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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디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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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Mar 12. 2020

디어,인도

05화. 갠지스 강의 품, 바라나시에서

인도에서는 매일매일 많은 일들이 생겨서 일기를 쓰기 힘들었다. 정신줄을 놓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긴장상태에 있다가도 의자에 앉아 머리만 대면 피곤이 쏟아져 잠이 들었다. 기차에 올라타서도 짐을 도둑맞을까봐배낭을 와이어 자물쇠로 기둥에 돌돌 감고 긴장모드로 있었다. 내가 배정된 객실은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아들 셋으로 이뤄진 대가족과 함께였다. 그들은 모두 친절했고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좌석을 펼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것까지 처음 본 인도 할아버지가 다 해주셨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한 동작이 끝날 때마다 나를 쳐다보면서 이부자리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고 곧 기차 직원들이 베개, 천이불, 깔개 등등을 나눠주었다


인도 가족 : 인도는 어때?

나 : 사람들이 너무 많아. 소도 많고…정신 없는데, 재밌어.


같은 칸에 탄 가족들과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왜 인도를 여행왔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들었다. 바라나시 기차역까지 총 13시간이 걸리는데, 잘만가던 기차에 중간에 멈춰 움직이질 않았다. 맞은편에 쪼르르 앉은 아들 셋한테 물어보았다 


나 : 왜 기차가 멈춰있는 거야?

인도 가족 : 노 리즌

나 : ???


그들은 뭘 그런 걸 물어봐라는 투로 답했고 아무 이유 없는 기차 연착에 답답함이 몰려온 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여행 초반에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아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다. 마음을 수시로 다스려야 했고 그러다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래서 인도 여행을 하면 마음수련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새로운 도시에 가면 새로운 기대감이 가득 차오른다. 13시간쯤 기차를 타고 가면 다른 도시에 도착하면 이만한 신선함이 없다. 인도는 면적이 크고 종교도 다양해서 도시마다의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바라나시는 갠지스 강이 흐르는 도시다. 인도를 소개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그 어디든, 영적인 장소로 등장하는 바로 그 도시. 힌두교의 성지. 강을 따라서 사원과 절이 어디든 펼쳐져 있는 장소.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태우고 다시 강가에 흘려보내는 곳.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매일 밤 신들의 축제를 연다.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 : 바라나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왔어?

나 : 가트, 갠지스 강, 사원들, 화장터 정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 얼마나 있을 거야?

나 : 4일

게스트 하우스 스태프 : 4일로는 이 도시를 볼 수 없어. 한 달은 있어야 해. 진짜 이곳의 문화를 알고 싶으면 내가 알려줄게.


보랏빛 게스트 하우스


숙소 스태프와 함께 툭툭을 타고 떠들다가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골목길을 대여섯 번을 꺾고서 들어온 장소였다. 바라나시는 골목길이 미로처럼 엉켜있어서 헤매기 십상이다. 구글 지도를 켜도 현재 위치를 살펴도 목적지까지 가늠조차 할 수 없던 도시였다. 얼른 갠지스 강을 보고 싶은 맘에 숙소에 짐을 대충 풀고서 곧장 밖으로 나갔다. 물론, 길을 못 찾아서 골목 안에서 삼십 분 정도 빙빙 돌다가 탈출구를 찾아 강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강가를 따라 ‘가트’라고 불리는 계단이 있었고 가트마다 지명처럼 각각의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유명한 가트로 가니 사람들로 붐볐고 보트를 타지 않겠냐며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너른 갠지스 강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마음이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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