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시구를 쓴 작가 존 던의 시를
영풍문고에서 염치 좋게 책 위에 종이를 펼쳐놓고 베꼈다.
점잖은 사람들은 점잖게 숨지며
그들의 영혼에게 그만 가자고 속삭인다
임종을 지켜보던 어린 벗들이
숨이 졌다 아니다 말을 하고 있을 때
그처럼 우리도 조용히 사라지세나
눈물의 홍수나 한숨의 폭포도 없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알린다는 것은
이별의 기쁨을 모독하는 것이 된다
봉투에 넣어둔 두세 권의 책들,
서점에서 나 혼자 흥분해서 사놓은 책들이다.
표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탐색전을 벌인다.
책은 ‘이 사람이 주인인가? 아닌가?’ 하고
나는 그 속을 보느라 바쁘다.
먹구름이 슬슬 끼더니 천둥이 치고 하늘이 까맣게 되는데
비는 오지 않고 천둥에 가까운 바람만 분다.
그 분위기가 어떤 비감을 준다.
비가 억세게 온다 해도 바다는 적시지 못할 것이다.
만물은 협동한다. 해가 비치니 달이 빛난다.
외로움의 새가 다시 날아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