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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홍 Feb 21. 2021

1. 반품된 삶

신용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에서 기어이 사회화를 마치고 나면 회의를 느끼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상대적 빈곤 때문일 수도, 날이 갈수록 문명이 쏟아내는 정보량이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잘못된 취사선택 때문일 수도, 혹은 단순한 권태에 기인할 수도 있다.


경제활동을 지속하면서 나의 소득이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여기서 가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자본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한 사람의 가치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거의 신성모독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단순한 주관적 행복감을 거칠게 묘사한 단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정말로 모두에게 가격표가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는 어떤 수요에 의해 주문된 존재인 것이다.


힐링이나 웰빙,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최근의 트렌드는 결국 가치로 위장한 행복감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 인정에 대한 투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극소수만이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다수는 불량과 양품 그 사이 어딘가의 지점에서 반품당하고, 스스로가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모르는 채 물류창고에서 불안정한 유통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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