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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기 Mar 11. 2021

복귀

한국의 섬들을 둘러보며

안녕하세요. 긴 휴재를 끝내고 복귀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여러 곳을 다니며 거의 안 다닌 곳이 없지만 유독 남해안 섬 지역들은 갈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휴재 기간 동안 가거도, 거문도, 보길도, 노화도, 외나로도, 내나로도, 거금도 등 여러 섬을 둘러보고 돌아왔습니다. 잠깐 둘러보았던 크고 작은 섬들도 많지만 앞에 말씀드린 섬들을 더 오래 많이 둘러보았습니다. 남해안 섬을 둘러본 이유는 도롱뇽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더불어 섬 지역의 도롱뇽들은 어떻게 번식을 하는지에 대한 번식 생태 연구를 하기 위해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거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도롱뇽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거도는 도롱뇽이 서식하지 않는다는 문헌이 있었으나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물론 서울에서 출발하여 마지막에는 서울로 돌아간 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이런 지옥 같은 일정을 끝내고 나서 데이터 정리하고 피치 못하게 부상을 당해서 치료하고 쉬느라 그동안 복귀를 못했습니다.

Google 지도 참조, 그동안 돌아다닌 섬들

남해에 있는 여러 섬들을 돌아다닐 때 배를 왕복 3번 이상은 탔습니다. 바람도 심하고 눈보라 심해서 섬에 갇히기도 하고 더군다나 갇힌 날이 제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생일을 집에서 온전히 보낸 지가 몇 년 전이었습니다. 항상 스펙터클한 생일을 보낼 수 있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동물학자로써 야외와 실험실에 주로 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건 이해합니다. 


돌아다니면서 부모님께서 가장 걱정하시는 건 자는 것과 먹는 것입니다. 사실 내륙에서 돌아다니며 모텔에서 자거나 편의점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섬에서 민박집에서 자고 밥 먹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섬에 갔다 해서 열악한 게 아니라 내륙보다 훨씬 잘 지내게 됩니다. 민박집에서의 메뉴도 항상 바뀌어서 좋았습니다. 가거도 거문도 등에서는 민박집 또는 식당 주인 분들이 잡으시는 어종에 따라 백반에 메뉴가 바뀌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을 때는 새우를 많이 잡으셨을 때였습니다. 국에도 새우가 많고 심지어 새우튀김도 주시니 너무 좋았습니다. 생선도 2마리씩 있을 때도 있었는데 고기가 안 잡히는 날에는 나물만 먹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못 먹어봤던 음식을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매일 날이 좋았던 가거도
가거도에서 처음 민어회를 먹어보았다. 민어 비늘과 부레도 함께 먹었다.
보길도에서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노화도에서 비 오는 날, 찻길에 있는 도롱뇽들이 차에 밟혀 죽지 않게 구하고 멋진 사진을 찍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거문도에서는 주민들 모두 꽁치 손질하고 말리느라 문을 연 식당이 거의 없었다.
눈보라 치고 바람 불어서 결국 거문도에 갇혀있었다.
거문도에서의 마지막 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날로 바뀌었다.
제주에서 본 남방큰돌고래

2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돌아다니면서 아쉽게도 원하는 만큼 데이터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더 기나긴 여정을 계획해야 합니다. 여비는 다행히도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실험실로 소속을 옮기게 되어서 걱정이 없습니다. 물론 홀로 가야 하기에 더 철저히 계획해서 가야만 하기에 다음 달 초까지 휴재를 할까 고민했지만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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