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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게 나야

한 걸음 내디뎠더니..

by Pearl K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낯설고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게 딱 맞는 맞춤옷 같았는데, 그동안 걱정과 염려들이 수북이 자라나 몸을 잔뜩 불려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던 그 옷을 다시 입어보고 싶어졌다. 억지로 몸을 구겨 넣어 옷이 터져버리면 어떡하나, 아예 팔조차 들어가지 않으면 어떡하나 머리가 복잡했지만, 고민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이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할 때도 되지 않았어? 누구도 널 가둔 적 없어. 스스로 갇혀있던 껍질을 깨고 나와. 누구도 너의 알을 대신 깨주진 않아. 그건 온전한 너의 몫이야.' 내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를 재촉했다. '그래. 일단 뭐라도 해보자.' 드디어 결심이 섰다.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 보면 결론이 나겠지. 안 되면 어때? 실패하면 어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너만의 방식으로 네가 간절히 원하는 걸 찾아내면 돼.'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마음의 통증 때문에, 아무리 기다려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 때문에 함께 있어도 한없이 외로웠고, 혼자 있으면 미처 흐르지 못했던 눈물이 안에서부터 나를 삼켰다. 울고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은 마를 줄을 몰랐다. 살기 위해서는 다 버려야 했다.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희망도 그저 현재를, 일단 하루를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모든 것을 끊어내고 하루를 그저 살아가다 보니, 이왕이면 그 하루가 행복해지길 바라게 되었다. 그동안은 글쓰기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나의 목마름을 채워줄 새롭고 액티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정말로 나를 살아있게 하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하고 싶어졌다.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기가 막히게도 새로운 학교에서 나랑 닮은 점이 많은 동료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덕분에 막연히 꿈만 꾸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로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뮤지컬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난여름부터 일반인 뮤지컬 극단에서 배우로 작품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이제껏 공연했던 팀 중에 가장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모두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들과 함께 무대 위에 올릴 한 편의 공연을 6개월이 넘게 매주 열심히 준비해 왔다.


이제 한 달 후면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게 된다. 무대에 서 본 적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 터질 것 같은 심장의 두근거림과 설렘,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떨림. 인생의 시간이 더해진 만큼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신인 배우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p.s: 저, 10년 만에 무대에 섭니다!! 보러 와주실 거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뮤지컬 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꼬박 10년 만인 것 같아요.

작품 제목은 <Miracle Island>입니다.


저는 2월 22일 토요일 1회 차(2시), 2월 23일 일요일 2회 차(5시) 공연에 메인배역으로 참여합니다.

공연관람하러 오실 분은 저에게 갠톡으로 말씀해 주세요. 예매링크 보내드리겠습니다.

남은 시간도 더 열심히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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