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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ut peach May 26. 2019

공동 작업실을 열다

언제까지 별일 없이 살 순 없어서


영원히 집합과명제


이건 좀 너무하지 싶었다.

만약 나라는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게이머가 있다면, 나를 대체 언제까지 이 구역에만 머물게 할 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심지어 대학교도 3~4년이면 나를 새로운 세계로 넘겨준다. 그런데 지금은 영원히 1챕터 '집합과 명제'만 반복하는 학생이 된 기분이다. 대세는 퇴사라지만, 나는 교칙에 순응하는 모범생 스타일에 가까워서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별 수없이 회사 밖 딴짓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진득하니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발만 담갔다가 언제든 뺄 수 있는 각종 원데이클래스나 느슨한 형태의 독서모임에만 참가했다. 꽤 큰돈을 쓰고, 취미 1분 미리듣기 후 SNS에 인증하고 나면, 같은 것은 대체로 또 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그걸로 족했다. 


그런 일상에서 내게 만족을 준 소풍 같은 놀이는 #카페투어 였다. 김밥이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회사 점심시간 혹은 퇴근 후 마포구 일대의 작고 컨셉있는 카페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아무도 찾지 않던 허름한 골목이 카페 하나로 인해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 신기했고 좋았다. 사장님의 취향과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공간에 다녀오면 나도 잠깐 활기를 찾곤 했다. 그러면서 결국 '나도 공간을 갖고 싶다'는 데에 이르렀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카페 한번 해보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학창시절 다년간의 카페 알바 경험이 있기에 카페는 절대 '한번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앞치마를 매고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아름다운 모습은 카페 노동의 10분의 1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완전히 내 공간이 아니고, 나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이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꿈은 자꾸 커져갔다. 하지만 구체화하기엔 돈도 시간도 뭣도 없으므로 마흔 이후 인생 이모작은 카페 사장이 되지 않을까 정도였다. 



타입NEW의 사람


나는 믿을만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자주 고민을 털어놓는 편인데, 고민에 대한 리액션으로 주위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가 더 좋고 말고의 평가의 의미는 아니다)

타입 A : 그래, 그랬구나, 참 힘들었겠구나.
타입 B :  그게 별로라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타입 C :  그건 고민도 아니야, 나는 말이야- 


매일 같이 퇴근하는 선배 R이 있다. 

나는 매일같이 고민을 털어내듯 외쳐댔고 선배는 좀 다른 리액션을 보였다.  

타입 NEW :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우리 새로운 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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