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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찰하는 보통여자 May 29. 2024

가볍고 큰 의미 없는 일이 필요하다.

가볍고 큰 의미 없는 일이 필요하다.



화요일 저녁이 되면 집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듣는 글쓰기 수업을 위해서다. 쏠쏠한 수업들이 있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간혹 살피곤 한다. 글쓰기 자체를 배우고자 신청한 수업은 아니었다. 내 글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굳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이다. 생각을 정의하고 정돈하는 게 대부분 귀찮을 뿐이지 지금도 생각을 글로 옮겨내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글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글쓰기 요령 같은 것은 관심이 없어졌다. 공식적인 작가가 쓴 글이 훌륭하리란 법 없고 아이가 끄적인 글이 가볍지만은 않듯 말이다. 지금은 생각을 머릿속에 무형의 상태로 보관하지 않고 글이라는 형체로 옮겨내는 '꾸준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기대 없이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래서 글은 계속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생각하며 내가 납득될 수 있도록, 글을 등한시하지 않고 써나가야 하는 이유를 간간이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자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에 대한 답을 써 내려가며 생각을 다듬는다. 나에게는 가볍고 부담 없는 시간인데, 배움이라기 보다는 흩어진 것들을 곰곰히 되짚는 시간에 가깝다. 



기존에는 늘 밥을 차리고 집에 있던 저녁 시간, 익숙지 않은 시간대의 외출이 생소하다. 어찌 보면 수업 그 자체보다는 집을 나서고 바람을 쐬는 그 시간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수업을 핑계로 퇴근한 남편과 육아를 바톤터치 하고 잠시 완벽한 혼자가 되어 수행하는 이 일정이 내 하루를 채우는 게 소소한 힐링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수업 시간이 애매해 이른 저녁밥을 대충 쑤셔 넣고 나가는 탓에 귀갓길에 평소엔 입에 대지 않던 야식거리를 사 오는 일탈을 은근 즐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참가를 꼭 해야 할 만큼 내게 필수적 시간은 아니지만, 이유야 어쨌든 도서관 수업을 들으러 감으로써 '겸사겸사' 모든 자잘한 이점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가볍고도 나쁘지 않다. 



이처럼 가끔은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는 일들이 좋다. 굳이 안 해도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는 것. 부담이 실리거나 목표가 확실한 일들에 집중하고 있자면 몸과 마음은 잔뜩 긴장을 취한다. 그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처럼 소소한 일, 진지함을 요하지 않는 일을 하루 속 빈 곳에 조금씩 배치해 본다.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은 아니지만 얻는 게 목표가 아니기에 아무렇게 해도 되는 시간, 그렇게 힘이 들어간 각종 것들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의도적인 가벼움을 채워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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