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그림 속, 식물인가?
[식물매거진] BY GREENERY는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식물매거진-그림가드너 코너에서는 명화 속 식물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식물매거진] BY GREENERY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식물이 단순하게 나 대신에 미세먼지를 먹어주고, 우리 집의 인테리어 소품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 달간은 어떻게 쓸 수 있었는데 구정 연휴로 5일을 놀고 보니 또 목요일이다. 어허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이렇게 매주 고민을 해서 글을 쓰면 뭐하나,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하면서도 또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렇게 매일매일 식물 생각만 하다 보니, 내 눈은 마치 M이 되어간다. 녹색 물건만 보인다.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식물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명화 속 식물들이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또 알고 싶어 하는 명화 속에는 꽃, 나무, 정원 등 다양한 식물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어차피 결론은 식물이지만, 명화라는 매개로 식물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보려고 한다. 이런 나의 시작을 응원해주려는 듯, 빈 센트 반 고흐 또한 화가의 역할을 정의해주었다.
테오에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1874년 1월, 빈 센트의 편지 中
반 고흐가 정의한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 화가라면, 그 안의 자연을 한번 더 설명해주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스스로를 '그림가드너'라 칭해본다.(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요즘 네이밍이 너무 재밌다. 작명소를 차리고 싶다.) 그림 속의 가드너가 되어서 직접 그림 속의 꽃과 식물을 바라본다는 의미도 지녔다.
오늘 첫 시간에는 왜 그림과 식물을 같이 엮어내려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그림과 식물을 실제로 봤을 때의 놀라움이다.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뜻한다. 일단 위의 그림을 한번 보고,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 이야기를 들어보자. 1817년, 스탕달은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 전시되어 있는 레니(Guido Reni)의 <베아트리체 첸치>를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며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자신의 일기에 남겼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스탕달 신드롬이 생겼다.
그럼 당신은 이런 경험이 있는가? 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내가 29살이었던 2015년, 나의 20대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시작은 클림트의 키스를 실물로 봐야 한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벽 면을 가득 채운 그림을 보면서 그야말로 스탕달을 경험했다. 아는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에서나 봐왔던 몇 백 년 된 그림들이 내 앞에 너무도 당당하게 그리고 멋있게 걸려있는 모습에 다리가 굳는 느낌이었다. '우와'를 반복할 뿐이었다. 여기에 실제 제목을 아는 명화를 만나고 두 눈으로 그림의 액자와 질감까지 느끼면서 그 기쁨은 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식물. 책이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식물을 직접 보았을 때의 경험도 나에게는 또 하나의 스탕달이었다. 작년 여름 방문한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에서 만난 덕구리난이 그 주인공이었다. (식물매거진은 기승전, 덕구리난) 나도 모르게 펄쩍펄쩍 뛰어가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식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식물들이 많고, 원예용으로 개량된 작은 아이들만 보다가 내 키보다 몇 배는 큰 아이들을 만날 때의 기분은 이로 말할 수가 없다. 나에게 식물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스탕달 신드롬이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식물 앞이든, 명화 앞이든, 나는 마치 꿈에만 그리던 아이돌을 만난 것처럼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러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애절한 눈빛만 보내는 소녀팬이 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 두 가지를 같이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또 하나의 타이틀, 그림가드너가 되기로 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왜 자꾸 일을 만드는가)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도, 또 원예학, 식물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림 보기를 좋아하고, 조그마한 공간에서 식물을 파는 그런 사람이다. 좋아하는 두 가지를 공부하고 또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무조건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림 가드너로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애정으로 조언으로 함께 해주길 바란다.
그럼 다음 편에서는, 그림가드너로서의 첫 역할로서 서두에서도 언급된 자연과 떼놓을 수 없는 작가, 해바라기 화가라고도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그의 그림 속의 식물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당신에게도 스탕달이 함께 하길 바라며.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연구소] 바이 그리너리에서는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 보리둥둥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