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언바운드> 전시....
홍익대에 들어가서 사생 차 미대생들이 단체로 방문한 덕수궁 미술관에서 처음 고드렛 돌을 봤어요. 가운데가 움푹 파인 형태였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고향에서는 그런 모양의 고드렛 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집에 돌아와 강가에서 주운 자갈의 가운데를 쪼아내고 노끈을 감아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봤어요. 벽에 걸어놓으니 딱딱한 돌멩이가 실감 나게 물렁물렁해 보이는 게, 이게 내 작업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후 도자기, 책, 지폐 따위도 그런 식으로 묶어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느꼈죠. 어떤 것이든 묶기만 하면 묘하게도 본래의 형상이 새롭고 신선하게 보이는구나
나는 촌스럽게도 애국심이 강해요. 시대가 흐르면서 변화하는 사조 따위의 것을 넘어서 세계 속에서 이승택의 미술을 하려고 70년을 달려온 거예요. 일평생을 '누구 같은' 것, '무엇 같은' 것을 하지 않았어요. 요즘 신문을 보니 상품도 어디 비슷한 것을 흉내 낸 건 안된다고 하더군요. 전혀 새로운 걸 만들어야 팔리지, 비슷한 걸 만들면 안 팔린다는 거예요. 예술은 무엇보다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감동의 제1조항이 무엇이냐면 바로 세계에 '없는 것'을 만드는 거예요. 그게 작품이고, 예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