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디어인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하늘 Apr 10. 2020

디어,인도

09화.그놈의 타지마할

아기 울음소리와 코 고는 아저씨들. 땀을 흘리면서 잠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무사히 이 여행을 마치게 해주세요.' 마음속으로 빌고 빌었다. 세계적인 유적지 타지마할을 보러 가는 도시, 아그라. 대개 당일치기로 타지마할을 보러 간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 자한이 출산 중 죽은 아내를 위해 지은 무덤이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타지마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는 말도 있다.(실제로 여행객 중에 타지마할을 보고 울었다는 사람을 만났다) 가장 아름다울 때는 타지마할 뒤로 해가 뜨고 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일출과 일몰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웬걸. 타지마할을 본 순간, 인도의 대표적인 명소로 너무나 친숙하게 소비된 장소라 큰 감흥이 없었다. 사진과 똑같은 건물을 눈 앞에서 본 느낌이고 다른 실감은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감흥이 덜한 걸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기 바빴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고 돈을 받는 전문 사진가도 많았다. 타지마할을 빙 둘러보고 정원을 걸어다녔다. 여전히 몸이 아파서 걷는 시간보다 그늘에서 쉬고 물을 마셔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타지마할보다 주변 경관을 더 오래 구경했다. 나무 옆에 모여 있는 청설모 무리나 낮잠 자는 아저씨. 타지마할에서 세 시간쯤 빙빙 돌면서 쉬다가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네 번째 도시, 자이푸르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씻고 잠을 자고 싶었다. 반나절을 기차를 타고, 아그라에 도착해서 다시 자이푸르로 오기까지 대충 24시간을 넘게 씻지 못했다. 쾌적한 숙소에 와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데 너무 행복했다. 이 날은 일기장에 행복하다는 말이 많았다. 좁은 기차칸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지친 여정을 보내고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순간이 미치도록 행복했으니까. 


약국

배는 고픈데, 뭘 먹으면 바로 토했다. 기껏해야 과일을 사먹어야 했다. 일단은 물갈이라도 멈췄으면 해서 약국에 가서 설사약을 사기로 했다. 한국에서 사온 설사약, 소화제는 무용했다. 겉모습은 동네 슈퍼 같았지만, 약국이라고 쓰여있어서 '아임 쏘 싴' 하고 말하고 약을 받아왔다. 길가에 과일을 팔고 있는 아저씨한테 청포도와 바나나를 샀다. 길거리에 ATM은 많이 보였지만, 인출기에 돈이 없을 때가 많았다. 애써 찾아가도 NO CASH. NO WORKING. 이라 쓰여있었다. 무튼 복불복으로 돈이 인출되는 ATM기를 겨우 찾아 여행경비를 인출했다. 

게스트 하우스 
옥상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는 레스토랑이 있었고, 밤마다 약소한 파티를 했는데, 아는 이 하나 없는 파티에서 홀로 쉬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공간에 있을 때면 보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이 날은 언니가 생각났다. 인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극구 말렸던 언니가 여기에 앉아서 먹는 피자는 좋아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어,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