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나라 인도
세계문화체험을 시작하며 첫 나라 인도로 출발하기 위한 분주하고 복잡한 시간을 보냈다. 1년간 비울 집을 세놓고, 가구를 비롯한 엄청난 짐들은 5톤짜리 이삿짐 컨테이너에 싣고 통째로 창고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돈을 지불했다. 매 달 내야하는 보험료 등 은행일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본격적으로 배낭에 짐을 꾸렸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익숙한 것들을 정리하는데는 짐을 내려 놓을 때마다 욕심과 미련을 버려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 항공 비행기에 몸을 싣자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깊은 잠에 빠져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홍콩까지가 금방이다. 원월드 세계일주 항공권의 아시아 스톱오버 구간인 홍콩을 경유해서 다시 뉴델리 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는 터번을 쓴 수염이 난 남자들과 사리를 입은 이마에 빈디를 찍은 여자들이 많았다. 승무원이 커트를 끌고 나와 커트에 담긴 치킨과 비프, 베지터리안 식사를 취향에 따라 선택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서빙을 했다. 치킨과 비프보다는 베지터리안의 식단이 무척 궁금해서 주문해 보았다. 승무원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난 '아마도 무척 맛 있을 거야.' 하고 이미 흥분과 기대로 미소까지 지으며 테이블에 놓인 식기 위의 은박지를 벗겨내고 크게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후회라는 단어도 부족한 엄청난 향신료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정리를 하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하지만 손에 밴 냄새는 여러번의 비누질에도 가시질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손끝을 코가까이에 가져갈 때마다 격한 구토가 일었다. 유난히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댓가 치고 너무 크다는 생각에 무척 억울했다.
뉴델리 공항에 밤10시 20분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하기위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더운 날씨 때문인지 느리게 느껴졌다. 모기들이 많았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중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낯설었지만 여행의 설레임 때문인지 신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 전의 설레임은 긴장과 불안으로 초조해졌다. 인도의 루피로 환전도 하지 않았고, 달러로는 공중전화를 걸 수도 없는데 당황스러웠다. 처음 보는 수 많은 눈빛들은 방금 도착한 외국인의 행동이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공중전화 앞에서 어떻게 걸어야할지 난감해 할 때 대학생인듯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동전을 전화기에 넣고 번호를 달라고 한다. 번호를 건네자 전화를 걸어 바꿔주었다. 이메일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서 도착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바로 출발하겠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와서 친절하게 짐을 들어 준다고 가져간 가방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인도 청년은 전화 통화가 끝나자 상황을 묻고 곧 픽업을 온다고 너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좋은 시간되라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청년의 뒷 모습이 따듯해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