한의사가 없다.’, ‘환자분들께 명확한 설명을 하고는 싶은데 보여줄 자료가 없다.’ 이런 식으로 해나가야 할 것들이 눈에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되거든요.
근데 일단 꿈이나 사고방식의 깊이가 없으면 그 다음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래서 우선 꿈을 정하면,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일 거예요.
Q. 진행하신 연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앞에서 말했듯이 꿈을 정하고 나니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였어요.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당시에는 환자를 많이 보고, 한의학으로 인류 건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하고 싶었거든요. 이런 연구는 임상의가 되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진료를 보면서 환자분들이 어떤 내용을 궁금해 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는지를 기반으로 연구를 할 수 있거든요. 물론 대학원에서도 많은 연구와 실험을 했지만, 이런 연구들은 한의원에는 없는 계측 기계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한의사들이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연구는 2가지 정도 있는데요. 살을 빼는 데 있어서 ‘의지’, 학문적으로는 자기 효능감이라고 표현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체중 감량이나 감량 효과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서 외국어로 된 설문지들을 번역하고,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타당도 결과가 유의하지 않게 나와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데, 연구라는 것이 항상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실감했던 계기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또, 정상 체중 비만에 대한 연구도 기억에 남는데요. ‘정상 체중 비만’은 체중은 적정 BMI에 해당하지만, 체지방률은 30~35%를 넘어가거나 근육량이 미달인 분들을 말해요. 정상 체중인 분들이 내원을 하면 자신이 살을 빼야하는지, 실제로 한방 치료로 살이 빠질 수 있는지, 부작용은 없을지 등의 내용을 궁금해 하셔서 관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직접 연구를 해보니 정상 체중 비만은 복부 비만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더라고요. 또, 근육량에 비해서 체지방이 많으니까 오히려 일반적인 비만 환자들보다 심혈관 질환의 리스크도 크고요. 그러다보니 정상 체중 비만 환자분들은 생활습관 관리나 가미태음조위탕처럼 대사 촉진 효과가 있는 약을 통해서 근육량을 늘리고, 여기에 식습관이나 기본적인 관리를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한방 치료가 딱 맞죠! 그래서 지금까지 봐왔던 마른 비만, 정상 체중 비만 환자분들의 차트를 쭉 분석해서 논문을 썼어요. 이렇게 진료 기반으로 쓰인 논문이 한의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이고, 한의학의 미래가 더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 답변에서 언급된 각 논문의 초록입니다. 자기효능감 연구는 '식이 자기효능감: 한국어판 체중 효능감 생활습관 설문지(K-WEL)의 타당도 및 신뢰도 연구'라는 논문을, 정상 체중 비만 연구는 '정상 체중 비만 성인의 체지방 감량을 위한 한약 처방의 활용: 후향적 차트 리뷰'라는 논문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들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플라밍고
Q. 원장님의 연구들 중에서 설문지를 활용한 것들이 특히 많았었는데요. 실제 임상이나 변증 과정에 있어서 이런 설문지가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비만은 이미 변증 설문지도 공인되어 있을 정도로 변증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분야인데요. 일반 한의원들은 계측 기계들이 많지도 않고, 아직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AI 등의 전자장비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선 한의원들이 응용할 수 있는 건 설문지 정도예요. 양방의 정신의학과와 비슷하죠. 그래서 이런 한의원의 특성 상 공인된 설문지를 사용하는 것이 진단의 객관성과 환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설문지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했고, 저희 교실에서도 관련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네요.
대한미병의학회, 미병에 대해서
Q. 독자들에게 미병이라는 분야가 매우 생소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미병이 정확히 어떤 분야인지, 특히 예방의학과의 차이를 위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방의학은 질병을 미리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미병은 질병 이전 단계에서의 몸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예방의학은 건강한 사람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미병은 건강과 질병의 중간에 있는 상태, 즉 아건강을 다루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새 자동차가 출고될 당시의 엔진 성능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저하되는 것처럼, 우리 몸도 질병은 아니지만 성능이 떨어질 수 있죠. 미병의학회에서는 이 개념을 '성능 중심의학'으로 표현하여 성능에 대한 개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능이 한계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고장이 나거든요.
또, 미병이 양생법과 같은 한의학적인 특성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예방의학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미병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대한미병의학회 초대 회장님이신 박영배 교수님께서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셨는데요.
교수님께서 경희대한방병원에서 미병클리닉을 운영하시며 환자를 진료하기도 하셨고, 대학원 강의에서 생기능의학에 대한 개념과 미병의 중요성에서 대해 자주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네요.
Q. 한의학계에서 미병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학문적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 이 학문이 체계적으로 발전되어있지는 않기 때문에 학회를 새로 만들게 된 것도 있는데요. 한의학계에서도 미병 및 미병이 가지는 한의학적 특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예시로, 2010년 초반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미병연구단을 출범시켰고, 연구단을 통해서 다양한 미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자료를 통해서 관련 성과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정도가 미병 발전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미병의 발전을 위해서는 특히나 미병의 진단과 평가, 관리 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과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 학회에서도 이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려고 노력 중이고요.
Q.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병에 관심이 많아서 한의대를 진학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배운 미병은 너무 모호한 분야라서 어떻게 진로를 설정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분야가 그렇게 모호하지는 않아요. 비만을 예로 들어보자면, WHO에서 2016년부터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규정했는데요. 비만은 BMI라는 통일된 기준으로 진단하고 동양에서는 BMI 25부터, 서양에서는 BMI 30부터 비만으로 규정됩니다. 비만 전 단계도 이와 마찬가지로 규정이 되어있습니다. 동양은 BMI 23~25가 비만 전 단계에 해당하는 구간이거든요. 이걸 미병 구간이라고 보시면 되고, 고혈압 역시도 고혈압 전 단계가 있죠. 그리고 만성 피로를 6개월 이상 호소하는데 병원 검사 결과에서 아무 이상이 없을 때에도 미병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넓게 보면 치매나 퇴행성 변화와 같은 노화에 대한 부분도 미병 진단 기준을 이용해서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 확립되면 집중적으로 미병이라고 진단을 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간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병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병과 건강한 상태의 중간 단계도 다양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분야를 나눠서 진단 기준을 세울 수 있으면 좋겠죠. 예를 들어서 근감소증에서 근육이 일정 수준 이하로 적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명확한 질환이 있다면 근육량 구간을 가지고 미병 단계를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미병에 대한 진단 기준이 일단 우선적으로 확립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앞으로 그런 일들을 해나가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의학은 평생 관리에 해당하거든요. 미병을 관리하는 것이 의학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핵심은 치료 수단에 있어야 해요.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관리하는지, 또 그 치료 수단을 개발하고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네요.
Q. 그렇다면 현재 대한미병의학회에서 다루고 있는 연구 분야나 진행 중인 활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분야라고 하자면, 너무 넓게 설정하기보다는 허로, 노화, 비만. 이렇게 3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 또 별개로 미병의 진단, 진단평가법까지 연구 대상으로 봅니다. 관련 활동은 학술 세미나와 학회지 위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회지 같은 경우에는 지금 1년에 한 번 발간하고 있고요. 2023년에는 KCI 등재 후보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2020년 창간호에서 ‘미병 개념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을 실어 미병 개념에 대해서 정리를 했고, 제2권에서는 ‘미병과 사상의학’, ‘미병과 기침’ 등을 다루었습니다. 또, 중국에서 미병을 피로와 연관짓는 것에서 착안하여 제3권에서는 ‘중국의 피로성 미병 진단기준’이라는 논문이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학술 세미나는 1년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위주로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허로, 노화, 비만의 3가지 분야를 통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한의비만치료와 누베베한의원에 대해서
Q. 비만에 있어서 한의학적 비만 치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첫 번째로는 환자 개개인의 비만 원인과 체질을 함께 고려해서 치료하고, 생활습관 교정이나 양생을 중시하는 한의학적 특징이 잘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고 건강 증진을 도모할 수 있어요. 이게 제일 중요하고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는 비만에 활용되고 있는 한약처방들, 주로 마황이 가미된 약들인데요. 양약에 비해서도 감량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성이 뛰어납니다. 물론, 한약은 한의사들의 진단과 처방, 관리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효과가 좋은 약일수록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의 관리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고요.
마지막으로, 비만은 만성질환이거든요. 흔히 ‘요요’라고 말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 장기적인 치료,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의학으로 비만을 치료하면 내성의 우려가 낮은 한약과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하므로 장기 치료 및 관리에 적합하기 때문에 한의학이 상당히 적합하고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최근 한의 비만 치료와 관련해서는 어떤 경향성이 있나요?
비만 환자분들은 사실 효과를 따라 다니세요. 환자분들이 치료 효과를 보더라도 주변에 소문을 많이 내시는 편은 아니라서, 직접 여러 치료를 해보시고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을 직접 선택하시는 경향이 큽니다. 한의원들도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제형의 변화, 정량화, 그리고 개별 맞춤 처방, 이렇게 3가지 방면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치료 효과가 뛰어난 한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한약은 맛이 쓰다, 보관이 불편하다 등의 단점이 있어 잘 지켜지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저희 한의원에서도 제형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현재는 정제 형태로 처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약재가 식물이다 보니 유효 성분의 양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정량화를 하면 일관되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니 꽤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죠.
그런데 이런 부분을 신경 쓰더라도 환자들마다 조금씩 특성이 다르잖아요. 마른 비만도 오시고, 고도 비만도 오시고. 환자 개개인에 따라서 맞춰줄 수 있는 개별 처방 관리가 또 중요하죠. 한의학은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으니 계속해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특징이 있을까요?
비만 치료에 있어서는 한방 치료가 한 획을 긋고 있거든요. 상당히 대중화되어 있기 때문에 점차 내원하는 환자들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같은 청소년들부터 예전에는 다이어트에 관심도 없던 50대 이상의 장년층 남성분들. 특히 노년 인구가 많아지면서 65세 이상의 노인 비만 환자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만 유형으로 봤을 때에도 마른 비만, 과체중 등 다양하고, 특히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 특정 질환이 이미 있어서 해당 병의 치료를 위해서 내원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것이죠.
Q. 원장님께서 맞춤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 번 강조해주셨는데요. 한의사가 할 수 있는 관리의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실 관리할 수 있는 건 식사량, 활동량, 수면량 이렇게 3가지밖에 없어요. 비만은 특성 상 식이요법이 제일 중요하죠. 특히 만약 환자가 당뇨도 있다면 당 수치가 들쑥날쑥하다보니 식이에 대한 관리를 특별히 더 신경 써야겠죠. 치료를 시작할 때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고 그 다음에 주기적으로, 자주 체크를 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관리에서 특별히 더 복잡한 건 없어요. 오히려 초진 때 환자분의 생활습관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사람부터 반면 다섯 끼를 먹는 사람까지 식습관이 현대화되면서 너무 다양해졌거든요. 환자의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생활 습관 중에서 관리해야할 포인트들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Q. 그렇다면 관리 지도에 잘 안 따를 때 환자를 이끄는 방법이나 원장님의 노하우가 특별히 있을까요?
사실 저도 관리 지도를 잘 따르는 환자와 안 따르는 환자의 차이가 궁금해서 자기 효능감에 대한 연구를 했던 것이거든요. 그만큼 환자를 잘 지도하기 위한 방법이 비만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힘든 케이스들은 자기 의지는 전혀 없는데 와이프나 엄마에 의해서 끌려오신 분들이었어요.
일단 저는 초진 때 왜 살을 빼려고 하는지를 꼭 물어봅니다. 이 때 비만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서 해당 환자가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으면 좋고요. 만약 초진 때 못 잡아내면 재진에서라도 잡으려고 합니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씩 내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재진 때 잡아내려면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해요.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 자기가 원하지 않는데 이루어진다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포인트를 잡기 위해서 환자와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하우라고 한다면, 환자분이 할 수 있는 일을 딱 한 가지만 부탁드리는 거예요. 아까 생활 습관 관리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한 가지를 얘기해서 그 하나가 환자분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 한의원은 지방에 계신 환자분들도 비대면으로 많이 내원하시거든요. 그 중에는 농촌처럼 특수한 환경에 있어 영양학적인 기초가 특히 없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 환경에서 칼로리를 맞추는 방법이나 영양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위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햇반 같은 기성 제품에 관심이 좀 생겼거든요. 요새는 워낙 잘 나오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먹으면 단백질이 몇% 채워지고, 냉동 보관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제품이 있다든지 환자 입장에서 필요할 만한 제품도 많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활동량 같은 경우에도 권장 활동량보다 너무 적은 분들은 일상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가 직접 해보면서 한 가지 방법을 권하는 거죠. 한 주에 3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말씀드리면서 실제로 해보니 효과가 좋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환자분들 입장에서 와닿는 것 같아요. 근거를 여러 개 얘기하면서 한 가지를 제시하고, 현실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방법도 같이 고민을 해주는 것이 제가 가장 잘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환자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다들 살을 빼기 위해서 명확한 목적과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오시거든요. 특히 저희 한의원은 강남에 있다 보니까 그렇게 진료가 힘들거나 어렵진 않은 것 같습니다.
Q. 최근 비만 치료를 주력으로 하는 한의원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그 사이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치료 외적으로 더 신경 써야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치료를 하는 것이겠죠. 치료를 제외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을 때, 관리 시스템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비만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히 한약을 처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기적인 상담, 체성분 변화 모니터링, 생활습관 피드백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감량과 장기적인 유지가 가능합니다. 또 최근에는 카톡이나 전화처럼 비대면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에 대한 피드백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죠. 사실 관리 시스템은 결국 의료진이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비만 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 교육과 의료진 연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도 체계적인 교육과 실무 시스템을 마련해서 직원들이 계속해서 전문성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물론, 환자의 초기 또는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한의원 인테리어, 치험 사례 공유, 분석 리포트지 제공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당연히 갖춰야하고요. 의료진은 한의학적 비만 치료의 근거를 강화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꼭 논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내 연구나 학술 논문을 쓰도록 해서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하도록 이끌어야죠. 최근에는 저희 한의원의 연구 결과를 보고 오셨다는 분들도 되게 많아지셨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노력이 곧 한의원의 경쟁력과 장기적인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베베 한의원의 관리 시스템과 관련된 사진입니다. 누베베 케어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을 활용하여 환자 개인별 진료 예약부터 초진 이후의 주기적인 관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플라밍고
Q.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이번엔 조금 다른 질문인데요. 개인적으로 비만 치료를 하시는 원장님들은 모두 마른 몸매와 건강한 느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혹시 이런 외적인 부분이 환자와의 관계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경험 상 환자분들은 학벌이나 외형보다도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더 우선으로 보십니다. 쉽게 말하면 자기를 좋아해주는 의사를 좋아하거든요. 라포 형성을 원하시기 때문에, 말씀하신 다른 부분들로 인해 환자가 내원한다면 그리 오래 가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저희 한의원에는 5~6년 이상씩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은데요. 이 분들과 라포를 어떻게 형성했느냐를 봤을 때,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환자분들께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Q. 최근 한방 비만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당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많이 얘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또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겠죠?(웃음) 저는 한방비만치료를 주력으로 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편인데요. 일단 한방 치료가 비만에 있어서 상당히 우수하기 때문에 치료가 잘 들어요. 그래서 임상가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만은 누구나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분들이 오셔서 절대 진료에서 지루할 일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조언으로 한 마디 해보자면, 비만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통합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체질, 장부 기능, 생활습관, 정서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상가로서의 깊은 통찰력과 환자 중심의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리고 비만 치료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임상가로서 지속적인 보람을 갖게 하는 분야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경영적으로는 신약이나 신기술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한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임상 효과,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환자 맞춤형 접근, 우수한 치료 시스템을 갖춘다면 향후에도 충분한 경쟁력은 있다고 봅니다.
한방 비만 치료는 도전과 보람이 공존하는 영역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분야입니다. 그래서 이 길을 고민하시는 한의대생들에게 끈기 있는 도전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OUTRO
Q. 10년 뒤의 원장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글쎄요, 저는 현재에 집중하는 편이라 10년 후를 깊이 구상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자면 10년 뒤에는 60대 중반이니까 은퇴도 했을 것이고요. 저는 한의사로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다 이루고 살았기 때문에 제 인생의 버킷인 해외등반, 글쓰기나 사진 작품 활동 같은 걸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사실 학창시절부터 해보고 싶었지만 한의사로서의 삶이 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미뤄두고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쭉 한의사로서 살아왔으니 10년 후에는 좀 다른 삶도 살아보고 싶어요.
Q. 원장님이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저는 제가 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비만 질환에 있어 한의학적 치료법이 보다 널리 알려지고 대중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누베베 한의원에 44만 명이 넘는 비만 치료 환자분들이 다녀가셨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누베베 한의원의 많은 의료진과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을 했기 때문에, 한의학의 대중화에 일정 정도 이상을 기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비만을 치료해서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금처럼 진료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또한, 미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이해가 높아져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다면, 조금 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대만드의 공식 질문입니다. 저희 [대신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안 그래도 제가 이 질문을 미리 받고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요. 인터뷰하기 전에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미 다 만나보셨더라고요. 그래도 추천을 해보자면 경희대 고성규 교수님, 동의대 권찬영 교수님, 가천대 김창업 교수님 그리고 한방비만학회 김호준 전회장님 이렇게 4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경희대 고성규 교수님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신 분이고, 동의대 권찬영 교수님은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천대 김창업 교수님은 한의사로서 굉장히 필요한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활동을 하고 계시고요. 평소에 개인적으로 존경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만나면 좋을 것 같아 추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비만 쪽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관련 분야에서 특히 추천하고 싶은 분이 있었는데요. 10년 동안 한방비만학회를 이끌어주시고 학문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뛰어나신 동국대 김호준 교수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도 같이 비만학회를 하면서 회의도 하고 뵙긴 했지만 사석에서 어떤 얘기들을 듣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만약 인터뷰가 진행된다면, 저도 내용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에 필요한 활동을 다양하게 해오신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의대 생활에 대한 열정과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미병이라는 분야에 대해 편집자가 개인적으로 가졌던 의문과 앞으로의 진로의 로드맵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시 한 번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학생들을 위한 아낌 없는 조언을 해주신 옥지명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Interviewer. 플라밍고
Writer & Editor. 플라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