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
이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한참(거짓말 없이 열흘 넘게)을 생각했다. 책친구 나예에게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서평을 가감없이 쓰겠다 호언장담 했는데 도무지 꼭지를 어떻게 잡고 들어가야할 지 오랜시간 방황했다. 방황 말고 차라리 방학이라도 했으면 좋을 뻔 했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이 책은 참 잘 썼다는 것이 다수의 평이고 나 역시도 동의한다. 그럼 어떤 포인트에서 잘 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부분은 이 책이 부족한 문해력을 끌어올리는데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내는 것 같다.
근데, 나는 좀 다르다. 문해력? 솔직히 그것과 관련된 컨텐츠는 맞든 안 맞든 넘처난다. 나는 문해력과 관련된 방법론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책의 매력은 뭐냐고? 바로 나예력이다.
그럼 나예력이 뭔데? 나예력은 나예가 가지고 있는 이상하고 낯선 매력 같은 것인데, 이것을 딱히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를 할 수는 없다. 현생에서는 뭔가 커리어우먼에 날카로운 지적기운을 뿜뿜하며 사는 것 같은데, 인생(인스타생)에서는 뭔가 좀 예측이 불가능한 캐릭터가 여러갈래로 가지치기를 한다. 어느날은 복근을 만든다고 헛둘헛둘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캬캬캬캬캬컄 와 같은 댓글을 남발하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고, 거거도 키우고, 찻잔도 키운고, 책도 키운다. 물론 거거아범도 키우는 것 같다. 요즘은 릴스에 진심인 듯 싶다. 아무튼, 우리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어쩌면 내가 미처 가지지 못한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다. 나예가 그런 면에서 꽤나 끌리는 책친구라는 점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이 책에 끌리는 이유가 문해력이 아니라 나예력이라면, 우리가 책을 읽기에 앞서 해야할 것은 그녀를 먼저 아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왜 여덟 권의 책을 썼는 지, 왜 찻잔을 모으는지, 왜 닉네임이 나예(이것은 좀 유치하지만 이 역시 나예력의 한 갈래다)인지, 왜 캬캬캬캬캬컄 웃고다니는지 등을 안다면 문해력을 넘어서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 책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 나예력을 모르고 책을 읽었다면 당신은 누구나처럼 오직 책만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나예를 읽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이 책을 올바르게 읽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문해력을 알고 싶다면, 먼저 나예력부터 흡수하길!
누구보다 자신만의 세계와 취향을 정확하게 아는 나예의 책을 추천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책이 흥하고 흥해서 불판에 고기 올려주는 나예를 기대해 본다. 캬캬캬캬캬컄.
덧, 소개해준 단편들이 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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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의 시작점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내 취향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요즘 뜨는 것,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기 쉬운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세상의 중심에는 알고리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