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찰하는 보통여자 May 25. 2024

나도 누군가에겐
성공한 삶이라는 것

나도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성공한 삶일 수 있을까. 



간만에 친구가 동네로 놀러 오기로 한 주말이었다. 애기가 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마침 서로 얼굴 볼 때도 되어 자연스레 약속이 잡혔다. 친구의 모습을 보면 나의 됨됨이도 드러나지 않던가. 인격이 바르고 성품이 고와 내가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친구 중 한 명이었고, 이 친구와의 만남의 자리에 남편도 자연스럽게 함께한 지 어느덧 몇차례 되었다. 보통은 남편과 친구가 한 자리에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어쩐지 이 조합은 함께 해도 내겐 이질감 없이 편안했다. 



날은 꽤나 더웠지만 타이밍 적절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날이었다. 식당에서 우리는 밀린 근황을 풀어갔다. 친구에게 비치는 내 캐릭터가 대놓고 자유로운 영혼이라면 이 친구는 겉으로 드러나는 차분함과 조곤함과 다르게 내면만큼은 자유로웠다. 친구와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에너지의 결을 달리하지만, 가만 보면 타협할 수 없는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를 내면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공통분모 덕분일까. 뜬구름 잡는듯한 막연한 소리를 해도 깊은 공감이 마음에 꽂혀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이해 당할 수 있었다. 



친구는 헤어질 때쯤 내게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애기도 벌써 이렇게 많이 컸고 좋은 남편도 있어 내가 성공했다는 말. 성공이라. 과대평가된 그 말에 나는 손사래를 쳤고, 결혼해서 다들 이렇게 사는 것 아니겠냐며 애기 키우는 게 뭐 대수겠냐는 말을 덧붙였다. 고등학교 애송이 시절 때부터 서로를 봐왔기에 어느새 엄마가 되어 애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친구에겐 더 생소하게 느껴진 걸까. 어쨌든 나는 친구의 그 말이 진짜의 마음에서 우러나왔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친구를 배웅했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친구의 입에서 나온 성공이라는 말이 맴돈다. 가족을 꾸려 살고 있는 것이 과연 성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잠시 의문이 들었는데,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지 않던 것을 누군가 인정해 줄 때 느껴지는 의아함 같은 것이었다. 내 삶이 어떤 시선으로는 과연 성공한 삶처럼 보일 수 있는 걸까. 남들과 차별점 없는 평범한 이 일상들이 어느 누군가는 동경하는 모습일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는 '성공'이라는 말이 물리고 싫어졌다. 그 정의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전형적인 성공이라면 말이다. 허나 친구가 언급한 맥락 속에서 의미하는 성공이 기준이라면, 나는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내 나름의 성공을 당당히 인정해 보고 싶기도 했다. 내 관점에서 성공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것, 허나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거짓 없는 바람이자 이상이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성공이라 불릴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기준을 달리 갖는 수많은 성공들이 있다. 성공을 인정하는 데 있어 내가 자처해서 인색해질 필요는 없었다.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인지하지 못했던 내 일부의 모습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준 친구의 시선 덕분에 나는 어떤 면에서는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은 익숙함을 더 애정 하게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