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종종 정답이 없는 문제들만 눈앞에 계속 닥쳐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도무지 풀기 힘든 문제들을 몇 년씩이나 마주 보고 있노라면 어릴 때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맨 뒤에 있는 해답지를 슬쩍 들춰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인생은 수학 문제집과는 달리 정해진 답이 없기에, 언젠가 답을 찾을 날을 기다리며 그저 주어진 삶을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이별 앞에서 어떻게 슬픔을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고, 또 어떤 날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날도 있다. 그 모든 시간들이 담담해질 때까지 얼마나 더 오랜 날들을 혼자 속으로 삭여야만 하는 걸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슬픔도,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기를 바라던 아픔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약간이나마 무뎌진다는 걸 안다. 그 모든 시간들이 전부 내 안으로 소화되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데, 어쩐지 가면 갈수록 풀지 못한 커다란 돌덩이들이 점점 무거워지고 그대로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아 답답하다.
겨울의 끝자락이라서인지 얼어붙었던 날씨가 점점 풀리고 있는 요즘이다. 겨울이 가고 추위가 옅어지고 다시 봄이 오고. 계절은 이렇게도 자기가 떠나야 할 때와, 도착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는데 나는 언제쯤 이 미련들을 다 끊어버리고, 마침내 나의 포기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점점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내 인생에도 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그 봄이 꼭 왔으면 좋겠다. 제발 머지않은 날에 바라마지 않는 봄날이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