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쿠바는 언젠가 부터 마음에 북소리를 울리는 나라였다. 체게바라의 이야기와 정신에 빠졌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빔 벤더스의 영화를 탐닉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발견했던 자유로운 울림. 소지섭이 등장했던 카메라의 광고, 라이카 디지탈 카메라의 등장을 알리는 샘플 사진까지 쿠바에서 생성된 이미지들은 나에게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처럼 자리잡았고, 언젠가는 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앞에 붙이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못했으나 그 끝에 더 많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멋진 풍경이나 랜드마크 보다는 그 곳의 사람들과 분위기다. 사람들의 움직임. 소리. 그들이 쉬거나 노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융합되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카메라로 담을 수 종류의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수교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 신혼여행지로 쿠바를 선택한 혜택으로 유럽 경유 노선을 타고 지구를 3/2바퀴 이상 돌아서 쿠바에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쿠바는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낡은 시가지의 풍경, 검은 매연을 내뿜는 올드카의 행렬, 그 어떤 풍경 보다 강렬한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을 가진 말레콘 비치. 그리고 이 것을 완성하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다.
거리에서든 말레콘 비치의 부두에서든 쿠바사람들은 자신들 만의 자유로움을 가만히 얹어 놓는다. 낮이건 밤이건 말레콘에 앉아 춤을 추거나 쉬는 그들의 모습은 이 곳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마침표다. 마침표인데 영원히 마치지 않을 것 같은 지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여행을 가면 으레 무언가 대단한 사진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끊임없이 든 생각은 아 이건 정말 사진으로 남길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눈으로 보아야 한다. 공간과 시간을 이미지로는 다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녀온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건 순수했던 모히또 한잔과 시가의 향이 더 강하지만 남아있는 사진 보다 더 갚진 것은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