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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북스 Sep 27. 2024

마음이 말을 걸 때, 일어나 그곳으로 가는 마음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강물처럼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케빈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늑대와 함께 춤을>이 생각난다. 더 정확하게는 영화 속에서 메리 멕도넬이 연기한 #주먹쥐고일어서 가 더 정확한 것이겠다. 인디언 부족 사이에서 자란 백인 여성 ‘주먹 쥐고 일어서’는 어린 시절 외모가 달라 또래 부족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다가 어느 순간 발끈하며 상황을 극복한 그녀의 어린 시절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카야, <햄닛> 애그니스 그리고 <흐르는 강물처럼>의 빅토리아처럼 주어진 운명을 기어코 밟고 마침내 일어서는 여성들의 서사를 볼 때면 어김없이 ‘주먹 쥐고 일어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냥 그렇게 긴 시간을 뛰어 넘어 오버랩 되는 장면 그 자체로 긴 여운이 남는다.


흐르는 강물의 물줄기를 틀어봤자 조금 돌아 흐를뿐 결국 제 자리로 오기 마련이다. 삶이 이끄는 대로 그냥 그렇게 맡기는 것. 오래 전 책 하나가 또 생각이 난다.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가는 대로>. 책 말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그냥 아무 길이나 들어서진 마. 내가 세상에 나오는 날 그랬듯이, 자신 있는 깊은 숨을 들이 쉬며 잠시 기다려 보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네 마음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 그러다 네 마음이 말을 할 때, 그 때 일어나 마음 가는 대로 가거라.” 마음이 말을 걸 때, 일어나 그곳으로 가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운명은 결국 그 어떤 곳도 아닌 오직 내 안에 있을 뿐이다.


내 과수원이 그랬듯 나 역시 새로운 토양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뿌리째 뽑히고도 어떻게든 살아왔다. 그러나 셀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넘어지고, 무너지고, 두려움에 웅크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는 강인함은 이 어수선한 숲 바닥과 같다는걸 배웠다.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걸 쓰러뜨린 폭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회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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