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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y 30. 2020

[생각법] 회의는 길었는데 결론은 없는 이유

01 -'전체'에서부터 생각한다 - '메타적 사고력'

필자는 '프로의 사고방식'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식인 '가설연역법'을 따르며, 이는 일종의 사고 엔진인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다고 이전 화에서 정리하였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는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다. 모호성은 실천가능성을 낮춘다. 우리는 모호성을 해체하고 실천가능한 레슨, 인사이트를 얻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럴 때 모호한 대상을 모델화(Model化)한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7가지 습관이 있다,' '신은 삼위일체다' 등등.

필자는 논리적 사고 엔진을 탑재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논리적 사고'의 세부 범주를 4가지로 나누려 한다.   

메타적 사고력

추상적 사고력

가설적 사고력

목적지향적 사고력


첫 번째는 '메타적 사고력'이다. 메타적 사고력은 전체부터 생각하는 사고력을 이른다.

우리 비즈니스 업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고, 메타적 사고력의 효용을 살펴보겠다.


1. 어느 스타트업의 회의

[상황]
독서모임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에서 아래 주제로 회의가 개최되었다.   

1. 독서모임 모임장에 대한 혜택
2. 독서모임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가 결정

위 [상황]의 회의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아래 [전개 A]에서 살펴보자. 복잡한 회의를 예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 아래는 가볍게 훑어 읽어도 괜찮다.

[전개 A]

1. 독서모임 모임장에 대한 혜택
모임장 유치를 위해 적절한 혜택의 종류에 대해 토론했다. 논의 초반에 '현금 혜택 vs 현금 외 혜택'의 의견이 나왔다.

'현금 혜택과 현금외 혜택' 중 무엇이 중요한지 이야기하다 현금 혜택의 규모로 논의가 옮겨졌다. 현금 혜택을 줄 것이면 얼마가 적합한가? 한참 이야기하면서 10만원? 20만원? '월 20만원이 적합하다'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전개됐다.

그러던 중 "현금 혜택 vs 현금외 혜택 중 무엇으로 갈지를 먼저 정해야하지 않나요?"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하여 현금 혜택의 규모에 대한 논의를 중지하고, 다시 혜택의 종류 논의로 돌아왔다. '현금혜택 vs 현금 외 혜택'.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중략...)

판단 기준을 정리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옵션들에 대한 기준들 이야기가 나오니 조금 정리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옵션들에 대해서는 '혜택의 규모에 따른  모집 수월성 vs 비용'의 기준에서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중략...)

그러던 중 "사실 '실력 있는 모임장 유치 vs 가치에 공감하는 모임장 유치'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 아닌가요?"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렇다, 라고 하면서 판단기준들의 우선순위를 다시 이야기했다.  토론할수록 이 기준이 '모집수월성-비용'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보다 더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였다.
 
(...1.5시간 소요)   

2. 독서모임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가 결정

(...중략/위 전개와 유사...)
(...1.5시간 소요)

→ 총 3시간의 회의 끝에 두 아젠다 모두 결론이 나지 않고, 다음 회의 때 결정하기로 했다.


위 회의의 전개방식 자체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아젠다를 사전에 공유한 것만해도 바람직하다. 많은 경우 '정보공유 회의', '아이데이션 회의' 등과 구분하지 않고 '의사결정 회의'를 아젠다 없이(또는 있다고 착각하고) 진행하고는 한다. 구체적인 업무가 수반 되는 '의사결정 회의'는 사전에 참석자들이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아젠다가 사전 공유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개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면 회의시간을 보자. 장장 3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텍스트로 빠르게 읽은 게 아니라 저 3시간짜리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생각해보자. 끝난 후에 기진맥진해서 실무에 돌아가기도 힘이 들 것이다.

이런 경우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길었다',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들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더 시간을 줄일 수 없었을까? 또는 시간 내 결론에 도달할 방법이 정말 없었을까?

'왜 저 회의가 길어졌는가?'하고 생각하고 예시를 다시 본다면 회의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지점들이 보일 것이다. 메타적 사고력이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인 예시이다. 바로 아래 유형의 지점이다.

A논의 → 미결 → B논의 → 미결 → (다시)A논의


'맴돌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메타적인 사고력을 통해 이와 같은 맴돌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메타적인 사고력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좀 더 쉬운 일상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2. 메타적 사고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 '길찾기'


당신은 서울에 여행 온 여행객이다. 허영만의 <식객>에 나오는 맛집, '사직골'을 찾으려 한다. 사직골의 청국장, 제육볶음의 조합은 서울 제일의 맛이다. 당신은 청국장과 제육볶음을 먹기를 간절히 원한다(스스로를 세뇌해보라).

서울 제일의 청국장 맛집, 사직골

지금 당신은 회현역 부근 먹자골목에 있다. 지나가던 서울 시민을 붙잡고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알려주었다.

[시민 A]
"저 골목길 보이죠? 저기로 들어가서, 쭉 걸어서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세요. 그리고 계속 걸어가면 대로가 보여요. 거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그 오른편의 블록으로 넘어가세요. 그리고 왼편 길을 올라가다 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에 있어요."

이 말을 듣고 한 번에 저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당신은 청국장과 제육볶음을 먹기를 간절히 원하므로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꽤 어려울 것이다.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맴돌이'를 하기 십상일 것이다(여기서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왼쪽이겠지? 아, 오른쪽이었나보다!). 즉 아래와 같이 된다.

A길 → 아닌 것 같음 → B길 → 더 아닌 것 같음  → (다시)A길


길어진 회의 때와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하지만 누구나 스마트폰에 지도를 넣고 다니는 요즘은 아래와 같이 지도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시민 B]
"우선 우리는 여기에 있고, 가시려는 사직골은 여기에 있어요(지도를 짚는다). 사직골은 조선호텔 근처인데, 중간에 있는 한국은행까지 갔다가, 조선호텔에 가서 찾아보면 돼요. 먼저 한국은행은 이 길을 쭉 따라 가면 나오고, 조선호텔은 그 오른편 블록이니까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갔다가 왼쪽으로 가면 보여요."
소공동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외국인들의 길찾기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이 시국 이전에는 그랬다).

이렇듯 길찾기를 할 때 우리는 구체적인 '목적지'를 상정하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과 '경로'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지도는 가능한 경로들을 '절대 관점'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네 길찾기가 이렇게 효율화된 것은 굉장히 최근의 일이다. 10~15분 이내 거리단위, 골목길단위의 지도가 만들어진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골목길과 대로의 사이 정도의 정밀도로 지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멀리 잡아도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본래 골목길 단위는 지도가 아닌 그때그때 필요해 끄적인 약도에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도성도>, 18세기 후반

위 18세기 한양의 도성도를 보고, 당시 한양 최고의 청국장집을 찾아간다고 생각해보자. 엄청나게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임에 틀림 없다.

'지도 없이 길찾기'는 '메타적 사고력 없이 문제해결하기'다. 이때의 문제점, 즉 메타적인 사고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 무엇일까?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된다.  

[문제 1] '가지 않아도 됐던 길'을 가게 된다 = 탐색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이 든다 = '높은 탐색 비용'

[문제 2] '가야 하는 길'에 투자할 시간이 줄어든다 = 최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 '낮은 결론의 질'


두 가지 문제는 연결되는 것이다. 가지 않아도 됐던 길을 가게, 즉 맴돌게 됨으로써 '높은 탐색 비용'이 발생하고, 그렇게 한양 도성을 맴돌아 다니느라 지쳐, 한양 최고의 청국장집이 아닌 3~4번째 청국장집에 간다면 '낮은 결론의 질' 문제가 발생한다.

즉, 역으로 '메타적 사고력'을 발휘하면 탐색 비용을 낮추고, 최선의 경로들에 비용을 투자하여, 높은 결론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

메타적 사고력은 전체에서부터 생각하는 사고력으로써, 이를 통해 우리는 매핑(Mapping)을 하듯 문제의 전체상을 상상하고 문제해결에 임할 수 있다. 비단 회의시간뿐 아니라 업무시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키이다.

3. 메타적으로 사고해서 다시 회의를 해보자!

다시 상황을 보자.

[상황] 독서모임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아래 주제로 회의가 개최되었다.   

1. 독서모임 모임장에 대한 혜택
2. 독서모임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가 결정

당신에게는 메타적 사고력이 탑재되어 있다. 18세기의 지도가 아닌 21세기 지도에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당신이 회의주관자라면 어떻게 준비해오겠는가?

잠깐 생각해보고, 메타적 사고력이 적용된 [전개 B]를 보자.

[전개 B]   

1. 독서모임 모임장에 대한 혜택

회의주관자가 '20만원의 현금 지급'을 하자고 가정해왔다. 그리고 세부 아젠다를 아래와 같이 안내했다.   

a. '20만원의 현금 지급' vs '현금 외 혜택' - 가설인 장단점(회의주관자의 가설은 전자가 유리)
b. 의사결정 기준 논의 - 비용, 모집수월성, 모집 목표하는 모임장의 유형(실력 vs 가치공감)

c. (현금 지급으로 할 경우) 20만원의 적절성 여부

회의주관자는 "'20만원의 현금 지급'으로 할 경우 우선 비용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며, '실력 있는 모임장 모집'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모임장의 동기에 무관하게 모임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높으며, 테스트에서도 모임장의 실력에 대한 컴플레인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등의 근거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의사결정 기준에 대해 논의했다. 세 가지 요건 외에 다른 것도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위 세 가지로 합의되었다.

(중략)

모집을 목표하는 모임장 유형으로 '실력'이 더 중요하다로 합의가 되었다. 하지만 현금외 혜택으로 현재 제휴를 준비하고 있는 여러 브랜드의 행사에 무료참석하게 할 경우, 해당 행사들에 대한 참여도 독려되고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중략)

→ 결론: 현금 외 혜택을 주는 대신에 제휴 혜택을 확대하여 체감 혜택을 높이도록 한다.  

2. 독서모임 멤버십 할인 프로모션가 결정

...(중략/위 전개와 유사)...

→ Max로 잡은 회의 시간 120분 중 90분을 사용하여 두 아젠다 모두 결론에 도달했다.


회의 주관자는 메타적 사고력을 통해 전체 매핑을 미리 해두었다. 무엇을 논의해야할지 알고, 세분화된 아젠다를 가지고 있고, 선택 가능한 옵션을 가지고 있으며, 선택 후 효과를 고려해 가설적인 의사결정을 해왔다. 덕분에 세부 아젠다 간의 맴돌이를 최소화해 효율적인 흐름으로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의사결정 기준에 대해 합의하여 시간 내에 결론에 수렴할 수 있었다.

이 예시에서 재미있는 점은 결과적으로는 회의 주관자의 가설적인 결론과는 다른 결론이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틀린 결론을 상정할 위험이 있다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메타적 사고력을 통해 미리 가설적 결론을 상정하는 것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가설적 결론이 실제 논의 또는 업무 수행을 통해 틀린 결론으로 밝혀지더라도 탐색 비용은 현저히 낮아진다. 미리 결론을 가진다는 것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상상한다는 것이기에, 결론 도달에 기여하지 않는 다른 전제/경로들을 탐색하는 시간낭비를 사전에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전체와 결론을 먼저 생각해(Mapping) 탐색비용을 낮추고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사고력이 곧 메타적 사고력이다.

결론 있는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결론을 미리 내고 회의하라

4. 프로의 사고력, '메타적 사고력'

위 예시는 메타적인 사고력이 발휘되는 일면이다. 메타적 사고력은 광범위하게 작용할 수 있다.

메타(Meta)는 초(超)를 뜻한다. 좀 더 흔히 쓰이는 개념으로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개념이 있다. 메타인지는 인지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지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다(메타적 사고로 의사결정에 대해 의사결정했듯이). 메타인지는 교육학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다.   

메타인지가 '낮은' 학생:  손에 잡히는대로 학습. 제공되는 커리큘럼을 따라 학습.

메타인지가 '높은' 학생:  전체 학습과정과 목표를 인지. 커리큘럼을 의문시하고 최선의 학습법을 찾아가면서 학습.


메타인지는 곧 메타적 사고력이 발휘되는 한 방법이다.

메타적 사고력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적인 사고와 메타적인 사고를 한 번 비교해보자.

일반적 사고 vs 메타적 사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부분을 먼저 생각하고 전체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메타적인 사람은 전체를 생각하고 부분을 생각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내 머리속에서 생각나는대로 상대에게 말한다. 메타적인 사람은 상대의 머리속에서 이해되기 쉬운 방식으로 상대에게 말한다.

메타적인 사람은 다시 말해 좀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원래 좀 이상한 사람들이다. 흔히 '생각의 속도가 빠르다', '큰 그림을 볼 줄 안다', '협업력이 좋다', '우선순위를 잘 파악한다' 등의 평가를 받는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메타적인 사고력이 탑재되어있는 사람들이다.

메타적 사고력은 다른 사고력을 활용하는 출발점으로써의 의의가 있다.

다음 화에서는 논리적 사고를 구성하는 두 번째 사고력, '추상적 사고력'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 논리적 사고의 세부범주   

메타적 사고력

추상적 사고력

가설적 사고력

목적지향적 사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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