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쓸게 없다
자아성찰에 대한 글을 쓰면 행동이 조금씩이라도 바뀌는게 보통 사람의 반응이라면, 나는 분명 그렇지 않았다. 며칠째 새벽 4-5시에 잠들어 오후 12시에 일어나는 피곤한 삶을 살고있다. 이러다보니 하루가 너무 짧아져서 얘기할게 없다. 오늘은 이렇게 지내는 생활이 정말 지겨워져서 똑같은 행동, 습관을 반복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제목에 에세이라고 적었는데 이게 일기장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겠다. 사실 에세이가 뭔지 잘 모르겠다. 독서를 놓은지 너무 오래된 탓일까, 분명 에세이에 관한 책을 몇권 읽었는데 분명치 않은 개념만이 머리에 남았을뿐이다.
네달째 수영을 배우고 있다. 주3회 강습과 자유수영을 포함해 거의 매일 수영을 하기위해 집에 나선다. 지루하고 무감각하게 흘러가는 시간 중에서 오직 수영만이 나를 버티게 도와주고 있다. 벌써 거의 10년째 같은 동네에서 사는 중이고, 몇달 전까지 동네에 있는 수영장은 그저 시야에 들어온 장식품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이 몸으로 수영복을 입고, 낯선 사람과 수영복 입은 나의 모습을 공유하고, 수영까지 배우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한두살씩 나이가 먹는 것은 수영복을 입는 것쯤은 별 것이 아니게 되는 무신경함을 길러주었다. 아무튼, 오늘도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보냈지만 수영만은 가야했다.
수영을 하러 가는 길에서, 샤워를 하면서, 심지어 수영을 하면서도 생각이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영과 잡생각은 보통 공존하지 않는다. 수영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잡생각을 하지 않아야 수영이 잘되기도 한다. 수영을 할때만큼은 자세, 요즘 잘 안되는 평영 이런 생각뿐이다. 오늘은 아침 아니 낮에 일어났을 때부터 머릿속이 꽉 차있어서 수영 전후로 머리를 비우지 못했다. 요즘 평영이 잘 안돼서 그런 것도 있을까? 아무튼 수영을 잘 마치긴 했다.
수영을 마치고 나가는데, 입구에 위치해 있는 분실물 탁자 위에 홀로 누워있는 양말 한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얀색 바탕에 검은 고양이가 그려진 양말인데, 색만 다른 똑같은 양말을 나도 가지고 있어서 반가웠다. 친구도 아니고, 지인도 아닌데 색도 다른 양말을 보고 반갑다니.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귀여운 양말을 신는다는 사실이 귀엽고 뭉클하게 다가왔다. 좀 이상한 사고의 흐름이지만, 길거리나 가게에서 귀여운 양말, 수면바지 이런 것을 보게 되면 겉으로 차가워 보이는 어른들이 귀여운 양말 따위를 좋아하고 산다는 것으로 인간을 이해하기도 한다. 아무튼 그랬다.
얼마 전,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다가 가고 싶은 회사에서 구직을 하길래 지원하겠다고 생각만 하며 미래의 나에게 뒷일을 맡겼는데 마감 일자도 잊고 또 무감각하게 살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났다. 내일 집이든 어디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가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해볼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현대사회에 맞는 인간이 아닌 것 같다.
이번주 쿠팡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면 아침 수영을 가지 못하게 되어 벌써부터 아쉽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서 벌벌 떠는 건 싫고. 가족한테 손을 벌리는 것은 거의 사형선고다. 내가 변할지 안변할지 모르겠지만, 돈을 꼭 벌어야 하고, 글을 계속 써야한다. 삶은 좋든 싫든 계속된다.