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후자다. 뭔가 사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열정과 의욕이 있다는 증거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사고 싶은 게 많았고, 그 당시에야 큰돈이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 푼돈밖에 안 되는 가격이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을 사려고 해도, 기억도 잘 안 나고 팔지도 않는다. 그때 샀더라면 즐거움이라도 느꼈을 텐데, 그때 못 샀기 때문에 그때도 아쉬웠고 지금도 아쉬운 거다.
사는 것이 능사일까?
그래서 요즘은 사고 싶은 것(그리 사치스러운 것만 아니면)을 그때그때 사모으고 있는데, 사실 사는(what to buy) 것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사는(how to live) 것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갖고 싶은 것을 구매할 때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 못 간다. 그러나 그것을 삶 안에서 쓰면서 얻는 행복은 정말 크다.
그래서 후회가 된다. 그때 사지 못한 물건들이 내 삶에서 어떻게 쓰였을까 가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단순한 구매욕을 충족시키는 것과 내 삶의 추억을 늘려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소비'라기보다는 내 삶에 에피소드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런 말을 엄마에게 했더니, 더 나이 들면 사고 싶은 게 더 없어진다고 지금 사고 싶은 것은 다 사란다. 역시 나와 생각이 잘 맞는다.
빚내서 사는 것만 아니면, 정말로 즐겁게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쓸 것이 확실한 것이라면 지금 마음에 드는 것은 가급적이면 지금 사야 한다.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작용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사서 후회가 될 수도 있고, 한 달이 빠듯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덕분에 내 삶에 재미가 생기고 내 기분이 좋아져, 주변 사람들도 기분이 업되는 동반성장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일단 사 보세요
가지 않은 길로 남겨두는 것보다 직접 가봐야 내 삶의 지도를 그려나갈 수 있다.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들로 무의미한 가정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지금 해야 한다.
요새 내가 산 것들을 나름대로 기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생긴 친구들이 백 명 남짓. 그러나 이 또한 내가 사지 않았으면 맺지 못할 인연들이다.
사는 것을 하는 것으로 바꾸어보아도 좋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은 지금 해야 한다. 도전, 사랑, 일, 취미...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보아야 한다. 잃어야 얻고, 잃어야 알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얻으려면 당장 몇 푼 잃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무리하라는 게 아니고 자신의 능력껏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소비라고 이름 지었다. 현명한 소비가 현명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20대 때 알았더라면, 그런 돈을 아껴서 그리 큰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후회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졌을 텐데.
이제는 무의미한 가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이루면서 살 것이다. 지금 내가 즐거우면 모두가 다 즐거운 것이다. 세상은 다 내 마음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