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의 기본기 #04
직업인은 누구나 첫 출근 경험이 있다. 빳빳한 정장을 챙겨 입고, 삐뚤어지게 넥타이를 매고. 설레고 기대되는 경험이면서 동시에 조금은 무섭고 떨리는 경험일 수 있다.
다음 상황을 보자.
[상황]
인턴으로서 로펌 근무 첫날. '리서치 메모'를 정리하는 과업을 받은 이시훈 인턴. 과업을 받은 시간은 4시. 과업의 제출 데드라인은 저녁 8시. 그런데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데드라인인 8시가 다가왔는데... 함께 과업을 받은 다른 인턴들은 모두 제출을 마친 가운데 이시훈 인턴은 아직 제출을 못했다. 결국 8시를 넘겨서도 완성하지 못하였고, 시간은 8시 4분이 되었다.
<신입사원 탄생기 - 굿피플(이하 '굿피플')> 1화의 상황이다. <굿피플>은 채널A의 프로그램으로, 로펌을 배경으로 로스쿨생 인턴 8명의 적응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TV를 잘 보지 않는 필자가 굉장히 오랜만에 TV 앞에서 챙겨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0년차 주니어로서 로펌에 첫 발을 디딘 인턴들의 불안불안한 모습, 참신한 모습이 정겨워 보이고 재미있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처음 일을 하던 시절의 생각이 많이 났다.
여하튼 위 상황은 정말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 신입사원으로서 일을 시작할 때 누구나 겪어보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상사가 이야기한 데드라인에서 4분이 지난 시점. 어떻게 해야 할까?
이시훈 인턴은 8시 4분 시점에 '시간이 걸려 늦게 제출을 할 것 같다'는 요지의 메일을 상사에게 보낸다.
이건 상당히 아쉬운 대응이었다.
아마도 '과제'라는 인식이 있어서 이렇게 대응을 한 것이리라. 하지만 과제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어떤 과업이라도 이런 방식으로 대응을 해선 안 된다. 여기에는 주요한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① 데드라인을 어겼다.
이건 물론 명시적인 문제점이다. 문제는 '왜' 어기면 안 되는가에 있다. 데드라인을 어겼을 경우 발생 가능한 파급 효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 데드라인 엄수가 이토록 중요한 문제일까?
산출물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기한이 지나면 가치가 아예 0으로 변하는 산출물이 있다. 정부기관이 주관하는 경쟁입찰이 있어서 제안서를 제출한다고 해보자. 제안서 제출 일시가 5월 30일 12:00인데 그 기한이 지났다면? 아무리 잘 쓴 제안서라도 애초에 접수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서 작성했건, 퀄리티가 높던 상관이 없는 문제다(이럴 경우 기한을 어길 바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리소스 관리 측면에서 훨씬 좋다).
위와 같이 가치가 0으로 바뀌는 절대적인 기한 이슈가 아니라 하더라도, 협업적 관점에서 굉장한 비효율이 초래된다. 약속한 시점에 약속한 산출물을 후속 작업자에게 주지 못하면 이는 그 사람이 일을 할 시간을 빼앗는 셈이 된다.
이시훈 인턴에게 '리서치 메모' 과제를 준 채승훈 변호사가 딱 8시부터 '리서치 메모'를 검토하고 다음 작업, '소장(訴狀)' 작성을 시작하려 했다고 하자. 채승훈 변호사는 다른 모든 작업을 필사적으로 끝내고 8시에 메일을 켠 상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면?
채승훈 변호사는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굿피플 로펌'이라는 생산라인이 정지한 것이다. 이는 생산관리 용어로는 '로스트 타임(Lost time)'이 발생했다고 한다. 직업인이 극도로 경계해야 하는 개념이다.
이는 두 번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② 시간이 이미 지난 후 메일로 지연을 알렸다.
데드라인을 못 지킬 수는 있다.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숙련된 직업인에게도 힘든 일이다. 변수는 너무나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채승훈 변호사가 이승훈 인턴에게 주는 피드백을 살펴보자.
"누구나 기한을 넘길 수는 있어요. 다음부터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으면 제게 찾아와서 기한을 넘겨도 되는 업무인지 물어보세요." - 채승훈 변호사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다는 가르침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업무의 성격'에 대한 확인이다. 간단한 과업으로 보이더라도 사실은 하늘이 두쪽 나도 8시에 필요한, 유통기한이 있는 업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판단은 주니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두 번째는 '사전 경고'이다. 만약 7시 시점에서 먼저 찾아와서 "8시까지 어려울 것 같은데, 9시에 제출해도 될까요?"라고 물어서 OK를 받았다 하자. 사전 경고가 이루어지면 채승훈 변호사는 그 사이에 다른 일을 계획하여 처리하고 9시에 리서치 메모를 확인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채승훈 변호사가 미리 업무를 조정하고 대응할 수 있는 룸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로스트 타임은 방지된다.
자동차 운전을 생각해보자. 정규적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 고라니가 차 앞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하자. 뒤에는 다른 차가 따르는 상황이라고 하면, 브레이크를 밟음과 동시에 비상등을 켜서 뒤차에 경고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라니는 피하더라도 뒤차와 추돌할 수 있다.
직업인은 자신의 업무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상등을 켜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주니어의 입장에서 이런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상사가 너무 바빠 보여서 말을 걸기 어려울 수 있다.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주니어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선임 실무자~중간관리자급은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다. 하지만 망설일 필요는 없다. 상사의 입장에서 부하직원과 나는 한 몸이며 그의 산출물은 내 책임이다. 부하직원의 업무 진척을 관리해주는 것은 상사에게 있어 우선순위가 높은 과업이다. 방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정 바빠 보인다면 대면으로 찾아가는 대신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내어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메신저 메시지는 정 바쁘면 확인을 나중에 할 것이므로).
또 하나는, 기한을 넘긴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얘기하기 무서울 수 있다. 산출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한 조정이 반가운 소식은 아니긴 하다. 허나 약속된 때에 산출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더 큰 후폭풍이 된다. 어떻게 하면 '누계적'으로, '궁극적'으로 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성이 말하는 바대로 행동하면 된다.
그럼 이시훈 인턴이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답은 위에서 어느 정도 나왔다.
이미 물이 엎질러진, 즉 4분이 초과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했을지를 먼저 보자.
① 물이 엎질러진 후 - 4분이 초과된 시점
이때 할 수 있는 대응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 시점에서 '즉시' 그때까지 작업한 것이라도 보내야 한다.
이시훈 인턴은 아래와 같이 대응했어야 한다.
Step 1. 그때까지 정리된 리서치 메모를 즉시 보낸다. 메일 본문에는 리서치 메모에서 추가로 보완할 사항을 정리하고 재공유 시점을 말한다.
Step 2. 리서치 메모를 보완하여 공유한다.
주니어 시절에 누구나 가지게 되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 그것은 산출물을 꼭 완성해서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이다. 하지만 우리가 업무를 하며 만드는 산출물 중 상당수는 '반제품(半製品)'으로도 어느 정도 기능을 하는 것들이다. 다리 한 짝이 덜 달린 의자는 못 쓸 테지만 손잡이가 안 달린 컵은 쓸 수 있다.
내 산출물이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하게 되는 시점에서는 주저 없이 공유하여 팀의 정보가치를 높여야 한다. 미완성의 리서치 메모라 하더라도, 채승훈 변호사는 그것을 받아 주요한 이슈를 확인하고 소장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터이다.
채승훈 변호사가 그걸 보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부족한 부분을 그 이후에 보완해서 추가로 보내면 된다.
이 관점에서는 임현서 인턴이 훌륭하게 대응했다. 임현서 인턴은 제시간에 과제를 제출했고, 그 이후 자신의 과제를 다시 검토하고 업데이트하여 한 번 더 보냈다. 직업인은 언제나 '퀄리티'와 '속도'라고 하는 두 요소의 Trade-off 관계를 의식하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기한 내 보내 두고 추가로 시간을 들여 고도화하는 것은 퀄리티와 속도를 모두를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는 계책이라 할 수 있다.
② 물이 엎질러지기 전 - 이상적인 업무 수행 방법
일반적으로 주니어들이 빠트리는 업무 프로세스가 있다. 아래의 세 가지 추가하게 되면 훨씬 더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하는 주니어는 굉장한 큰 인상을 줄 수 있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시점에서 세 가지를 모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일잘러'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Step 1. '과제 확인'
Step 2. '중간보고'
Step 3. '사후보고'
[Step 1. 과제 확인] "과업의 목적/범위/예상산출물의 형태를 상사에게 물어 명확히 한다."
<굿피플>에서 이 다음의 과제인 '소장'편에서 과제물을 검토하는 변호사들의 피드백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 과제는 꽤 잘했던 송지원 인턴의 작업물에 대해 '소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작업한 것 같다'는 평을 준 것이다. 이는 과제 확인 단계를 소홀히 한 결과다.
과제를 받아 수행하는 데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그 과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과제를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작업을 하면 아무리 노력해서 완성도를 높여와도 소용이 없다.
군대에서는 '복명복창(復命復唱: Read back)'이라는 게 있다. 상사가 지시를 내리면 그 지시를 그대로 읊어서 말하는 것이다(e.g. "이병 ㅇㅇㅇ, 탄약 일발 장전!"). 이는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수 없이 시행하기 위함이다.
회사 업무도 똑같이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이 이해한 과제에 대해서 말을 하여(Read back) 그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질문을 해야 한다. 약간 복잡한 업무라고 하면 의문점이 해소될 때까지 확실하게 질문하여야 한다. 그리고 업무를 하는 중간에도 한 점이라도 의문점이 생기면 지체 없이 다시 과제 확인을 해야 한다(너무 중요해서 아무 곳에도 안 쓰는 빨간색 하이라이트를 쳤다).
상급자가 바빠 보여서 무엇을 물어보기가 꺼려져서 '이상한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데도 일을 끌고 가는 경우가 있다('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주니어 시절에는 이런 경우가 꼭 있다). 상사가 아무리 바빠도 괜찮다. 직접 부르는 대신 메시지라도 보내자. 다시 말하지만 상사 입장에서 이러한 업무 조정은 우선순위가 높다. 주니어가 잘못된 방향으로 리소스를 활용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보다 급할 일은 상사에게 많지 않다.
[Step 2. 중간보고] "초기 또는 중간산출물을 공유한다."
이건 간단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팁이라 특히 강조하고 싶다.
이시훈 인턴에게 주어진 과제는 4시간 짜리였다. 4시간이면 업무시간의 절반이다. Man-day의 절반이라면 상당한 볼륨의 업무이다. 반일에 해당하는 정도 볼륨의 업무라고 하면 중간보고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초과하는 볼륨의 업무는 반드시 중간보고가 필요하다.
<굿피플>에서는 여덟 명의 인턴 중 단 한 명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럼 중간보고는 어떻게 하는가? 어려울 것 없이 초기/중간산출물을 보내면 된다. 만약에 소장 과제에서 송지원 인턴이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내용을 중간에 공유를 했었다면, '앗, 지원님. 소장이라고 하는 건...'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 바로잡아줄 기회가 있었을 거이다.
여기서 핵심은 가능한 가장 적은 리소스를 투자하여 업무의 전체 윤곽을 볼 수 있는 상태(이 방향이 맞다 아니다를 상사가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서 확인을 받는 것이다. 특히 과업 방향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더 초기 단계에서 작업물을 공유해야 한다. 텍스트로 목차만 정리해도 좋다. 만약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판단할 수 있는 주제라면 50% 정도 완료된 시점에서는 공유하는 게 좋다.
가능한 한 투자된 리소스가 낮은 단계에서 방향성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내가 쓸데없는 노력을 들일 여지를 줄이고 팀의 리소스를 효율화할 수 있다.
중간산출물을 이와 같이 일차적으로는 과제 확인 기능을 하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중간산출물은 그 자체로 산출물로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무 요청자가 산출물을 보고 '아, 이거까지만 정리되면 될 것 같아요. 이제 스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추가로 들어갔을 리소스가 세이브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업무를 참고하여 다음 업무를 진행할 사람이 중간작업물 내용을 보고 필요한 걸 pick-up 해 미리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스케쥴링할 룸을 더 넓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Step 3. 사후보고] "이후 진행될 일을 예측하고 알린다."
이는 필수적인 단계는 아니나 강하게 권장되는 단계다.
'일잘러'의 결정적인 특징은 '주도적'이고 '선제적'이라는 점이다. 한 일을 마치게 되면, 숙련되지 않은 이의 생각은 거기서 끝나지만 '일잘러'의 머릿속에는 다음의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번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데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해야겠다, 이 업무를 했으니 다음에는 이게 필요하겠구나,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겠구나.
'일잘러'는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고, 다음에 무엇이 진행되어야 할지까지 예측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 즉 '주도성'이 높다.
리서치 메모 과제를 보내면서 메일 본문에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줄 수 있다면 아주 좋다(필자는 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예시적으로 쓴 것이다).
[피드백 요청사항]
어떻게 정리해드려야 활용하시기 편하실지 몰라 피드백 요청드립니다. 이 외의 사항도 가감 없이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1. 가독성
어떤 양식으로 작업해야 가독성을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 내용 범위
소장에 제시되는 의견 내용도 포함하여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또는 포함되어야 하는데 빠진 내용/아젠다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3. XXX
XXX
[향후 진행업무]
하기 업무가 이후에 진행 필요해 보여 정리하였습니다. 다른 과업이 없으면 스터디성으로 먼저 진행하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1. 소장 작성
2. XX 판례에 대한 추가 리서치
3. XX
물론 일을 처음 시작하는 주니어가 이렇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원(Associate) 직급에는 아주 강력하게 권장된다. 다시 말하면,
'주도성'의 여부가 'Good Professional'과 'Great Professional'을 가른다.
'다음을 생각하고 먼저 행동한다'는 '주도성'이 사원급부터 내재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은 관리자가 커버할 수 있는 사원수와 업무의 격이 다르다.
이번 화는 굿피플 시청을 계기로 한 번 정리해보았다.
이시훈 인턴의 저 대처는 아쉬웠지만, 필자는 이시훈 인턴에게 가장 공감이 갔으며, 또한 앞으로가 기대되었다. 오래전, 일을 처음 하던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이시훈 인턴의 한 마디가 있었다.
사실 대충 해버리고 내면 시간은 맞춘다. 퀄리티가 좋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선임 변호사 선에서 보완하여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시훈 인턴이 기한을 넘겨서까지 더 투자하여 작업을 했다. 자신의 성에 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 이야기한다면, 이들이 도달할 수 있는 업의 경지란 완전히 다르다.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있는 자는 어찌 보면 괴롭게 일한다. 어떻게 해봐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절감하며 힘들어한다. 모두가 자고 있거나, 쉬고 있을 법한 때에도 일하며 시간은 시간대로 쓰는데 진전이 없어 막막해하기도 한다. 결승점이 다가온다는 두려움과 아직도 이만큼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 미켈란젤로조차 천지창조를 그릴 때 고통을 호소했다고 하지 않던가. 사실은 거기서 붓을 떼고 완성이라고 쳐도 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고통받을 숙명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본인이 원하는 완성도를 달성했을 때, 막대한 성취감이 온다. 그것은 그 작업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며 고통받았던 시간들을 완전하게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그 성취감에 중독된 사람은 완성도에 대한 기준치를 결코 낮추지 않으며 더더욱 높은 경지로 달려간다.
필자는 그런 이들을 좋아하고 응원한다. 이 글을 쓰는 것 또한 그런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어떻게 하면 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필자는 주니어 시절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큰 고통을 받았었다. 사실 현재에도 그 고통은 계속 되고 있다. 이 글은 그 고통을 극복해가며 필자가 배웠던, 지금도 배우고 있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경감해주기를, 조금이라도 성취감을 빨리 느끼게 해 주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