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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석이 Dec 30. 2023

미국 vs 캐나다 개발자 연봉 차이

미국 가면 돈 두 배 번다던데...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회사 본사 위치를 따라 옮긴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같은 프로덕트, 심지어 같은 팀원, 상사 그리고 부서에서 나의 물리적 위치만 바꾸는 것이었기에 차이가 별로 없을 줄 알았다. 같은 언어를 쓰고, 밴쿠버에서 차로 3시간만 운전하면 도착하는 시애틀은 생각보다 꽤나 다른 곳이었다. 커리어적으로 다른 점들은 다음 편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 편은 모든 직장인에게 너무도 중요한 급여 차이를 다뤄보려고 한다.

"What's your TC?"라는 말은 현직자들이 회사 이메일을 인증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블라인드라는 앱에서 많이 쓰이는 문장이다. TC는 Total Compensation의 약자로 베이스 셀러리 + 보너스 + 주식까지 모두 합친 총연봉을 말한다. 블라인드 앱에서는 특이하게 모든 글을 쓸 때 자신의 TC를 적어야 하고, 적지 않으면 아무도 답글을 달지 않는다. TC or GTFO는 "Total Compensation or Get the F**k Out"이라는 밈으로 "총연봉을 적거나 아니면 꺼져라!"라는 의미이다. 블라인드의 TC 규칙은 지구의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연봉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미국 개발자 연봉은 캐나다 연봉과 숫자만 비교한다면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 캐나다에서도 고소득 직종에 포함되었지만, 캐나다 달러로 벌다가 미국 달러로 벌게 되니, 머릿속으로는 늘 한화로 환전하여 계산하는 나에겐 똑같은 일을 하는데 연봉이 급 상승한 느낌이다. 물론 높은 미국 물가에 힘들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현재 미국 환율까지 더해지니 왠지 할인받는 느낌이 든다. 


현지 임금을 알고 싶을 경우에 https://www.levels.fyi를 방문하면 통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레벨 61 (중간급 엔지니어, 흔히 SDE 2라고 불린다)의 경우 미국 연봉 평균은 $184,121 캐나다 평균 연봉은 $109.511 (약 144,689 CAD)이다.


이렇게만 보면 미국에서 개발자를 하는 것이 훨 이득 같지만, 각 나라에서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집값 및 생활비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보이는 숫자에 속지 말아야 한다. 나는 캐나다에서는 밴쿠버에 5년간 거주했고 미국에서는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데 실제로 체감하기에는 연봉이 20% 정도 상승한 느낌이다. 이는 연봉 자체가 오른 것도 있지만, 시애틀에 버금가게 비싼 밴쿠버에서 왔다는 점, 그리고 시애틀의 특별한 특징, 주 income tax를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감을 하는 것 같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체감 상승은 더욱더 적어질 것이다. 캐나다는 세금이 높은 대신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회 인프라 시설이 매우 잘 되어있다. 아이들이 많이 가는 커뮤니티 센터의 헬스장, 농구장, 수영장, 배드민턴장, 축구장 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는 느낌이다. 반면 미국은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로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때문에 시설이 낙후되거나 다소 위험한 느낌이 든다.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미국 답게, 대부분의 시설은 프라이빗 시설이고, 고로 비싸다.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면 더 좋은 시설을 최고의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이라면, 캐나다는 80% 정도의 시설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내가 거주하려고 하는 지역의 집값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연봉 18만 불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 중산층의 삶도 살기 어려운 팍팍한 생활이다. 저축을 하려면 무조건 룸메이트를 구해야 할 것이고, 외식도 높은 물가와 기본이 20%인 팁 문화에 힘들 것이다. 반면, 캐나다 오타와에 거주한다고 생각하면 14만 캐내디언 달러로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몇 년간 알뜰하게 저축하면 집도 구매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탄탄한 삶을 중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은가?"에 따라 각자의 선택이 달라진다. 현재 나도 어떤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기에, 이 문제가 남일 같지 않다. 넓고 넓은 북미의 땅에서 마음 붙이고 살 도시와 이웃을 찾는 것, 연봉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마음속에 그려보고, 그에 맞는 나라와 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행복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나도 언젠간 그 답을 찾을 수 있기를! 


Title Photo by Alexander Gre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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