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을 찾아주는 사람

by Pearl K

오늘 아침 일찍 가족행사가 있어 집을 나서다가 고속도로로 향하는 고가 위에서 잠든 것처럼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목격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잠들지는 않았을 텐데, 저러다가 차에 치여 2차, 3차의 피해를 입을까 봐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했다. 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고 지금 그 냥이가 어찌 되었을지가 걱정이다. 살아있다면 무사하기를. 고양이별로 떠났다면 편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일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큰 카테고리로 나눈다면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강아지들과 자라왔기에 강아지에 대한 애정도가 월등히 높았고, 고양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등에서 조금 무서운 이미지로 늘 등장해서 왠지 모르게 두려워했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바꿔 준 건 첫 번째로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책들을 펴내신 이용한 작가님 덕분이었다. 막연히 무서웠던 길고양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되며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지만 고양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또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김명철 수의사님과 일명 냐옹신으로 불리는 나응식 수의사님의 영상들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가 조금씩 더 올라가는 중이다.


사실 최근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고양이탐정으로 도배되어 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아차 하는 사이에 집을 나가게 되면, 패닉에 빠져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숨는다. 고양이의 습성을 잘 이해하고 꼭꼭 숨은 고양이를 찾아내어 안전하게 집사가 유도하여 돌아오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로 고양이탐정의 일이다. 고양이탐정으로 유명해진 유튜버 "원룸 사는 고양이"님이 의뢰인들의 고양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탐색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의 습성을 얼마나 연구했는지, 그 안타까움을 마치 내 일처럼 생각하는지 보일만큼 한없이 섬세하고 세세하다.


가족처럼 키우던 고양이를 잃어버린 이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양이탐정에게 의뢰를 한다. 짧게는 당일에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이미 며칠이 지나 더 이상 찾을 수 없어 막막한 마음으로 고양이 탐정에게 연락을 하기도 한다. 애타게 찾던 고양이는 주로 집 근처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은 곳에서 발견된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구겨진 채로 겨우겨우 숨어있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너무 슬프지만 사체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대부분 나쁜 사람의 손을 잘못 탄 경우다.


나 역시 가족 같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보니, 소중한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보호자들에게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울먹이기도 했고, 무사히 찾아내고 나면 내 일처럼 기뻐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고양이를 찾아주는 영상을 보고 있다가 어느 날에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잃어버린 고양이들을 무사히 찾아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라 차마 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연말, 여러 차례의 가슴 아픈 이별과 사건들을 겪으며 생각한 것이 있다. 누군가가 한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그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FBI 행동분석팀에서는 연쇄살인범들의 이상행동은 대부분 동물학대로부터 시작되어 인간에게까지 발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물학대와 폭력, 유기를 저지르는 인간 같지 않은 이들로 인해 버려지고 상처 입은 동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한국사회에서는 계엄 이후 나라가 너무도 혼란스럽고 진영을 나누어 서로 죽일 듯이 싸우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상황들을 보며 앞날이 절망적이게 느껴진다. 최소한 한 생명에 대한 존중이 기본 바탕이 되는 사회가 될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안타까움이 점점 커진다.


이렇게 복잡한 마음들을 유일하게 위로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내 일처럼 간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누군가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사람의 영상이었다. 인간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해 주는 것은 결국 한 생명의 가치를 오롯이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닐까?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