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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석이 Sep 15. 2024

야망을 가지고 큰 꿈을 꾼다는 것

보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나는 내가 보는 것까지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서 보이는 것 밖의 굉장한 일들은 내가 다가가기엔 너무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상상조차 하지 않는 편이다. 13년 전 문과 수능을 치고 경영학과를 지원하는 나에게, "너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잘 산다"라고 누가 말해줬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멀리했을 것이다. 나에게 지난 10년은 새로운 문을 열고,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경험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문이 열리고 또 열려 지금의 내가 되었다. 


2013년 캐나다로 교환학생의 경험은 나에게 문화충격이었다. 캐나다가 지향하는 문화와 가치들은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가왔고, 막연하게 해외에서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 주변 가족이나 지인 중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으며 지내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너무 어렵고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졸업 후 취업을 하며 한국에서 지냈다. 


2018년 캐나다에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러 떠날 때, 예전 캐나다 교환학생 시절 알던 친구들 몇 명에게 물어 캐나다에서는 커리어 전환이 꽤나 자연스럽고 외국인도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용기를 내어 떠나게 되었다. 밴쿠버 작은 로컬 회사에 엔지니어로 취직하여 소소한 일상을 사는 소박한 삶을 꿈꾸며 공부를 시작하였다. 


2019년 캐나다 대학 동기들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빅테크 기업 엔지니어 인턴십 자리를 알아보고 지원하였다. 나랑 매일 같이 밥 먹고 농담하는 친구들이 지원을 하니, 나도 이런 데 갈 수 있나 보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원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인턴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하게 되었다.


2020년 인턴을 하다 보니, 캐나다 빅테크 지사에서 인턴 하는 친구들은 기회가 많고 연봉도 좋은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다들 너무 당연하게 말하다 보니, 아 이런 정도 목표는 다들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친구들이랑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꿈꾸기 시작했다. 빅테크에 입사해서 엔지니어로 성장해야지라고 생각했다.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풀타임 오퍼를 주었고, 비자를 지원해 줄 테니 미국으로 오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나는 오퍼를 수락했고, 비자가 나오는 동안 밴쿠버에서 리모트로 일을 하다 2023년 시애틀로 회사의 도움을 받아 이사했다. 


2023년 회사에 왔더니 나 같은 이민자 출신의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많은 사람들은 리더였고, 존경받는 팀장이었으며,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었다. 심지어 CEO인 사탸 나델라도 인도 출신 외국인인데 그런 회사에서 일하면서 왜 나는 나 스스로 한계를 세게 그어버렸을까. 그때 처음으로 내 생각의 틀이 깨졌다. "나는 왜 이렇게 꿈을 알아서 작게 정하지? 나도 리더도 되고, 팀장도 되고,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스탠퍼드나 MIT를 다녔다면 친구들이 스타트업을 만들고 펀딩을 받고 성장하는 걸 보면서 얘도 하는데 나도 가능하겠는데..?라고 생각하고 회사를 차렸을 것 같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종종 사람들이 이런 질문들을 한다: "요새 레이오프가 많이 일어나는데 외국인으로 취직이 가능할까요?, 제가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해 보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제가 나이가 많은데 괜찮을까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나도 느꼈던 막막하고 어려운 심정, 그리고 두렵지만 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본인 하기에 달렸다. 지금 본인이 꿈꾸는 목표가 다른 그룹에서는 굉장히 당연한 목표로 여겨지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 목표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일단 저지르고 실행하다 보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새로운 문을 여니, 또다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그다음 문이 등장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여러 가지 문이 등장하며 어떤 문을 열지 고민하게 된다. 


나같이 보지 않은 일을 꿈꾸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꿈을 크게 꿔, 야망을 키워"라는 건 참 어려운 임무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의도적으로 잠시 현실 가능성과 현재와 목표의 큰 갭을 잊고, 진짜 이게 말도 안 되는 일인가? 내가 해보지도 않고 단정 짓는 건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왜 안돼? 이거 한 사람들 있잖아. 그럼 못할게 뭐람" 마인드로 꿈을 크게 설정하고,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야망을 키우며, 눈 딱 감고 저지르는 행동을 나에게 허락하자.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길, 거기서 또 흥미로운 문을 찾고 열기를, 그리고 그 과정을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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