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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Nov 04. 2022

나를 알아가는 중

나는 종결을 마주했기에 자유로웠나


몇 번을 고민하며

썼다 지웠다..

아직도 내가

정리를 못하고 있는건가

의심이 들기도 하고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빨리

벗어날 수 있었나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십오년 전에 나를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다시 보게 된다.

올해로 꼭 십오년..

정말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 사람의 백혈병이 재발했다.

그의 서른네살 봄이었다.


내 나이 스물 여덟,

인생을 약속한 그 여름에서

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다.

그 과정들을 지내오면서

마음으로 항상 감사했다.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 과정들을 통해

어쩌면 나에게

이해라는 선물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1년 6개월 남짓의

백혈병동 생활은

울고 웃는 날의 연속이었다.


8인실안에서 일어나는

동병상련을 보며

어쩌면 저런 일이

나에게도 그에게도

곧 올거라는 준비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 꿈에 젖어있어야 했던

시간들의 대부분이

병원생활로 채워졌다.


그래도 그 순간들만은

정말 행복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언제 닥쳐올지 모를 이별을 무시한 채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좋은 날이 꼭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렇게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었던 거다.

언젠가 이별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한 병실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먼저 이별을 고해올 때마다

이번에 누구 차례일지

누구는 살아집으로 가게될지

이미 다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나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거다...


그저 남은 시간

후회없이 사랑하자.

그거면 된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 덕분에

마지막은 괜찮았다.


괜찮았다기 보다는

그 때 내가 정리해야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서

충분히 그 마음들을 제대로

들어내지 못했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들어낼 용기가 없었는지도..


어쩌면 그런 마음들을

한 구석에 꽁꽁 묶어 놓은 채

현실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와의 이별의 모든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발병하고 치료하며

쌓아온 시간들로

그 모든 것들이 마무리 되어도 괜찮다는..

원망스럽지만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나도,

거기 있었으니까..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그 안에 있는 나를

안고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제는

그 마음들을 다시 꺼내어 들여다 볼 수 있고

보듬어 줄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리워하며 슬퍼해도 괜찮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해 줄 힘이 생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저 시간이 곱게

흐르기 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나의 이별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납득할 만한 충분한 시간과

인과관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는 것을

이번 참사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이별을 마주한

그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보내드린다.


그 분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평소처럼 일상을 살아오신거예요.

살아 돌아오신 분들도

최선을 다하신거예요.

자책하지마세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마음으로 드리는 위로뿐이라

안타까울뿐이다.


두 손모아 기도합니다.

모두 편안하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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