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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간디 Apr 16. 2021

[뒷얘기] ALL THE PLALIST


 때는 바야흐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영상 전공자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음악 만드는 회사를 선택해 그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냥 막연하게 음악이 좋았고, 음악과 관련된 영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고, 정확히 내가 말하는 '음악과 관련된 영상'이란 무엇인지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나는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긴 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스튜디오의 유튜브 음악 채널 '뮤플리'에서는 여태껏 라이브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해오지는 않았다. 주로 K-POP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콘텐츠들을 선보였고, 요즘에는 구성형(나는 이것을 자막이 많은 콘텐츠라고 간단하게 생각한다.)이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안다. 이 와중에 나는 돈은 안 되고, 촬영은 헤비 하며, 준비하기에도 까다로운 발매 앨범 전곡 듣기 아이템으로 음악 라이브 콘텐츠를 기획했다. ALL THE PLAYLIST라는 전곡을 듣는 타이틀로(*원래는 <뮤직플레이리스트>가 타이틀이었지만, 여차 저차 한 사정으로 바뀌게 되었고..), 아티스트의 앨범 전곡을 연출단에서 나름대로 분류한 4 사분면의 그래프와 함께 소개하는 것이 특징인 콘텐츠다. 


ALL THE PLAYLIST 바비 편
ALL THE PLAYLIST 휘인 편


 분명 음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곡을 이 정도로만 간단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 


 전체 앨범은 기획사에서 하나의 톤 앤 매너로 기획을 하겠지만(respect!), 앨범 안에는 단순하게 생각해서 밝은 곡과 차분한 곡, 댄스 곡과 발라드 곡이 섞여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 콘텐츠를 위해서는 이 부분을 한 번에 들었을 때 어떻게 스무스하게 들리느냐도 많이 고민했다. 어쨌거나 이 콘텐츠의 목표 중 하나는 듣는 사람이 유튜브 뮤직에서 아티스트의 전곡을 들었을 때, 하나의 앨범을 하나의 곡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독화면 이미지로 공개되었던 필름카메라 copyright. bibigenie


 바비 편의 경우가 특히 그러했는데, 아티스트의 꽉꽉 채운 16곡이 무려 한 앨범에(!) 실려 있어 파트 선정으로 사전 프리뷰를 짤 때 고심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첫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고, 앨범의 곡이 전부 다 좋았기 때문에 어느 파트를 선택해도 마음에 드는 구성이 나왔던 것 같다. 


 이날 촬영은 폐차장에서 진행됐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며 언 발로 브레이크를 제대로 누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이 추운 날씨에 입김이 나는 와중에도 셔츠에 자켓 하나만 걸친 채로 촬영한 바비, 그는 도덕책.. (비하인드에서 입김을 볼 수 있다.)


구독화면 이미지로 공개되었던 필름카메라 copyright. bibigenie


 두 번째 촬영이었던 휘인 편은 안무가 있는 water color와 TRASH(Feat. pH-1)가 있는 구성이었다. 안무가 있는 곡을 몇 번째에 넣어야 하는지도 고심을 했고, 부드러운 휘인 씨의 보컬이 살 수 있는 곡과 파트도 어디에 배치할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며 준비를 했다. (이 과정에서 고생이 많으셨던 비주얼앤위트 감독님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비하인드를 살짝 이야기하자면, 원래는 먼 곳의 야외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싶었다. 장소를 봐 둔 곳이 있었고, 감독님과 답사도 다녀왔지만 촬영 예정일에 비가 내려 촬영을 진행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결국 그날은 비가 왔고, 우리는 급하게 장소를 바꿔야만 했다. 모든 일은 긴급하게 진행되었다. 촬영 전날까지도 나를 믿을 수 없어 불안해 잠을 설쳤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며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다. 다행히 촬영은 잘 끝났고, 역시 모든 것을 함께 해준 감독님들에게 공을 돌려야겠다. 


 ALL THE PLALIST는 이렇게 추위와 비와 싸우기도 했고, 곡 구성을 잡으면서 고민의 시간과 싸우기도 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면 나도 비밀 계정으로 좋아요를 하나씩 누르며(!) 영상에 달린 모든 댓글과 커뮤니티의 반응들을 살펴본다. 아티스트의 전곡을 들어서 좋아하는, 그리고 이 콘텐츠로 출연한 훌륭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재능에 또 한 번 반하는 그런 댓글들을 보면 나도 덩달아 힘이 나는 것 같다. 이렇게 봐주는 구독자들이 있는 한 이 콘텐츠는 열심히 해 봐야지, 오늘도 생각한다. 


#뮤플리 #휘인 #바비 #전곡듣기 #ALL_THE_PL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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