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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ul 04. 2022

90대 조각가로부터의 도전.....

이승택의 <언바운드> 전시....

 갤러리 현대의 <언바운드> 전을 벼르면서도 소낙비 때문에, 무더위 때문에 미루며 지내다 마지막 날  다녀왔습니다.


 1960~70년대 시대 상황 속에서 미술로 세상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사고하고, 거꾸로 살아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열고자  했던 노 대가의 야심 찬 비전을 느낄 수 있는, 그의 형형한 눈빛만큼이나  번득이는, 작품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너는 너의 내면의 소리를 들었느냐?!  타인의 길을 따라다녔느냐?!"라고...

이승택 작가님

 홍익대 조각과를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덕수궁 미술관에서 조우한  발이나 돗자리를 엮을 때 사용하는 자그마한 돌인 고드랫돌이 그의 마음에 들어왔답니다. 그의 말을 들어 보죠.

홍익대에 들어가서 사생 차 미대생들이 단체로 방문한 덕수궁 미술관에서 처음 고드렛 돌을 봤어요. 가운데가 움푹 파인 형태였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고향에서는 그런 모양의 고드렛 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집에 돌아와 강가에서 주운 자갈의 가운데를 쪼아내고 노끈을 감아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봤어요. 벽에 걸어놓으니 딱딱한 돌멩이가 실감 나게 물렁물렁해 보이는 게, 이게 내 작업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후 도자기, 책, 지폐 따위도 그런 식으로 묶어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느꼈죠. 어떤 것이든 묶기만 하면 묘하게도 본래의 형상이 새롭고 신선하게 보이는구나
 전시장 내의  작품들


  작가의 일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전날 마무리 짓지 못한 작업을 살피다 아내가 차려주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청하는 식으로 흐른다 합니다. 그래야만 늦은 오후에 맑은 정신으로 문자를 맞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미술사학자 조엔 키는 말합니다.

"There are so many  Lee Seung taeks."

그 의미는 한 사람이 이룬 작업 세계가 그토록 방대하다는 뜻이겠죠.

1950년대부터 기성 조각의 문법에 도전하는 실로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비조각"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습니다.

내년에는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협업해 펼치는 전시 <아방가르드: 한국의 실험미술, 1960~1970년대>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세계에 인정받는 상황을 기뻐하는 작가는 자신의 예술 세계의 원동력은 '반드시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겨야겠다는 일념'이었다고 합니다.

나는 촌스럽게도 애국심이 강해요. 시대가 흐르면서 변화하는 사조 따위의 것을 넘어서 세계 속에서 이승택의 미술을 하려고 70년을 달려온 거예요. 일평생을 '누구 같은' 것, '무엇 같은' 것을 하지 않았어요. 요즘 신문을 보니 상품도 어디 비슷한 것을 흉내 낸 건 안된다고 하더군요. 전혀 새로운 걸 만들어야 팔리지, 비슷한 걸 만들면 안 팔린다는 거예요. 예술은 무엇보다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감동의 제1조항이 무엇이냐면 바로 세계에 '없는 것'을 만드는 거예요. 그게 작품이고, 예술이에요.

 


 더운 날씨에 모든 의욕이 꺾이는 시기지만 이런 전시가 있어 번뜩 정신이 듭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살아오며 나를 묶었던 사건들의 흔적이 얼마나 '나 아닌 나'로 보이게끔 했을까?!


이승택  작가가 '묶음'을 통해 물성의 성질을 다르게 보이도록 시도했다면, 나를 옦메는 보이지 않는 노끈으로부터 벗어나 '나 다움'을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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